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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 홍콩장관 “두 주인 섬기는 자리…사과하고 그만두고 싶다”

캐리 람. [EPA=연합뉴스]

캐리 람. [EPA=연합뉴스]

홍콩의 반중·반정부 시위가 석 달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 수반인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의 것으로 추정되는 비공개 음성 파일이 공개됐다. 람 장관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비즈니스 회의 자리에서 “사퇴하고 싶다”고 말하는 내용이다.
 

로이터, 비공개 음성파일 보도
홍콩 시위 사태 속내 드러나
파문 커지자 “사퇴 의사 없다”

로이터통신이 2일 단독 입수했다며 공개한 녹음 파일에서 람 장관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상대방에게 “최고 통치자(인 내)가 홍콩에 엄청난 대혼란을 불러왔다는 점은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홍콩 사태에 책임을 느끼고 있다는 취지다. 이어 그는 “나에게 만약 선택권이 있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심심한 사과를 하고, (장관직을) 그만두고 물러나는 것(step down)”이라고 말한다. 이어 “나는 용서를 구하고 싶다”는 말도 덧붙인다.
 
이 목소리의 주인공이 실제 저람 장관이 맞다면 대규모 시위에 관한 그의 속마음이 처음으로 공개된 셈이다.  
 
홍콩의 송환법 반대 시위가 격화하는 가운데 2일(현지시간) 타이즈역 인근 몽콕 경찰서 밖에서 한 시위대가 진압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시위대는 지난달 31일 41명의 부상자를 낸 타이즈역을 중심으로 과격 진압에 항의하며 2일 밤부터 3일 새벽까지 연이어 시위를 벌였다. [로이터=연합뉴스]

홍콩의 송환법 반대 시위가 격화하는 가운데 2일(현지시간) 타이즈역 인근 몽콕 경찰서 밖에서 한 시위대가 진압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시위대는 지난달 31일 41명의 부상자를 낸 타이즈역을 중심으로 과격 진압에 항의하며 2일 밤부터 3일 새벽까지 연이어 시위를 벌였다. [로이터=연합뉴스]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에 반대하는 반중·반정부 시위대는 람 장관의 사퇴를 요구해왔다. 람 장관이 중국 정부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게 시위대 측 주장이다. 그러나 람 장관은 공개적으로는 사퇴할 뜻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녹음 파일이 사실일 경우 람 장관 본인에겐 송환법 철회는 물론 자신의 거취에 대한 선택권도 없음을 시사한다. 지난달 30일엔 람 장관이 중국 측에 시위대의 다섯 가지 요구사항을 보고하며 송환법 철회를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람 장관의 처지는 녹음 파일에서 이어지는 그의 발언에서 선명히 드러난다. 람 장관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홍콩 행정장관직에 대해 “헌법상으로 (중국·홍콩이라는) 두 주인을 섬겨야 하는 최고 통치자의 정치적 입지는 매우, 매우, 매우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이 음성 파일의 주인공이 람 장관이 맞다는 사실을 당시 회의에 참석한 3명의 관계자로부터 확인했다고 전했다. 해당 음성녹음 파일은 약 24분 분량이다.
 
그러나 녹취 공개 후 파문이 일자 람 장관은 즉각 기자회견을 열어 “사퇴할 의사가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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