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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 모집에 생사 걸린 ‘미생’ 자사고…내년 평가에 떨고 있는 외고·국제고

지난달 18일 서울 강남구 진선여자고등학교에서 열린 '자사고 재지정 여파 현 고1부터 수능 대폭변화 상위권 학생 고교선택전략 설명회'에서 학부모들이 입시업체가 배포한 자료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8일 서울 강남구 진선여자고등학교에서 열린 '자사고 재지정 여파 현 고1부터 수능 대폭변화 상위권 학생 고교선택전략 설명회'에서 학부모들이 입시업체가 배포한 자료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아직은 승자도, 패자도 정해지지 않았다. 교육감·교육부와 자율형사립고(자사고), 보수 교육계 간의 ‘전면전’으로 치달았던 올해 자사고 재지정 평가 이야기다. 진보 교육감의 지정 취소, 교육부의 취소 동의로 자사고 지위를 잃을 뻔했던 고교 10곳 모두 지난달 말 기사회생했다. 법원이 학교들이 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지정 취소의 적법성을 다투는 본안소송 전에 일반고로 전환되면 회복하지 못할 손해가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달부터 입학 전형…미달 땐 운영 어려워
전문가 "지원율 학군·지역 따라 차이"
'완생' 자사고는 경쟁률 상승 가능성
내년엔 외고·국제고 평가…대규모 탈락 우려

 
이들 학교는 내년도(2020학년도) 신입생을 자사고 학생으로 선발할 수 있게 됐다. 내년 신입생이 졸업할 때까지 자사고 운영을 할 수 있다. 내년으로 예상되는 1심 본안소송 판결에서 자사고가 승소한다면 통상 3년 정도 걸리는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신입생 모집을 계속할 수 있다. 1심에서 패소하면 가처분 연장이 어려워 2021학년도부터는 모집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2019년 자사고 지정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2019년 자사고 지정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미생' 자사고, 학생 외면 땐 운영 곤란

‘미생’ 자사고의 생사는 일차적으론 중3과 학부모의 선택에 달렸다. 이달 시작될 내년도 입학 전형에서 신입생을 확보해야 한다. 일반고와 달리 자사고는 재원을 학생의 등록금에 의존해 학생이 줄면 학교 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어렵다.
 
지난 7월 서울 경문고가 스스로 자사고 지위를 반납한 것도 수년간 ‘정원 미달→재학생 이탈→재정 악화’의 악순환에 시달려서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학생 수가 줄어든 학교는 좋은 내신을 받는 학생 수도 줄어, 이를 우려한 학생이 대거 전학하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전했다.   
서울 지역 자사고 입학 경쟁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서울 지역 자사고 입학 경쟁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미생'도 학군·지역 따라 생존 가능성

입시 전문가들은 자사고 경쟁률이 전반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지원율 격감→대규모 미달 사태’를 예상하는 이들은 없었다. 강명규 스터디홀릭 대표는 "자사고가 다시 흔들릴 수 있다고 걱정하는 분위기는 있지만 ‘일반고에 비해 낫다’는 학부모의 인식이 워낙 강하다"고 설명했다.
 
학부모의 ‘학습 효과’ 가 배경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정부와 교육감, 정치권이 '일반고 강화' '자사고 폐지'를 외쳐왔지만 일반고에선 체감할만한 변화는 별로 없을뿐더러 자사고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대입 수시 축소, 정시 확대’가 자사고에 불리하지 않다는 면도 원인이다.
 
‘미생’ 자사고의 생존은 학교가 있는 학군, 지역 사정에 좌우될 것으로 봤다. 강 대표는 "강남처럼 학군이 뒷받침되는 지역의 자사고는 일반고로 전환되더라도 학생 수준이 유지될 거라 기대하는 부모가 많다"며 전했다. "주변에 학부모가 만족할만한 학교가 없는 지역의 자사고는 대안이 없기 때문에 지원율이 급감하지 않을 것“(김창식·엠베스트 입시전략연구소)이란 관측도 나온다.  
 
반면 올해 재지정 평가를 통과한 ‘완생’ 자사고의 경쟁률은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오를 수도 있다. “향후 5년간 자사고 지위가 흔들릴 우려가 없기 때문에 교육청이 ‘문제없는 학교’란 도장을 찍은 셈이나 다름없기 때문”(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이다.
 

내년은 외고 평가… "대거 탈락 가능성"

2020년 평가 대상 자사고·외고·국제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020년 평가 대상 자사고·외고·국제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고교 체제를 둘러싼 혼란은 내년에 한층 거세진다. 교육부에 따르면 내년엔 외국어고 30곳, 국제고 6곳, 자사고 12곳의 재지정 평가가 진행된다. 사립외고의 대표격인 대원외고,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이 졸업한 한영외고, 최근 ‘대입 명문’으로 떠오른 용인외대부고·휘문고가 포함됐다.
 
교육계에선 적지 않은 학교가 탈락할 것으로 본다. 내년에 평가받는 외고·국제고의 절반 이상(19곳)이 교육감의 관할인 공립이라 교육청 평가에 적극 대응하기 어렵다. 학교 차원의 소송 제기도 불가능하다.  
 
사립 외고도 마찬가지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구본창 정책국장은 “사립외고 상당수는 재단 전입금이 아예 0원이거나 기준에 미달한다”고 지적했다. 재단 전입금은 재지정 평가 요소 중 하나다. 지난 6월 부산교육청 평가에서 탈락한 부산 해운대고는 수업료·입학금 총액의 5%를 전입금으로 내야 하는 기준에 미달해 감점을 당했다.  
 
과학고·영재학교와 달리 졸업자 진로와 교육과정이 ‘외국어 인재 양성’이라는 설립 목적에 부합하지 않다는 비판, 조 후보자의 논란 탓에 증폭된 ‘외고=귀족학교’라는 사회적 반감도 걸림돌이다. 그래서 올해 존폐 논란을 겪은 자사고처럼 ‘지정 취소→가처분 신청→잠정 유지’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관계자들이 서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자사고 재지정 취소 부동의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지난 7월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관계자들이 서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자사고 재지정 취소 부동의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진보·보수 모두 '단계적 전환' 비판

올해 자사고 논란을 거치면서 진보·보수 양측 모두 문재인 정부의 ‘자사고·외고·국제고의 단계적 전환’ 계획을 비판하고 있다. 교육부는 국정과제 로드맵에 따라 5년 단위의 학교별 재지정 평가를 통해 탈락한 학교를 일반고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진보교육감과 진보 성향 교육단체들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고쳐 한꺼번에 일반고로 바꾸자는 '일괄 폐지'를 주장한다. 구본창 정책국장은 “단계적 전환 방식은 많은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혼란도 크다. 그뿐만 아니라 상산고·민사고처럼 평가를 통과한 학교를 정점으로 한 고교 서열화가 여전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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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유보적인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 외고·국제고와 나머지 자사고의 평가가 예정된 만큼 이를 마무리한 뒤 국가교육회의 등을 통해 고교체제 개편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반면 보수 교육계에선 정부·교육감이 재지정 여부를 좌우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시행령 대신 법률로 정하자는 주장을 편다. 한국교총 조성철 대변인은 “고교 체제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아닌 법률에 직접 규정하는 ‘교육법정주의’를 확립해 학교 현장이 정치와 이념에 휘둘리는 일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천인성·박형수·최은경 기자
guch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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