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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땀한땀 한복 짓는 짜릿함, 쉰 살 넘은 여성들의 인형놀이

기자
홍미옥 사진 홍미옥

[더,오래] 홍미옥의 폰으로 그린 세상(34)

 
“이런 잔망스런 인형이 다 있네? 어쩜, 눈을 깜빡이잖아.”
 
눈을 깜빡이던 인형부터 자체제작 종이인형까지. 무려 여섯 살 무렵이니 까마득한 옛날이다. 출장을 다녀온 아빠의 손엔 연둣빛 원피스를 입은 금발인형이 들려 있었다. 게다가 이 귀여운 인형은 눈을 떴다 감았다 하는 것이다. 1970년쯤이었으니 서른 줄의 엄마도 여섯 살의 나도 처음 보는 신기한 인형이었다. 얼마나 좋았던지 엄마의 저 말이 아직도 기억난다. 잔망스럽다는 뜻은 물론 알지도 못했었지만.
 
그 후로 인형은 온갖 형태로 나와 함께 했다. 그 중 '인형 옷 갈아입히기'란 이름의 튼튼한 종이인형이 특히나 기억에 남는다. 명절날이나 용돈이 생기는 날엔 그걸 사려고 문방구로 뛰어갔던 일도 생각난다. 당시 인기였던 상품은 8절지 종이 위에 드레스와 한복이 종류별로 그려진 백설공주와 인현왕후! 아마도 드라마 장희빈이 방영되던 즈음이었지 싶다. 
 
종내에는 직접 만들어봐야겠다는 욕심으로 도톰한 종이 위에 인형과 인형 옷을 그리고 오려내곤 했다.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 같았던 나의 인형사랑은 중학생이 되고 어른이 되면서 자연스레 사라졌다. 혹 딸을 키우는 엄마였다면 종이인형을 함께 그리고 놀았을지도 모르겠다. 현실은 백날 천날 로봇을 갖고 노는 아들이었으니 후훗~

조선시대의 전통옷을 입은 인형들. 갤럭시탭 S3,아트레이지 사용 [그림 홍미옥] 

조선시대의 전통옷을 입은 인형들. 갤럭시탭 S3,아트레이지 사용 [그림 홍미옥] 

 

인형 옷 따라 떠나는 조선으로의 여행

 
지난번에 재밌고도 이색적인 전시회에 다녀왔다. ‘인형 옷 따라 떠나는 조선으로의 여행“이란 주제의 전시였다. 단국대 평생교육원 수강생들의 정성스러운 작품들이 선보이고 있다. 그동안 내가 기억하는 인형. 혹은 인형 옷은 금발의 오똑한 코와 기다란 다리를 가진 푸른 눈의 인형이 입은 풍성한 드레스가 전부였다.
 
어쩌다 우리 옷을 입은 인형이라곤 외국인들을 겨냥한 선물 가게의 그것들이 전부였다. 그 인형들은 한결같이 신랑신부의 대례복 차림이었다. 게다가 온종일 기계적으로 인사를 하는 유리 상자 속의 인형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넓은 전시장에 들어선 순간 탄성이 터져 나왔다. 전시의 제목처럼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로 날아온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반가의 여인〉작가, 유혜정. 구체관절 인형, 천연염색 양단. [사진 홍미옥]

〈반가의 여인〉작가, 유혜정. 구체관절 인형, 천연염색 양단. [사진 홍미옥]

손수 염색한 천 조각을 이어 인형옷을 짓고 있는 모습. [사진 홍미옥]

손수 염색한 천 조각을 이어 인형옷을 짓고 있는 모습. [사진 홍미옥]

설날 세배 하는 모습을 철저한 고증을 거쳐 재현한 작품. 김미정, 손민정, 신애자, 윤용임 공동제작. [사진 홍미옥]

설날 세배 하는 모습을 철저한 고증을 거쳐 재현한 작품. 김미정, 손민정, 신애자, 윤용임 공동제작. [사진 홍미옥]

 
정겨운 설날의 안방 풍경을 정겹게 그려낸 작품들도 있었고 뭔가 모를 요염함이 풍기는 아낙네도 있었다. 호기심에 짓궂게 치맛자락을 슬쩍 들춰보았다. 그 작은 치마 속엔 전통속옷인 속바지, 무지기치마, 속속곳. 속적삼이 제대로 갖춰 있었다. 과연 그 세심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반가의 여인’을 제작한 유혜정 작가의 말에 따르면 작은 인형 옷이지만 손바느질과 쪽 염색 등 까다로운 수작업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더욱이 놀라운 건 대부분이 50대 이상의 중년들 이라는 거다. 정년퇴직 후 혹은 자녀 출가 후에 전통인형 옷 짓기에 푹 빠져 즐거운 인생후반전을 보내고 있다. 작은 천을 조각조각 자르고 이어붙이고 다듬어서 우리의 전통인형 옷이 탄생하는 기쁨은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다고 한다.
 
중요무형문화제 제 8호인 강강술래를 재현한 작품. 유혜정, 이숙경, 조영미, 최경희, 황다래 공동제작. [사진 홍미옥]

중요무형문화제 제 8호인 강강술래를 재현한 작품. 유혜정, 이숙경, 조영미, 최경희, 황다래 공동제작. [사진 홍미옥]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인 이원기로회도(梨園耆老會圖)의 일부분을 재현한 작품. 단국대평생교육원 수강생 공동제작. [사진 홍미옥]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인 이원기로회도(梨園耆老會圖)의 일부분을 재현한 작품. 단국대평생교육원 수강생 공동제작. [사진 홍미옥]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여럿이 한데 모여 작품을 만드는데 결과는 놀랄 만치 대단했다. 우리의 옛 회화를 재현한 작품인데 규모나 세심함이 새삼 놀라웠다. 전통을 이어 나가고자 하는 마음도 아름답지만 함께 모여 하는 과정 또한 아름다울 게 분명하다.
 

전통한복은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짓는 것'

 
요즘 한옥마을이나 인사동에서 한복의 인기는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세태가 변함에 따라 그 한복은 전통이나 계승 이런 의미보단 SNS 게시물을 위한 수단으로 변한 것 같아 아쉽긴 하다. 얼마 전 한국을 대표하는 미인대회가 열렸다. 국적을 알아보기 힘든 한복이 무대를 활보하는 그야말로 웃픈(?) 상황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침침한 눈을 비벼가며 손수 지은 전통한복이 작은 인형들을 통해서 태어나고 있다. 마음을 모아 탄생한 전통한복을 입은 인형 옷은 그래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짓는 것'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고 한다. 오늘도 침침한 눈을 비벼가며 혹은 새벽잠에 깨어 바느질로 전통을 '짓는' 모든 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홍미옥 스마트폰 그림작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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