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헌책방 구하기 나선 '서울책보고' 성공할까

지난 3월 문을 연 ‘서울책보고’는 서울시가 신천동 유수지의 창고를 재생해 만든 국내 첫 공공 헌책방이다. 청계천 헌책방거리 서점들이 힘을 모아 ‘노포(老鋪) 노하우’도 담았다. 천천히 살펴보면 초판본 같은 ‘보물’을 발견할 수도 있다. 헌책방의 묘미다. 김현동 기자

지난 3월 문을 연 ‘서울책보고’는 서울시가 신천동 유수지의 창고를 재생해 만든 국내 첫 공공 헌책방이다. 청계천 헌책방거리 서점들이 힘을 모아 ‘노포(老鋪) 노하우’도 담았다. 천천히 살펴보면 초판본 같은 ‘보물’을 발견할 수도 있다. 헌책방의 묘미다. 김현동 기자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청계천 헌책방거리는 한산했다. 오가는 사람이 몇 명 없다. 마침 소나기도 내렸다. 서점들은 급히 가림막을 치고 내놓은 책도 서점 안으로 들였다. 1988년 이곳에서 헌책방을 시작한 백모(59)씨는 “헌책방이 얼마 전까지 25곳 있었는데 이제 17곳 남았다”며 “나도 3년을 못 버틸 거 같다”고 걱정을 털어놓았다. 백씨와 이야기를 나눈 한 시간 동안 서점을 찾은 손님은 2명. 이들이 서점에 머문 시간은 채 1분도 안 됐다.
 
비슷한 시간 궂은 날씨에도 서울 잠실 신천동 공공헌책방 ‘서울책보고’는 수십명의 사람들로 붐볐다. 카페·강연, 여행·독서법·자녀 성교육 프로그램 등 즐길 거리가 가득했다. 이정화(38)씨는 “집이 근처라 자녀들과 일주일에 한 두 번은 꼭 온다”며 “책이 깨끗하고 책값도 싸서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멀리서도 서울책보고를 찾는다. 화곡동에 사는 심모(71)씨는 “헌책방을 좋아해 서울대 근처 ‘흙서점’ 등을 자주 다녔다”며 “집이 멀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서울책보고에 온다”고 말했다.  
   

서울책보고의 흥행, 손님뺏기 우려도 

서울책보고는 서울시가 지난 3월27일 헌책방을 살리기 위해 만든 443평 크기의 초대형 공공헌책방이다. 서울시는 이곳에서 헌책방들이 내놓은 책을 대신 판매한다. 책값의 10%는 운영비·수수료로 떼고 나머지는 헌책방에 돌려준다. 청계천 헌책방 17곳 중 10곳이 참여하고 있다. 참여한 헌책방 29곳 중 21곳이 서울지역 헌책방들이다. 5개월 동안 약 17만 3000명이 이곳을 다녀갔다. 하루 평균 1000명이 방문하고 주말엔 2000명이 찾는다. 팔린 책만 약 13만권이다. 서울도서관 관계자는 “처음엔 서울책보고가 잘 될까 걱정했지만, 지금은 추가 입점을 원하는 헌책방도 늘고 있다”고 밝혔다.  

청계천 헌책방 거리. 김태호 기자

청계천 헌책방 거리. 김태호 기자

서울책보고가 대신 책을 팔아주며 헌책방에 경제적인 도움을 주지만, 헌책방 거리 손님을 뺏는다는 우려도 있다. 청계천 헌책방 주인 채오식(60)씨는 “서울책보고가 수입에 도움이 됐지만, 헌책방 서점주인들은 손님이 분산되고 줄어들 거란 걱정도 많이 했다”며 "초기엔 서울책보고를 반대한 서점도 있었다”고 밝혔다. 
 
앞서 만난 백씨는 “손님이 줄어든 게 서울책보고 때문이라고 볼 순 없지만, 공교롭게 올해 봄부터 5명 오던 손님이 1~2명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백씨 단골손님 중엔 청계천을 떠나 서울책보고에서 책을 사는 사람도 생겼다. 그는 “서울책보고에 입점하지 않으면 손해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또 함께하자니 서울책보고 손님만 늘어날까 우려됐다”며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백씨는 “결국 내가 더 손님들에게 친절하게 다가가는 수밖에 없다”며 “좁은 서점이라도 부담 없이 구경할 수 있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헌책 판매만 매달려선 안 돼”

전문가들은 서울책보고가 헌책 판매에만 매달려선 안 된다고 말한다. 백원근 책과 사회연구소 대표는 “서울책보고가 책을 대신 팔아줘서 헌책방들에게 당장 도움이 되겠지만, 그만큼 서울책보고에 의존하게 된다”며 “의존도가 높아지면 헌책방들은 개성과 특색을 살리지도 못한 채 손님이 끊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백 대표는 “서울시가 청계천 헌책방거리를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한 만큼 책만 가져가서 팔 게 아니라, 서점들이 자생력을 길러 전문·특성화된 공간을 만들 수 있게끔 직접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창경 신구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는 “서울책보고가 중고서적 판매·소비과정에 지나치게 개입하면 중고서적 시장이 부자연스러워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청계천 헌책방거리는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되어있다. 김태호 기자

청계천 헌책방거리는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되어있다. 김태호 기자

서울책보고 운영을 맡고 있는 이정수 서울도서관장도 헌책 생태계를 무너뜨려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 관장은 서울책보고를 더 짓자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제안도 거절했다. 그는 “헌책 대신 독립출판서적이나 지역잡지 등 다른 ‘책보고’역할을 찾겠다”고 밝혔다. 또 “헌책방에 임대료를 지원하는 등의 직접적인 지원은 현실적으로 대상 범위가 넓고 금액산정도 힘들다”면서 “앞으로 서울책보고가 헌책방과 시민의 매개역할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김태호 기자 kim.taeho@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