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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용의 한반도평화워치] 고립무원 한국 외교, 대미 외교 복원이 핵심이다

기로에 선 대한민국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정부는 지난달 22일 일본에 대한 압박 카드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파기했지만, 앞뒤가 안 맞는 결정이다. 2016년 우리가 지소미아를 체결한 가장 큰 목적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대처이기 때문이다. 지소미아를 파기하자 북한은 보란 듯 ‘초대형 방사포 시험 발사’를 감행했다. 또 지소미아는 한·일 모두에 이익이 되는 협정이지만 일본의 우월한 정보 자산을 고려하면 지소미아 파기가 일본에 대한 카드는 되지 못한다.
 

최근들어 한국 외교 난맥상은
한·미 관계 균열이 근본 원인
트럼프 측근들 우리 편 만들고
미 행정부 등에 총력외교 필요

더 큰 문제는 이번 결정이 한·미 동맹에 심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직접 “실망했다”고 공개 발언한 것은 동맹국 사이에선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 2013년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을 때 미국 정부가 “실망했다”고 했는데 당시는 주일 미국 대사관 성명 수준이었는데도 미·일 관계에 빨간 불이 켜졌다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 발언에 이어 나온 국무부 성명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결정에 대해 강한 우려와 실망을 표시”하며 이 결정은 “동북아에서 한·미 양국이 직면한 심각한 안보 도전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오해(misapprehension)를 보여준다”며 미국의 강한 불만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한·미 관계 이상 신호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직전까지도 우리 정부는 전혀 예상을 못 하고 있었다. 그래서 대통령과 참모들이 북·미 정상 공동 기자회견을 시청하는 장면을 취재하라는 연락이 청와대 출입기자단에 뿌려졌다. 6월 말에는 판문점 우리 측 지역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53분 회담을 했는데 그 자리에 한국은 없었다. 남·북·미 회담을 갖자는 이야기를 안 했을 리 없는데 거절당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 삐걱대자 일본 경제 보복
 
그런가 하면 북한은 5월부터 3개월여 동안 무려 9번의 미사일과 방사포 발사를 감행했다. 이들 미사일과 방사포는 사정거리 상 우리만을 겨냥한 것이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을 겨냥한 북한의 도발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 트럼프의 특이한 동맹관이 문제의 근원이지만 북한과 협상 와중에 한·미 동맹에 이상이 생기고 있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북한의 도발이 남북 군사 합의 위반은 아니라고 한가한 이야기를 하면서 북한의 일개 국장이 대통령을 능멸하는 데도 제대로 한마디 쏘아주지 못하고 있다.
 
한·미 관계가 잘 작동하지 않으면 그 파급 효과는 단순히 한·미 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에 대한 일본의 부당한 경제 보복은 한·미 관계가 긴밀했다면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다. 1997년 말 외환위기 때 일본이 우리의 지원 요청을 거절한 것, 98년 1월 일본이 한·일 어업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도 한·미 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했다. 이번에도 만약 일본이 미국의 강한 반대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면 이렇게까지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 정부 인사들이 뒤늦게 워싱턴에 달려갔으나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
  
동맹 무시 트럼프 고려해 외교전략 짜야
 
그뿐인가. 중국은 우리가 ‘3불 약속’까지 해주었는데도 그들의 보복 조치를 거둬들이지 않고 있고 오히려 6월 말 한·중 정상회담에서 사드 문제를 다시 꺼내 들었다. 더욱이 중국은 우리 방공식별구역(KADIZ)을 제집 드나들 듯하면서 힘자랑을 하고 있다. 홍콩의 대규모 시위와 미·중 무역 분쟁, 그리고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에 신경이 쏠려 있는데도 이 정도니 앞으로 미·중 합의라도 되면 중국의 강짜는 훨씬 더해질 것이다.
 
러시아는 우리 영공을 침범하고도 유감 표시조차 없다. 이처럼 미국·중국·일본·러시아와의 관계가 동시다발적으로 이상이 생긴 것은 우리 외교가 전략적 틀 없이 임기응변식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닌지 의문을 갖게 한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미·중·일·러 외교를 하나씩 점검해 개선책을 찾아야겠지만, 문제의 핵심인 대미 외교부터 복원시키는 것이 긴요하다. 그런데 동맹에 큰 가치를 두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이 있기 때문에 우리의 노력은 복합적이 되어야 한다. 트럼프 주변에 대한 외교 노력과 트럼프 리스크를 극복할 외교 노력을 동시에 강화해야 한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이 귀를 기울이는 측근 인사들을 우리 편으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이란 공습 결정을 번복할 때에도 공식 외교·안보진용보다는 폭스뉴스 앵커의 의견을 들었다고 한다. 최측근인 이방카(트럼프 장녀)·쿠슈너(이방카 남편) 보좌관,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등을 대상으로 물밑 외교가 필요하다. 얼마 전 트럼프 대통령 방한 시 이방카 보좌관을 한미여성역량강화회의에 초청한 것은 잘한 일이지만 집중적인 노력을 이어갔으면 한다.
 
