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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 협상에 주어진 90여일의 시간…선거법 어떻게 바뀔까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 등 여야 4당의 드라이브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선거제 개편안(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지난달 29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를 통과했다. 자유한국당은 강력 반대했다. 이 충돌 구도 속에서 내년 총선을 위한 ‘게임의 규칙’을 정하는 선거제 논의,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까.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지난달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마치고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인사 후 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지난달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마치고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인사 후 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①90일의 시간

정개특위를 통과한 선거법은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갔다. 이번에 정개특위에서 의결된 선거법은 지난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된 바 있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은 법사위에서 최대 90일 동안 체계·자구 심사를 받은 뒤 자동으로 본회의에 부의된다. 날짜 계산을 해보면, 선거법은 오는 11월 27일 본회의에 부의된다. 빠르면 당일에 본회의에 상정된 뒤 표결도 가능하다.

 
본회의로 넘어가기 전 법사위에서 90일이 여야 선거법 협상의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정개특위에서 선거법 의결을 밀어붙였던 더불어민주당도 이 기간에 협상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홍영표 정개특위 위원장(민주당)은 선거법 의결 직후 “정개특위는 마치지만 여야 5당의 합의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나가겠다. 오늘 의결은 협상을 위한 의결이지 최종 의결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선거법을 대표 발의한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정개특위 의결이 선거제도 개혁의 열차를 멈출 수 없다는 것을 자유한국당이 아는 계기가 돼서 3개월 동안 한국당이 협상에 동참할 것을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오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심의하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종민(오른쪽), 자유한국당 장제원 간사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오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심의하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종민(오른쪽), 자유한국당 장제원 간사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②법안 바뀌나

법사위로 넘어간 선거법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 도입, 의석수 조정(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 선거연령 18세로 하향 조정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여야 협상 과정에서 바뀔 가능성이 높다. 한국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 비례대표 의석수를 늘리는 데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서다. 민주당 내에서도 지역구 의석수가 줄어든다는 측면에서 심 대표 법안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다. 심 대표 스스로도 “완벽한 법안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여야 협상을 통해 법안의 수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법안 내용이 어떻게 바뀔지 현재로썬 예단이 힘들다. 다만 지역구 의석수를 줄이지 않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지역구 의석을 줄일 경우 자신의 지역구가 없어지는 의원의 반발이 거셀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지역구 의석수는 그대로 두면서도 의원 정수는 316석으로 늘려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취지를 살리는 박주현 바른미래당 의원(민주평화당에서 활동) 안이 가장 합리적이지 않나 보고 있다”고 말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및 의원들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피켓을 들고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선거법 개정안이 날치기 처리됐다며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뉴스1]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및 의원들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피켓을 들고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선거법 개정안이 날치기 처리됐다며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뉴스1]

③협상 될까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정개특위 의결 후 “앞으로 정치 협상은 없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가 이처럼 자신 있게 단언하는 건 정치 현실 때문이다. 패스트트랙이나 정개특위 통과까지는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평화당의 ‘단일대오’가 비교적 유지된 편이다. 앞으론 다르다. 문재인 정부 하반기로 접어들며 민주당 내 통제력이 여의치 않아질 수 있다. 지역구 감소는 의원들에겐 자기 희생을 요구하는 일이다. 리더십이 약해지면 의원들의 각자도생이 시작된다.
 
법사위 90일의 시간 동안 여야가 선거법 협상안을 만들지 못할 경우, 심 대표 법안이 그대로 본회의로 넘어간다. 본회의에서는 재적 의원 과반 출석, 재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된다. 현재 국회 재적 의원은 297명이어서 149명의 찬성표가 필요하다.

 
현재로썬 심 대표 법안으로는 찬성 149표가 나오기 어렵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대하는 의원들이 있다. 바른미래당의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 평화당에서 탈당한 대안정치 소속 의원들도 반대 의사를 밝혔다. 본회의에서 선거법이 부결되는 상황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한국당이 협상에 임하지 않고 버티면 기존 선거제로 내년 총선을 치르게 되기 때문에 한국당 입장에서는 불리한 상황이 아니다. 하지만 여야 4당이 ‘협상을 하자’며 압박하는 상황에서 한국당도 자신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결국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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