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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세상 변한 줄 모르는 교수들

박태인 사회1팀 기자

박태인 사회1팀 기자

“교수 빼고 주위 사람과 사회는 다 변했는데 그걸 모르는 교수들이 많더라고요. 갑의 둔감함이라고 할까”
 
최근 막말과 성추행으로 언론에 보도되고 파면되는 교수들을 보며 한 국립대 교수 A씨가 전한 말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16일 강의 시간에 “여대는 사라져야 한다”“시집가는 게 취직하는 거다” 등 여성혐오 발언을 쏟아낸 사립 여대교수 김모씨의 파면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안종화 부장판사)는 김 교수가 페이스북에 세월호 유가족을 언급하며 “죽은 딸 팔아 출세했네” 등의 과도한 정치적 발언을 한 것 역시 파면 사유라 봤다. 재판부는 또 “김 교수는 평소 성차별적인 편견에서 기인한 여성 집단 자체에 대한 내부적 혐오의 감정을 비방, 폄훼, 조롱 등의 방법으로 표현했다”고 지적했다.
 
여성 혐오 발언으로 파면된 교수는 김 교수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25일 광주지방법원은 학생들에게 ‘걸레’라는 표현을 쓰고 “20대 여성은 축구공이라고 한다. 공 하나 놔두면 스물 몇 명이 오간다”고 발언한 순천대 교수 B씨의 파면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B교수는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해 “끼가 있어 따라다닌 것”이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대학가에선 이런 두 교수의 파면 소식에 대해 “학내 많은 사례들 중 하나일 뿐”이란 회의적 반응이 나온다.
 
지난달 26일 서울대에서는 서어서문학과 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며 졸업생 김실비아씨가 1인 시위를 하며 해당 교수의 파면을 요구했고 결국 교수는 해임 처분을 받았다. 숙명여대 등 일부 여대에선 학생들이 대자보로 여성 혐오 발언을 했던 교수를 고발하며 “이런 대자보를 이젠 그만 쓰고 싶다”는 답답함을 표한 경우도 있었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부대표는 이런 교수들의 여성 혐오 발언이나 성추행 논란에 대해 그들이 학교 사회에서 가진 ‘갑의 위치’ 때문이라 분석한다. 서 부대표는 “교수라는 권위를 갖고 공론장에선 할 수 없는 발언을 학생들에게 쏟아내는 것 아니겠냐”고 했다.
 
학교 사회가 미투 운동 이후 지난 몇년간 급변해 온 ‘젠더 문화’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우리 사회에서 성평등과 젠더감수성이 논의된 지는 채 몇년도 되지 않았다”며 “위계적인 대학 사회 속에서 일부 교수들이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일부 교수들은 최근 미투 등 젠더 이슈와 관련해 “변화된 학생들의 인식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 사립대 C교수는 “모든 학생들이 내 발언을 녹음한다는 생각으로 수업에 임한다”며 “전후 맥락이 삭제된 채 일부 말들이 SNS에서 왜곡될까봐 겁이 난다”고 말했다. A국립대 교수도 “내가 무심코 한 말이 학생들에게 상처가 되거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수업 중 ‘조심해야지’라는 생각을 여러번 한다”고 했다.
 
이런 입장도 이해못할 바는 아니지만 자신의 제자인 여대생들에게 “시집가는 게 취직하는 거다”는 식의 막말을 내뱉는 교수들을 학생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 학자로서 지니는 고유영역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세상의 변화에 둔감한채 자신만 옳다는 고집을 굽히지 않고서는 더이상 학교에 발붙이기 어렵다는 걸 교수들이 깨달았으면 한다.
 
박태인 사회1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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