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홍콩 12세 소년은 왜 쇠파이프 들고 폭력시위 선봉에 섰나

 
홍콩의 시위는 낮과 밤이 전혀 다르다. 오후엔 평화적 시위가 펼쳐지지만 해가 지면 시가전 양상을 띤다. 31일엔 적어도 홍콩 6곳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진압도 강경하다. 파란색 염료의 물대포가 처음 등장했고 두 번째 실탄 발사가 있었다. 다급했다는 이야기다.

어제 완차이 등 최소 6곳에서 불길
경찰은 물대포, 최루탄, 실탄도 발사
100여 경찰이 시위대 무차별 구타도

특히 홍콩의 타이즈(太子) 전철역에선 31일 밤 11시부터 자정을 넘어 1일 새벽까지 100여 폭동진압 경찰이 시위대를 무차별 구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7월 말 위안랑(元朗)역에서 흰옷 입은 200여 괴한이 임산부까지 폭행한 테러의 재판이라는 비난이 나온다.
그런데 낮과 밤의 홍콩 시위대를 하나로 묶어주는 구호가 있다. “香港人 加油”다. “홍콩인 힘내라” 또는 “홍콩인 이겨라”는 뜻이다. 시위가 벌어지는 현장 어디에나 이 구호가 울린다. 왜 힘을 내라는 걸까, 누구에게 이기라는 건가. 상대가 중국임은 불문가지다.
 이 외침엔 중국과의 ‘다름’을 강조하고 싶은 홍콩인의 속내가 담겼다. 최근 홍콩 시위에서 큰 충격을 준 일이 발생했다. 지난 25일의 시위에서 36명이 붙들렸다. 한데 여기에 12세 소년이 끼어 있었다. 이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9월부터는 중학생이 될 참이었다.  

홍콩 시위대가 31일 밤 완차이 한 가운데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쌓아 놓고 불을 놓았다. 시위대는 "싸울 의지를 보여주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유상철 기자]

홍콩 시위대가 31일 밤 완차이 한 가운데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쌓아 놓고 불을 놓았다. 시위대는 "싸울 의지를 보여주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유상철 기자]

시위 도중 체포된 883명 중 최연소였다. 소년은 제법 무장도 갖췄다. 헬멧에 방독면도 쓰고 스프레이, 게다가 5피트짜리 쇠파이프를 들고 있었다. 붙잡힌 건 폭력 충돌의 선봉에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체포된 뒤 아픔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홍콩 사회가 놀랐다. ‘송환법’ 반대 시위에 어떻게 이제 막 초등학생에서 벗어나는 어린 친구가 나오게 됐는지. 홍콩 경찰이 조사해보니 시위하다 체포된 12~16세 미성년자가 이제까지 15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홍콩 완차이 서던 구장에 모인 시위대를 유심히 살폈다. 곳곳에 소년들이 보였다. 부모를 따라 나온 여자아이도 있었지만 일부 소년은 친구들끼리 무리를 지어 온 모양새였다.    
홍콩 폭동진압 경찰이 31일 밤 시위대를 체포하고 있다. 타이즈 전철역에선 100여 경찰이 시위대를 무차별 구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홍콩 폭동진압 경찰이 31일 밤 시위대를 체포하고 있다. 타이즈 전철역에선 100여 경찰이 시위대를 무차별 구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홍콩의 12세 소년은 왜 책가방 대신 쇠파이프를 들었나. 중국 언론은 개탄했다. 홍콩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재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자칭 ‘Robin 아저씨’란 사람이 725홍콩달러를 주고 홍콩의 ‘교양 교재’를 살폈다.  
그랬더니 “나는 홍콩인이지 중국인이 아니다. 홍콩인은 중국인과 다르다”로 해석될 내용, 대륙 사람을 비하하는 표현, “홍콩 기본법엔 행정장관에게 애국을 요구하고 있지 않다” 등과 같은 중국 입장에서 보면 말이 안 되는 표현이 적지 않게 들어 있다는 것이었다.  
학교에서 이런 걸 배웠으니 결과가 뻔하지 않으냐는 탄식이다. 한데 홍콩 교재는 왜 이런 내용을 담게 됐나. 이에 대한 성찰은 보이지 않았다. 1997년 반환 이후 홍콩 사회 곳곳을 파고드는 중국의 영향력, 그리고 이를 우려하는 홍콩인의 불안한 속내는 간과했다.  
홍콩은 날로 중국화 되고 있는데 홍콩인은 그게 싫은 것이다. 왜? 중국이 현재 보여주고 있는 체제가 결코 매력적이지 못한 까닭이다. 중국 사회는 감시 사회다. 세계 최다의 감시 카메라가 작동하며 인민의 일거수일투족을 엿본다.  
홍콩 시위대가 31일 밤 완차이 한 가운데 도로를 부셔서 경찰에 던질 돌을 만들고 있다. [유상철 기자]

홍콩 시위대가 31일 밤 완차이 한 가운데 도로를 부셔서 경찰에 던질 돌을 만들고 있다. [유상철 기자]

