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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서 영어 독립 『킹제임스성경』…훈민정음에 버금

김환영의 영어 이야기 

『킹제임스성경』의 초판본 표지. [사진 펜실베이니아대 도서관]

『킹제임스성경』의 초판본 표지. [사진 펜실베이니아대 도서관]

“영어가 모국어인데도 『킹제임스성경』을 단 한 자도 읽지 않은 사람은 야만인에 가깝다.” 이 시대 대표적인 무신론자 리처드 도킨스가 한 말이다. 물론 도킨스에게 『성경』은 신앙서가 아니다. 지식인·교양인이 읽어야 할 문학서·역사서·고전에 불과하다.
 

교양인 꼭 읽어야 할 문학·역사서
『성경』 통일로 영국 내 분열 치유

제임스 1세(1566~1625)의 요청·주도·후원으로 탄생한 『킹제임스성경(KJB·KJV)』(1611)은 영국·미국 패권의 ‘언어 인프라(linguistic infrastructure)’를 구축한 책이다.
 
영국 국왕 제임스 1세와 세종대왕(1397~1450년)의 고민은 비슷했다. 각기 라틴어와 한자로부터 영어와 한국어를 ‘독립’시켜야 하는 역사적 사명이 부과됐다. 그 결과 훈민정음과 KJV라는 불멸의 작품이 탄생했다.
 
KJV은 salt of the earth(세상의 소금), go the extra mile(특별히 애를 쓰다), a wolf in sheep’s clothing(양의 탈을 쓴 늑대) 같은 표현의 원조다.
 
오늘날 좌파·우파가 국론을 분열시키듯, 당시엔 『성경』해석이 나라를 어지럽혔다. KJV는 당시 성공회 주류와 비주류인 청교도 사이의 갈등을 봉합했다. 또 엘리트와 민중을 모두 만족하게 한 미스터리 텍스트다.
 
전도서 8장 14~15절을 KJV와 『공동번역 성서』는 이렇게 표현한다. KJV가 필독서라는 주장이 맞는지 직접 비교·분석해보자.
 
- “There is a vanity which is done upon the earth; that there be just men, unto whom it happeneth according to the work of the wicked; again, there be wicked men, to whom it happeneth according to the work of the righteous: I said that this also is vanity. Then I commended mirth, because a man hath no better thing under the sun, than to eat, and to drink, and to be merry: for that shall abide with him of his labour the days of his life, which God giveth him under the sun.”
 
- “땅 위에서 되어가는 꼴을 보면 모두가 헛된 일이다. 나쁜 사람이 받아야 할 벌을 착한 사람이 받는가 하면 착한 사람이 받아야 할 보상을 나쁜 사람이 받는다. 그래서 나는 이 또한 헛되다고 한 것이다. 그러므로 즐겁게 사는 것이 좋은 것이다. 하늘 아래서 먹고 마시며 즐기는 일밖에 사람에게 무슨 좋은 일이 있겠는가? 그것이 없다면 하늘 아래서 하느님께 허락받은 짧은 인생을 무슨 맛으로 수고하며 살 것인가?”
 
전도서에서 유래한 ‘eat, drink and be merry’(먹고 마시고 즐겨라)’는 쾌락주의를 옹호하는 관용구다. 반전이 있다. 전도서는 이렇게 끝난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심지어 남몰래 한 일까지도 사람이 한 모든 일을 하느님께서는 심판에 붙이신다는 사실을 명심하여라.”
 
김환영 대기자 / 중앙콘텐트랩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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