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우명호 교수가 지난달 13일 한양대 연구소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태희 기자
자율주행 전문가 선우명호 교수
현재는 기술 개발역량 30~40%를
차가 신호·표지판 읽는 데 집중
한국, 세계 최강 5G·반도체 활용
차에 실시간 도로정보 쏴주면
자율주행 기술 선도할 수 있어
선우 교수는 “국내 자율주행 기술 개발의 애로점을 해결하고 동시에 다른 나라를 압도하려면 5G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어느 나라나 자율주행 개발 역량의 30~40%를 교통표지판이나 신호등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반응하는 데 투입한다”며 “교통신호와 표지판 정보를 차량이 읽도록 할 게 아니라 5G를 통해 실시간으로 차량에 쏴주면 한국 자율주행 기술이 단번에 세계를 선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우 교수는 “특히 이런 기술이 모두 반도체를 기반으로 돌아가는데 한국은 5G와 반도체가 모두 세계 최강이어서 적어도 기업영역에서는 자율주행 패권의 기반을 상당한 정도로 갖추고 있다”고 했다.
![지난 3월 선우 교수 팀이 국내 최초로 5G기반 자율주행을 시연하는 장면. [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9/02/affba50d-8bbf-4970-81a7-eea3f814346b.jpg)
지난 3월 선우 교수 팀이 국내 최초로 5G기반 자율주행을 시연하는 장면. [연합뉴스]
자율주행 차량의 상용화 시점과 관련, 선우 교수는 “버튼 하나 누른 채 운전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자율주행 상용화는 2035~2040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실이나 실험 단계에서 성공한 기술이라도 모든 사람이 실생활에 쓰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의미다. 그는 “자율주행 차량이 처음으로 등장한 건 무려 63년이나 됐다”며 희귀 영상 하나를 보여줬다. 1956년에 미국 GM이 개발한 ‘파이어 버드 2’ 차량이 트랙에서 관제소 통제를 받으면서 자율주행하는 장면이었다. 그는 “당시 GM은 뉴욕 엑스포에 파이어 버드2를 출품하면서 ‘20년 후면 이같은 자율주행이 실생활에 적용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60년이 넘게 지나도록 아직 상용화는 실현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연구자들이 상용화 시점을 멀리 잡으면 정부가 지원을 안 하는 문제가 생긴다”며 “성급한 상용화 보다는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일이 훨씬 중요하다”고 했다.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5세대이동통신망(5G)을 통한 도심 자율주행에 성공한 차 ‘A1’. [뉴시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9/02/411d0a61-5ee6-4b58-97aa-9a26b3dfe4f1.jpg)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5세대이동통신망(5G)을 통한 도심 자율주행에 성공한 차 ‘A1’. [뉴시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삼성이 자동차 산업에 진출하려던 90년대 중반 비화도 털어놨다. 이건희 당시 삼성 회장은 자동차 분야 권위자 4명을 불러 자문을 구했다. ‘그가 분석하면 자동차 회사 주가가 달라진다’고 할 정도였던 미국의 메리언 켈러도 포함됐다. 켈러 등 2명은 글로벌 생산설비 과잉을 이유로 자동차 산업 진출에 반대했다.
선우 교수는 진출 당위성을 반도체에서 찾았다. 그는 “당시 세계 1위 제조사였던 GM이 세계에서 12번째로 큰 반도체회사를 갖고 있다는 사실은 아는 이가 거의 없었다”며 “미래 자동차는 반도체가 핵심 부품이 될 것이므로 삼성이 반드시 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그는 이후 답답한 마음에 한 일간지에 ‘한국 자동차 산업 미래가 없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냈다가 각계에서 엄청난 공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정치적 판단이 아닌 현장 전문가들의 의견이 존중돼야 기술 패권 선도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