여기에 홍콩인들은 중국의 입김이 커지면서 인권 침해를 두려워하고 있다. 중국에 갔다가 연락이 끊기는 사태도 홍콩인들의 불안을 커지게 했다. 이른바 실종이다. 이번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가 터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범죄자라면 중국에 인도할 수 있어야 하지만 그보다는 멀쩡한 사람이 중국에 인도될 가능성을 홍콩인은 더 두려워하는 셈이다. 환구시보(環球時報)의 총편집 후시진(胡錫進)은 홍콩 사태의 분수령을 이룰 것으로 여겨진 8월 31일의 시위 취재를 위해 지난 29일 홍콩에 왔다.  
그가 한 홍콩 젊은이를 인터뷰했다. 청년은 시위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중국에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혹시 시위대로 오인돼 붙들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환구시보는 청년의 대답에 “난감하다”고 썼지만 이게 바로 홍콩인들의 불안한 속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홍콩 폭동진압 경찰이 31일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 발사 총을 겨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홍콩 폭동진압 경찰이 31일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 발사 총을 겨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일 만난 홍콩 신문의 한 기자는 베이징에선 홍콩 시위를 어떻게 보도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중국 언론에선 시위대의 폭력을 부각한다. 또 시위대 배후엔 미국 등 외부 세력이 개입해 있다고 비난한다.  
일반 중국인은 홍콩인도 중국 사람인데 어떻게 미국 성조기를 앞세우며 중국 오성홍기를 바다에 집어 던지는 매국 행위를 할 수 있냐고 분개한다. 또 영국 식민지 시절엔 홍콩 정부 지도자를 홍콩인 스스로 뽑은 적이 있었냐고 반문한다. 그러다 보니 시위에 강경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나라도 양보하면 안 된다는 분위기다.  
사실 중국 내부적으론 홍콩 경찰의 태도가 미적지근한 것 같아 내심 불만이다. 세게 나가면 될 텐데 중국 뜻과 같이 움직여주는 게 아니다. 그래도 현재로선 홍콩 경찰이 시위대를 진압하는 게 상책이라 판단해 홍콩 경찰에 대한 지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홍콩 경찰이 31일 처음으로 파란색 염료의 물대포를 시위대를 향해 발사했다. 염료가 착색된 옷을 입은 사람을 시위대로 가려내기 위한 것이다. [로이터=연합뉴스]

홍콩 경찰이 31일 처음으로 파란색 염료의 물대포를 시위대를 향해 발사했다. 염료가 착색된 옷을 입은 사람을 시위대로 가려내기 위한 것이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럼에도케리 람 행정장관이 이끄는 홍콩 정부는 재량권이 없다는 관측이 많다. 중국 중앙 정부의 말을 따라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시위대와 대화해 이들을 설득할 재량권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결국 홍콩 경찰이 시위대를 완전하게 무너뜨리든가, 아니면 매 주말 시위대와 싸우던가 둘 중 하나다.  
중간 타협점을 찾기 어려워 보이는 게 현재 홍콩 사태다. 시위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여겨진 8월 31일 시위를 앞두고 학생 지도부와 입법회 의원 등을 대거 검거했지만, 또 알 수 없는 백색 테러도 벌어졌지만, 홍콩인은 13번째 주말 시위를 이어갔다.  
최근 홍콩 시위가 변하고 있다. 12세 소년이 쇠파이프를 들었듯이 어린 학생 참여자가 늘고 있다. 이들에겐 날로 중국화하는 홍콩의 미래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자신이 성인이 됐을 때 부닥쳐야 하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31일 홍콩 완차이에서 벌어진 시위 현장에 온 어린이가 오른쪽 눈에 피 흘리는 케리 람 홍콩 행정장관의 모습을 담은 포스터를 들여다 보고 있다. 경찰이 쏜 물체에 맞아 홍콩의 한 여성이 오른쪽 눈을 잃은 데 대항 항의 표시다. [유상철 기자]

31일 홍콩 완차이에서 벌어진 시위 현장에 온 어린이가 오른쪽 눈에 피 흘리는 케리 람 홍콩 행정장관의 모습을 담은 포스터를 들여다 보고 있다. 경찰이 쏜 물체에 맞아 홍콩의 한 여성이 오른쪽 눈을 잃은 데 대항 항의 표시다. [유상철 기자]

또 하나 눈에 띄는 변화상은 시위의 과격화다. 31일 시위에선 홍콩 시내 곳곳에 불길이 치솟았다. 언론은 적어도 6곳이 넘는다고 했다. 도로 한가운데 쌓아 놓은 바리케이드 위에 불을 질렀다. “싸울 의지를 보여주고 싶다”는 게 시위대의 설명이었다.  
이런 가운데 2일부터 시작되는 새 학기엔 홍콩의 10개 대학은 물론 90개에 이르는 중고교에서 수업 거부인 파과(罷課) 운동이 벌어질 예정이다. 초여름 시작된 홍콩 시위가 계절을 바꿔 가을로 접어드는 셈이다.  
홍콩 시위대는 9월부터는 물건을 사지 말자는 ‘파매(罷買)’ 운동도 새롭게 전개할 예정이다. 매주 금요일과 일요일엔 꼭 필요한 기본 생활용품을 제외하고는 구매하지 말자는 것이다. 홍콩 정부에 타격을 주고 상인들의 시위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지난 6월 9일 송환법 반대로 시작된 홍콩 시위가 지난달 26일로 역대 가장 길었다는 2014년의 우산혁명 때의 79일 시위를 넘어섰다. “홍콩인 이겨라” 구호는 계속되고 있다. 홍콩 시위의 핵심은 여기에 담겼다. 홍콩은 중국이 되기 싫은 것이다.  
홍콩=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