다음으로 트럼프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해서 행정부·의회·싱크탱크와 한국전 참전용사, 성장하는 한인사회 등 미국 내 한·미 동맹 우호세력을 대상으로 총력외교가 필요하다. 특히 미 의회에는 지한파 의원들이 많은데, 구슬을 꿰는 노력이 필요하다. 요즘 활동이 뜸한 코리아코커스의 활성화도 중요하다. 신임 주미대사의 역할을 기대한다.
  
한·미 동맹 강화는 고난도 외교 과제
 
셋째, 잠자고 있는 한·미 협의 메커니즘을 활성화해야 한다. 특히 이번 정부 들어 한 번도 열리지 못한 ‘외교 국방 2+2 장관회의’를 복원해야 한다. 트럼프에게 신중한 조언을 해주던 매티스 국방부 장관,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켈리 비서실장의 퇴진으로 불안 요인이 커졌다. 폼페이오 국무장관, 에스퍼 국방부 장관과의 관계를 돈독히 해야 할 이유다.
 
넷째, 한·미 관계를 전략적 시각에서 다뤄야 한다. 내년 11월 미 대선까지 예상되는 한·미 간 주요 사안들을 모두 올려놓고 큰 틀에서 주고받을 목표를 정하는 것이다. 예컨대 호르무즈 해협 안정화는 우리의 국익이 걸려있어서 충분히 참여를 고려할 수 있다. 기왕이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요청하도록 해서 값을 올려야 한다.
 
다섯째, 국가안보실(NSC)과 외교부·국방부 등이 맡은 임무를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 2017년 인도태평양전략에 대해서는 경제보좌관의 불참 발언이 있었지만, 지금은 우리가 참여하고 있다. 이번 중거리미사일 배치에 대해서는 비서실장이 입장을 밝혔는데 전문성을 가진 담당 부서에서 표현 하나까지 면밀하게 검토하여 발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끝으로 한·미 관계를 튼튼하게 만들려면 양국의 정상급부터 실무자까지 상호 신뢰를 쌓고 한·미 동맹의 중요성에 대해 일치된 인식을 갖는 것이 기본이다. 이러한 기본이 흔들리면 아무리 대미 외교를 열심히 하더라도 사상누각일 따름이다.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한·미 동맹을 강하게 유지하는 것은 고난도 외교 과제다. 하지만 한·미 관계가 튼튼하면 북한도, 일본도, 중국도 우리에게 함부로 하지 못한다. 한·미 관계 강화는 우리에게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트럼프 국빈 만찬에 나온 독도새우가 아쉬운 이유
독도새우

독도새우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1998년 11월 20~23일 방한했다. 이 방문은 좀 이례적이었다. 미국 측에서 먼저 방문을 요청했고 일본은 1박 2일, 한국은 3박 4일로 한국 체류 기간이 훨씬 길었다. 당시는 클린턴 대통령이 성 추문으로 곤경에 몰려 있을 무렵으로 워싱턴에 있기 거북한 상황이었다.
 
한국 방문은 김대중 대통령과의 돈독한 관계를 고려해 클린턴 대통령이 직접 선택한 것이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어려운 처지에 놓인 클린턴 대통령에 대해 선배 정치인 입장에서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해주었고 클린턴 대통령이 아주 고마워한 것으로 알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정상외교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역지사지의 자세로 생각하면서 성의와 배려가 느껴질 수 있도록 했다. 냉엄한 국익의 현장에서 정상 간의 돈독한 관계가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지만, 상대방 정상이 최대한 우리 입장을 배려하려 하면 효과는 매우 크다. 또 정상이 그런 생각이면 장관·실무자들도 알아서 하게 마련이다.
 
2017년 말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은 그런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 국빈 만찬 메뉴에 독도새우(사진)를 내놓았는데 자신들의 대통령 방한을 활용하려는 시도에 미국이 어떤 생각을 가졌을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외교는 긴 호흡으로 나가야 한다.
 
조태용 전 외교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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