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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통장으로 실탄 채운다" 주담대 누르자 '꼼수대출'

정부의 대출 규제로 주택담보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규제가 느슨한 전세자금대출을 비롯한 마이너스 통장, 개인사업자 대출이 눈에 띄게 늘기 시작했다. [연합뉴스]

정부의 대출 규제로 주택담보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규제가 느슨한 전세자금대출을 비롯한 마이너스 통장, 개인사업자 대출이 눈에 띄게 늘기 시작했다. [연합뉴스]

 
맞벌이 부부인 임 모(32) 씨는 이달 초 은행을 찾아 마이너스 통장(신용한도 대출)을 만들었다. 부부가 빌릴 수 있는 한도까지 꽉 채워서 2억원을 마련했다. 임씨는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이 꿈틀거리는 듯해 불안한 마음에 최대한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며 “기회를 봐서 서울 역세권에 매물이 나오면 전세를 끼고라도 구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문턱을 높이자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전세자금 대출은 물론 마이너스통장, 개인사업자 대출이 늘어나고 있다. 우회로를 통해 빌린 돈이 주택시장 매입자금으로 유입되는 모양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7월 초 오름세로 돌아서자 규제를 피한 ‘꼼수 대출’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중앙포토]

[중앙포토]

 

①‘돌아온 마통?’ 실탄 채우고 투자기회 노린다

 
마이너스 통장은 약정 기간 동안 신용한도 대출을 미리 잡아놓고 필요할 때마다 돈을 쓸 수 있다. 마이너스 통장의 대표적인 쓰임새는 집을 사거나 분양을 받으면서 계약금을 낼 때다. 통장을 열어 놓으면 언제든지 돈을 빼서 쓸 수 있어 전세를 끼고 주택을 사는 ‘갭투자’ 용도로도 쓰이는 경우가 많다.  
 
집값 상승세에 최근 마이너스통장을 만들거나 한도를 늘리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 마이너스통장으로 실탄을 채운 뒤 부동산 투자 기회를 엿보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의미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마이너스 통장 고객 수(약 95만 명)는 큰 변화가 없지만, 전체 신용한도 금액은 7334억원 늘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신용한도 대출 금리가 3%대로 떨어지자 마이너스통장을 문의하는 사람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택담보대출 증가 속도는 둔화한 반면 마이너스통장ㆍ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최근 3개월간 크게 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은행권 기타대출은 2조2000억원 늘었다. 증가 폭으로는 2018년 10월(4조2000억원) 이후 9개월 만에 최대였다.  
 

마통으로 실탄을 채우고 투자 기회를 엿보는 것은 여전히 ‘갭투자’의 메리트가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갭투자’의 성지로 불리는 서울 중랑구의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은 지난달 69.6%(부동산 114자료)다. 집값의 30% 정도만 있으면 집을 살 수 있는 셈이다. 강북ㆍ구로ㆍ관악구 등지의 전세가율도 서울 평균(53.6%)보다 10%포인트 이상 높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부동산담당 연구원은 “서울시의 자가점유율은 43% 정도로 본인 집에서 거주하는 사람이 절반도 안 된다”며 “비거주자가 전세를 끼고 주택을 산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②규제 느슨한 전세대출받아 ‘인 서울’ 도전

 
 최근 서울 집값이 다시 과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최근 서울 집값이 다시 과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직장인 이 모(42) 씨는 최근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보유한 102㎡ (공급면적 약 31평) 아파트를 4억원에 판 뒤 전세를 끼고 서울 서대문역 인근 9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샀다. 이 씨는 “아무래도 일산보다 서울 집값이 더 오를 것 같아 결심했다”며 “최대한 자금을 끌어모으려 전세대출을 받고 전셋집으로 이사했다”고 말했다.  
  
국내 은행의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지난 4월 기준 100조원을 넘어섰다. 2016년(52조원) 이후 2년 4개월 만에 2배로 불어났다. 전세 수요가 늘었다고 설명하기에는 대출 잔액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  
  
전세 대출은 주택담보 대출에 비하면 규제가 느슨하다. 통상 전세 대출은 임차 보증금의 80%까지 돈을 빌릴 수 있다. 서울을 포함한 투기지역의 주택담보대출이 매매가의 40%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지난해 도입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전세대출은 원금을 제외한 이자만 반영한다.
 
전세 대출이 규제 문턱이 높은 주택담보대출의 우회로로 이용되는 이유다. 뿐만 아니다. 절차도 상대적으로 복잡하지 않다. 전세계약서와 확정일자만 있으면 대출이 된다.  
 
은행에서 실제 거주 여부를 조사하지 않기 때문에 전세자금대출이 주택 구매를 위한 ‘꼼수’로 활용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게 ‘전세 스와핑’ 사기다. 두 사람이 먼저 주택담보대출로 아파트를 산 뒤 상대의 집에 허위로 전세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주택담보대출로 부족한 자금을 전세자금대출로 메우는 것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③사업자 등록한 뒤 대출 받고 폐업하는 이유는

 

개인사업자 대출도 주택자금대출 규제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대출 문턱이 높아졌지만 임대업자를 제외한 개인사업자에게는 80%까지 대출을 해주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는 사업자 등록을 한 뒤 개인사업자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은행도 대출 전에 자금의 사용 용도를 확인한다. 문제는 돈에 꼬리표가 없다는 데 있다. 당초 약속한 대로 사업 자금으로 썼는지는 확인이 쉽지 않다.  
 
때문에 이런 허점을 악용해 제2금융권이나 부동산 중개업자 사이에선 사업자등록을 한 뒤 대출을 받은 뒤 주택 구입에 쓰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개인사업자 대출을 받고 대출금 일부를 갚아 가계대출로 갈아탄 뒤 폐업 신고를 하면 된다고 부추기는 것이다.  
  
지난달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327조2000억원)은 올해 들어 12조6000억원(3.8%) 늘었다.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 잔액(630조)의 절반 규모다.  
  
개인사업자대출이 주택 구매용으로 쓰인다는 지적에 결국 금융당국은 지난달 실태 점검에 나섰다. 대출 용도에 맞게 썼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은행권보다 규제가 느슨한 저축은행을 시작으로 농협과 수협 등 상호금융조합의 개인사업자 대출을 살펴보고 있다.  
 
개인사업자 대출도 증가세.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개인사업자 대출도 증가세.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전문가들 “규제할수록 새로운 형태의 풍선효과 나타나”

 
이남수 신한은행 지점장은 “부동산 규제가 늘어날 수록 서울과 지방간 집값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집값이 더 오를 수 있는 서울에 집을 사겠다는 투자 욕구가 규제를 우회한 꼼수 대출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지역 부동산의 수급 불균형을 해결하지 않은 채 부동산과 대출 규제로 주택값을 잡으려 하다보니 꼼수 대출이 생겨나고 있다”며 “결국 가계 부채의 약한 고리인 전세대출이나 자영업대출이 늘어나게 되고 이들이 부실로 이어지면 경제에 미치는 타격은 더 클 수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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