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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불꼬불 길, 복잡한 교통신호…한국이 자율주행 세계 1등 될 조건”

선우명호 교수가 지난달 13일 한양대 연구소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태희 기자

선우명호 교수가 지난달 13일 한양대 연구소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태희 기자

복잡한 교통신호와 표지판, 좁고 꼬불꼬불한 골목길. 한국의 교통 여건은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최악의 조건처럼 보이지만 바로 이 악조건때문에 우리나라의 자율 주행기술이 세계 1등이 될 가능성이 높디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
 

자율주행 전문가 선우명호 교수
현재는 기술 개발역량 30~40%를
차가 신호·표지판 읽는 데 집중

한국, 세계 최강 5G·반도체 활용
차에 실시간 도로정보 쏴주면
자율주행 기술 선도할 수 있어

자율주행기술 전문가로 꼽히는 한양대 미래자동차공학과 선우명호 교수는 지난 달13일 인터뷰에서 “한국이 세계 자율주행 기술패권을 얼마든지 차지할 수 있다”며 “한국에서 원활히 작동하는 기술은 세계 시장에도 쉽게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우 교수가 이끄는 한양대 자동차전자제어연구실(ACE Lab)은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5세대(5G) 이동통신 기반의 도심 자율주행에 성공했다. 서울 강변북로 등 8㎞의 복잡 구간을 운전 조작 없이 자동차 스스로 시속 80㎞로 주행했다.
 
선우 교수는 “국내 자율주행 기술 개발의 애로점을 해결하고 동시에 다른 나라를 압도하려면 5G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어느 나라나 자율주행 개발 역량의 30~40%를 교통표지판이나 신호등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반응하는 데 투입한다”며 “교통신호와 표지판 정보를 차량이 읽도록 할 게 아니라 5G를 통해 실시간으로 차량에 쏴주면 한국 자율주행 기술이 단번에 세계를 선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우 교수는 “특히 이런 기술이 모두 반도체를 기반으로 돌아가는데 한국은 5G와 반도체가 모두 세계 최강이어서 적어도 기업영역에서는 자율주행 패권의 기반을 상당한 정도로 갖추고 있다”고 했다.
 
지난 3월 선우 교수 팀이 국내 최초로 5G기반 자율주행을 시연하는 장면. [연합뉴스]

지난 3월 선우 교수 팀이 국내 최초로 5G기반 자율주행을 시연하는 장면. [연합뉴스]

선우 교수는 “자율주행이나 승차공유를 포함한 한국 모빌리티 산업 발전에 가장 큰 문제점은 정부 내에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모빌리티 관련 예산을 각 부처가 제밥 그릇 챙기기 식으로 쪼개 가면서 그랜드 플랜 안에서 모빌리티 산업을 발전시키는 힘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또 운행허가를 받은 자율주행차량이 턱없이 부족한 점도 문제로 꼽았다. 그는 “미국의 웨이모가 (자율주행 차량을) 3만대, 중국의 바이두가 2000대를 운행 준비 중인데 국내에는 고작 50여대가 운행 중”이라며 “한국이 50대로 40일간 운행해 얻는 정보를 바이두는 하루면 모두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자율주행 차량의 상용화 시점과 관련, 선우 교수는 “버튼 하나 누른 채 운전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자율주행 상용화는 2035~2040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실이나 실험 단계에서 성공한 기술이라도 모든 사람이 실생활에 쓰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의미다. 그는 “자율주행 차량이 처음으로 등장한 건 무려 63년이나 됐다”며 희귀 영상 하나를 보여줬다. 1956년에 미국 GM이 개발한 ‘파이어 버드 2’ 차량이 트랙에서 관제소 통제를 받으면서 자율주행하는 장면이었다. 그는 “당시 GM은 뉴욕 엑스포에 파이어 버드2를 출품하면서 ‘20년 후면 이같은 자율주행이 실생활에 적용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60년이 넘게 지나도록 아직 상용화는 실현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연구자들이 상용화 시점을 멀리 잡으면 정부가 지원을 안 하는 문제가 생긴다”며 “성급한 상용화 보다는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일이 훨씬 중요하다”고 했다.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5세대이동통신망(5G)을 통한 도심 자율주행에 성공한 차 ‘A1’. [뉴시스]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5세대이동통신망(5G)을 통한 도심 자율주행에 성공한 차 ‘A1’. [뉴시스]

자율주행 기술 패권에서 현재 앞서 있는 나라로는 미국·독일·프랑스·이스라엘 등을 꼽았다. 그는 “자율주행 차량에 들어가는 레이더·라이다·카메라 등은 모두 군사장비라는 공통점이 있다”며 “국방력이 강한 나라들이 자율주행 핵심 부품의 기술력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스마트폰 제조의 세계적 강국이지만 차량용 카메라는 이동하면서 사물을 인식해야 해서 스마트폰 용과는 기술적으로 많이 다른 부품”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제한에서 드러난 것처럼 자율주행 기술과 함께 부품 경쟁력도 높여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삼성이 자동차 산업에 진출하려던 90년대 중반 비화도 털어놨다. 이건희 당시 삼성 회장은 자동차 분야 권위자 4명을 불러 자문을 구했다. ‘그가 분석하면 자동차 회사 주가가 달라진다’고 할 정도였던 미국의 메리언 켈러도 포함됐다. 켈러 등 2명은 글로벌 생산설비 과잉을 이유로 자동차 산업 진출에 반대했다.  
 
선우 교수는 진출 당위성을 반도체에서 찾았다. 그는 “당시 세계 1위 제조사였던 GM이 세계에서 12번째로 큰 반도체회사를 갖고 있다는 사실은 아는 이가 거의 없었다”며 “미래 자동차는 반도체가 핵심 부품이 될 것이므로 삼성이 반드시 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그는 이후 답답한 마음에 한 일간지에 ‘한국 자동차 산업 미래가 없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냈다가 각계에서 엄청난 공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정치적 판단이 아닌 현장 전문가들의 의견이 존중돼야 기술 패권 선도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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