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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세상 떠난 남편 유산" 오페라에 푹 빠진 '철의 여인'

지난달 30일 서울 서교동 세아타워 강당. 100여 명의 청중이 네시간씩 자리를 지키며 오페라에 대한 토론을 이어나갔다. 서울대 음대의 음악학 연구자들이 주로 모인 음악미학연구회 주최 포럼이었다. 제목은 ‘오페라, 시대를 지휘하다’. 이 자리에 참석한 연구자들은  1700년대 헨델의 오페라부터 2006년 탄둔의 ‘진시황’까지 오페라와 시대의 관계를 연구해 발표했다.  

세아이운형문화재단 박의숙 이사장 인터뷰

지난달 30일 오페라 포럼에서 인삿말을 하고 있는 박의숙 세아이운형문화재단 이사장. [사진 세아이운형문화재단]

지난달 30일 오페라 포럼에서 인삿말을 하고 있는 박의숙 세아이운형문화재단 이사장. [사진 세아이운형문화재단]

 
객석에서는 흥미로운 질문이 나왔다. “오페라는 꼭 사랑을 다뤄야 하는가”에서 시작해 “오페라의 시대는 끝이 났는가”까지 다양한 논의가 오갔다. 오페라를 학술적으로 연구하는 이들이 이 장르를 즐기는 대중과 격의 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세아그룹 지주사인 세아홀딩스 박의숙(73) 부회장도 객석 질문자 중 하나였다. “베르디가 오페라를 만들었을 때 원작자인 실러, 위고 같은 문호들은 어떤 태도를 보였나” “베르디의 트레이드 마크는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음악학자들이 모인 음악미학연구회는 2015년부터 세아이운형문화재단의 후원을 받고 있다. [사진 세아이운형문화재단]

음악학자들이 모인 음악미학연구회는 2015년부터 세아이운형문화재단의 후원을 받고 있다. [사진 세아이운형문화재단]

박의숙 부회장은 세아이운형문화재단의 이사장이다. 국내 오페라를 후원하던 고(故) 이운형 세아그룹 회장은 2013년 출장차 칠레로 향하던 중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부인인 박의숙 이사장은 이 회장 작고 후 5개월 만에 재단을 만들어 오페라와 성악을 후원해왔다. 2015년부터 지원해오고 있는 음악미학연구회의 학술연구도 그 일환이다. “처음에는 회장님의 뜻을 이어받기 위해 재단을 만들었지만 이제는 오페라에 대한 사랑으로 후원을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오페라에 대한 사랑으로 유명했던 고(故) 이운형 세아그룹 회장. [사진 중앙포토]

오페라에 대한 사랑으로 유명했던 고(故) 이운형 세아그룹 회장. [사진 중앙포토]

  
박 이사장은 이제 임직원에게 오페라 강의를 할 정도의 음악 애호가가 됐고 포럼에서도 음악학자들에게 오페라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세아이운형문화재단은 고인에 대한 추모로 시작해 오페라와 성악을 집중적으로 후원하는 독특한 후원 재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포럼에서 만난 박 이사장은 “2013년 3월 갑작스러운 부고로 너무도 슬프고 황망한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오페라에 대한 회장님의 진심이 유산처럼 남았음을 깨달았다”고 했다. “고인은 2013년 칠레에서 경제 협력과 관련한 일정 외에도 한국에서 만든 오페라의 칠레 공연도 함께 추진하던 차였다. 의욕이 과해 당시 너무 과로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이운형 회장은 생전에 8년 동안 국립오페라 이사장직을 맡았고 작고할 때까지 후원회장으로 활동했다. 그의 오페라 사랑은 어떻게 시작됐던 걸까. 박이사장은 “국립오페라단이 2000년 재단으로 독립하면서 초기 이사장직을 맡아달라는 제의가 있었다. 회장님은 그전까지 음악 쪽으로 관심이 높지 않았지만, 수차례 고심 끝에 수락한 후 역할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오페라를 여러 방법으로 공부했다”고 기억했다.
 
 “차에 타기만 하면 오페라가 흘러나왔고, 여름마다 유럽에 가서 오페라를 봤으며 강의를 찾아 들었고 국립오페라단의 공연은 다른 캐스팅으로 모두 다 봤다”는 것이다. 박 이사장은 또 “오페라단의 공연뿐 아니라 고등학생 콩쿠르까지 관람했을 정도로 오페라에 온통 마음을 쏟았다”고 했다. 이 회장의 이름을 넣은 재단은 이처럼 13년 동안 오페라에 온 마음을 줬던 이 회장의 뜻을 잇기 위해 시작됐다.
 
철을 다루는 회사의 오페라 후원 재단인 세아이운형문화재단은 실력 좋은 성악가를 선정해 해외 오페라 극장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음악대학 성악과에 장학금을 전달하고 매년 음악회를 연다. 박이사장은 “화려하거나 큰 재단은 아니어도 진정성만큼은 확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세아그룹의 임직원들은 6년째 매해 너댓번씩 오페라 강의를 듣는다. 박 이사장은 “이제 베르디와 푸치니는 다 훑었다”고 했다.
오페라와 성악을 집중적으로 후원하는 세아이운형문화재단의 박의숙 이사장. [사진 세아이운형문화재단]

오페라와 성악을 집중적으로 후원하는 세아이운형문화재단의 박의숙 이사장. [사진 세아이운형문화재단]

 
박 이사장은 “베르디 ‘라트라비아타’를 들으면 마음이 저릿하고, 오페라 무대를 보면 눈, 귀와 마음이 쉴 사이 없이 바쁘다. 인간의 몸을 이용해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오페라와 성악의 매력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고 했다. 남편에 대한 추모로 시작해 음악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가고 있는 재단의 미래에 대해 그는 “오페라 분야에 선한 영향력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또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데 소리 없이 기여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덧붙였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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