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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물가 사상 첫 마이너스···고개 드는 디플레이션 공포

소비자물가지수 등락률이 사상 처음으로 0%를 기록했다. 지수상으로 전년동월 대비 0.04% 떨어져 마이너스를 보였다.
 

8월 소비자물가동향 발표
전년 동월 比 0.04% 하락

3일 통계청에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 지수는 104.81로 104.85를 기록한 지난해 8월보다 0.04% 떨어졌다. 
소비자물가 1965년 집계 이후 최저.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소비자물가 1965년 집계 이후 최저.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소비자물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1965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1999년 2월(0.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해 들어 7개월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를 기록하다 이 같은 현상까지 겹치며 디플레이션(경제 전반으로 상품·서비스 가격이 계속 하락하는 현상)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8개월 연속 0%대를 기록한 것은 2015년 2∼11월(10개월) 이후 최장 기록이다.
 
품목별로는 농·축·수산물이 전년 동월대비 7.3% 하락하면서 전체 물가를 0.59%포인트 끌어내렸다. 지난해 8월 폭염 등으로 농산물 가격이 크게 오른 데 따른 기저효과가 영향을 미쳤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공업제품은 같은 기간 0.2% 떨어지면서 전체 물가를 0.08%포인트 내렸다. 국제유가 하락과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 등으로 석유류가 6.6% 떨어진 것이 원인이었다. 
[뉴시스]

[뉴시스]

서비스물가는 1% 상승해 전체 물가를 0.56%포인트 올렸다. 집세는 0.2% 떨어졌고 공공서비스는 변동이 없어 소비자 물가를 각각 0.02%포인트와 0.01%포인트씩 떨어뜨렸다. 공공서비스 물가 하락은 무상급식 확대, 무상교복 지급, 일부 지역 고등학교 무상교육 시행 등 복지 정책 효과가 컸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최근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유류세·교육복지 등의 영향으로 물가 흐름이 낮아진 상황에서 농축수산물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며 “농산물의 경우 양호한 기상 여건에 따라 생산량 증가로 가격이 내려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이 0%대로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 싱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이어 한국은행에서도 물가상승률이 올해 0%대로 하락할 가능성을 이미 제기했다. 연 단위로 물가상승률이 0%대를 기록한 것은 외환위기 이후인 1999년(0.8%)과 유가 폭락으로 물가상승률이 0.7%를 기록했던 2015년 두 해뿐이다.
 
수출·수입물가지수 등을 종합 반영해 국민 경제 전체의 물가수준을 나타내는 ‘GDP 디플레이터’도 2분기 -0.7%(전년동기 대비)를 기록했다. 2006년 1분기(-0.7%) 이후 최저치다. GDP 디플레이터는 지난해 4분기(-0.1%), 올해 1분기(-0.5%)에 이어 3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보였다. 그만큼 저물가 상태가 심각하다는 의미다.
‘GDP 물가(GDP 디플레이터)’ 상승률 13년 만에 최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GDP 물가(GDP 디플레이터)’ 상승률 13년 만에 최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물가 상승률이 전례없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서지금 상황을 디플레이션 국면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디플레이션은 단순 저물가가 아니라 ‘경기 침체와 맞물린’ 전체적인 물가 상승 둔화를 의미한다. 이미 한국 경제는 생산ㆍ투자ㆍ소비가 줄면서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3% 하락했다. 수출은 8월 전년 동월대비 13.6% 떨어지면서 12월부터 9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경제가 하강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부동산 같은 자산가격까지 내려가게 된다면 소비 위축이 심화하면서 디플레이션 충격이 더 커질 수 있다. 소비가 줄면 상인들은 물건값을 더 내린다. 가계ㆍ기업 등은 물가 하락을 예상해 소비와 투자를 더 미루는 현상이 나타난다. 한국은행이 물가 상승률 목표치를 높지도, 그렇다고 낮지도 않은 2%대로 제시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통계청은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 과장은 “이달에는 전체 53개 품목 중 농산물 36개 품목 가격만이 하락했다”며 “상품·서비스 전반의 지속적인 물가하락으로 정의되는 디플레이션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도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거시경제협의회’를 개최하고 이날 사상 첫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한 것에 대해 논의를 진행했다. 보통 비공개로 진행되는 데 이날 회의는 이례적으로 공개됐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저물가는 수요 측 요인보다는 공급 측 요인에 상당 부분 기인한 것”이라며 “디플레이션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되며, 연말부터는 0%대 중후반 수준으로 올라설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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