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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닷에서 시작한 ‘빚투’ 10개월…폭로자들은 지금

래퍼 마이크로닷. [일간스포츠]

래퍼 마이크로닷. [일간스포츠]

지난해 11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래퍼 마이크로닷(본명 신재호·25)의 부모가 20년 전 지인들에게 거액을 빌린 뒤 달아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마이크로닷은 처음엔 “사실무근”이라고 강력하게 부인했지만 피해를 주장하는 이들과 고소장 등이 잇따라 언론에 공개되면서 모든 방송에서 하차했다.
 
이후 유명인의 가족에게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한 이들이 채권·채무 관계를 폭로하는 이른바 ‘빚투’(빚+Too)가 시작됐다. 10개월이 흐른 지금, 사건은 어떻게 흘러갔을까.
 

마이크로닷 부모, 20년 만에 재판받는 중

국제형사경찰기구인 인터폴의 ‘적색수배’에도 귀국을 거부하던 마이크로닷의 아버지 신모(61)씨와 어머니 김모(60)씨는 지난 4월에서야 한국에 왔다. 논란이 불거진 지 5개월 만이었다.
 
인천공항에서 대기하던 경찰에 체포된 신씨 부부는 바로 충북 제천경찰서로 압송됐다. 경찰과 검찰은 신씨 부부가 1990~98년 사이 제천에서 젖소 농장을 하면서 친인척과 지인 등 14명에게 총 4억원을 빌린 뒤 이를 갚지 않고 뉴질랜드로 달아난 혐의(사기)를 적용했다.
 
현재 아버지 신씨는 구속 상태로, 어머니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최근 법정에 증인으로 나선 한 피해자는 “신씨 부부 아들이 TV에 나와 죄책감 없이 웃고 떠드는 것을 보고 충격받았다”며 “나는 사기 피해의 충격으로 암 투병 중이다”고 엄벌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와 합의하고 부모 대신 돈을 갚기로 한 연예인도 있다. 코미디언 김영희의 부모는 1996년 친구에게 6600만원을 빌리고 잠적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김영희도 초반 “절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가 대중의 비판을 받고서야 활동을 중단했다. 지난 6월 김영희는 부모 대신 채무를 변제하기로 피해자와 합의했다고 알렸다.
 
그는 “20년간 아버지와 연락을 끊고 지냈기에 상황에 대해 알지 못했다”며 “피해자분들의 넓은 이해와 아량으로 합의가 원만히 진행됐다.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래퍼 마이크로닷(본명 신재호·25)의 부모가 지난 4월 8일 오후 충북 제천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뉴스1]

래퍼 마이크로닷(본명 신재호·25)의 부모가 지난 4월 8일 오후 충북 제천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뉴스1]

 

연좌제·마녀사냥 논란도

‘빚투’ 폭로자들은 “이것(채권·채무관계 공개)밖에 방법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박모(37)씨는 지난 7월 “2014년부터 국내 프로 스포츠 선수 A씨 가족이 운영하는 사업장에 3000만원 넘는 물품을 납품했지만 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다. 이 글은 현재 관리자에 의해 삭제된 상태다.
 
박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2017년 돈을 갚으라는 내용의 법원 조정이 성립됐지만 지금까지 그 돈을 받지 못해 사업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그런데 A씨 부모는 돈이 어디서 났는지 집도 새로 지었더라. 억울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A씨가 직접 이 일과 연관돼 있지 않은 건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조금이라도 부모 빚을 갚아왔다면 동네 사람들끼리 이렇게까지는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적으로 자식이 돈을 대신 갚아야 할 의무는 없다. 이 때문에 ‘빚투’ 폭로를 했다가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할 수도 있다. 윤예림(법률사무소 활) 변호사는 “설령 부모가 자녀의 유명세를 과시하며 돈을 빌렸다 하더라도 자녀가 ‘연대 보증인’이 아닌 이상 채무 상환의 의무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 변호사는 또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은 다수가 볼 수 있고, 확산할 가능성도 높아 일상생활에서 벌어진 명예훼손죄보다 더 높게 처벌하고 있다”며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명예훼손이 인정되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빚투가 현대판 연좌제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취업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3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빚투는 현대판 연좌제이자 마녀사냥이라고 생각한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은 77.5%로 나타났다. '자식으로서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은 21.9%였다. 특히 ‘이혼 등으로 자식과 교류가 전혀 없던 부모의 빚, 사기 등에 대해 자식이 책임져야 하느냐’는 물음에는 응답자의 55.9%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고 '전혀 그렇지 않다'는 대답도 43.2%였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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