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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숨바꼭질 … 노선 바꾼 지하철 이동상인

파는 자와 막는 자

지하철 보안관 박상혁(38·사진 앞)씨와 성영준(27)씨가 23일 오후 5호선 열차를 순찰하고 있다. 이들은 보따리를 짊어지고 물건을 파는 이동상인 등을 단속한다. 김현동 기자

지하철 보안관 박상혁(38·사진 앞)씨와 성영준(27)씨가 23일 오후 5호선 열차를 순찰하고 있다. 이들은 보따리를 짊어지고 물건을 파는 이동상인 등을 단속한다. 김현동 기자

2015년 5만6424명, 2018년 2만8486명. 지하철 이동상인 단속 건수가 3년 새 절반으로 떨어졌다. 1~8호선을 관리하는 서울교통공사(메트로) 측은 “지속적 단속으로 이동상인 수가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동상인은 2011년에 비해 절반가량 줄었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말이다. 상인들도 “절반 이상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단속 보안관이 본 ‘지하철 장사’
작년 단속 2만8000명, 3년 새 절반
2호선이 1호선의 3배, 7호선도 많아

보안관, 달리는 열차 눈으로 ‘스캔’
과태료 5만원, 불응 땐 최고 100만원

“시끄럽고 불편” “먹고살자는데”
“노점상 등록제 참고해 대안 만들어야”

2호선에서 이동상인들이 가장 많이 적발됐다. 전체 2만8486명의 24%에 해당하는 6937명이었다. 7호선이 그 뒤를 이어 5025명(18%)이었다. ‘지하철 이동상인의 장터’로 불리는 1호선은 2234명(8%)이었다. 2호선은 시청·신도림·강변·교대·동대문역사문화공원 역, 7호선은 가산디지털단지·고속터미널·상봉역 등 직장인 출퇴근 시간이 아니어도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경유한다. 게다가 이 역들 근처에는 이동상인들의 사무실(소규모 유통회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철 동호회의 한 회원은 “1호선이 단속의 집중 타깃이 됐기 때문에 이동상인들이 다른 노선을 거점으로 삼기 위해 이동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동상인 조직들은 일정한 구역이 있는데, 상인들이 다른 조직으로 옮겼다는 말이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 보안관-이동상인 물리적 충돌도
이동상인 단속의 최전선에는 지하철 보안관이 있다. 지하철 보안관 제도는 2011년 서울시가 도입했다. 단속 초기에는 물리적 충돌이 잦았다. 5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천호 구간의 박상혁(38) 보안관은 “당시 이동상인들이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러 왔냐’고 반발했다”며 “지금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박 보안관은 2012년부터 활동한 보안관 2기다. 지하철 보안관은 기간제-무기계약직을 거쳐 정규직이 됐다. 보안관이 기간제 근로자일 때는 이동상인들이 “무슨 권한으로 단속하느냐”고 반발하기도 했다.
 
지난 16일, 박상혁 보안관은 성영준(27) 보안관과 함께 5호선 장한평역에서 한 이동상인의 판매 행위를 적발했다. 승강장에 진입하고 있는 지하철을 보고 상황을 파악한다. 달리는 지하철을 스캔하는 것이다. 박 보안관은 “선배들이 이런 스캔 비법을 알려주는데 일반인들도 한 달만 하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하철 보안관 박상혁(38·오른쪽) 씨와 성영준(27) 씨가 23일 오후 5호선 군자역으로 진입하는 열차를 '스캔' 하고 있다. 보안관들은 이렇게 움직이는 열차 안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김현동 기자

지하철 보안관 박상혁(38·오른쪽) 씨와 성영준(27) 씨가 23일 오후 5호선 군자역으로 진입하는 열차를 '스캔' 하고 있다. 보안관들은 이렇게 움직이는 열차 안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김현동 기자

승객들이 지하철을 타면 일정한 시간에 일정한 이동상인을 만나듯 보안관들도 해당 라인에서 일정한 이동상인을 만난다. 사실상 보안관들은 이동상인의 얼굴을 알고 있지만 바로 단속할 수는 없다. 증거가 있어야 한다. 이동상인들이 “그냥 갖고 다니는 짐”이라고 발뺌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상품을 통로에 덩그러니 팽개치고 승객처럼 앉아 있기도 한다. 그들은 이동상인에게 객차 사이의 출입문 너머에서 찍은 사진을 증거로 제시했다. 성 보안관은 “판매 행위는 철도안전법 47조 7항 위반이므로 과태료 부과됩니다”라고 통지한 뒤 이동상인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는 “오직 공무적인 통지만 할뿐 이동상인들과 말을 섞지 않는다”고 말했다.

 
철도안전법은 공중이나 여객에게 위해를 끼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철도 보안관들은 해당 금지행위를 제지하고 녹음, 녹화할 수 있다. 위반시 과태료는 5만원. 철도종사자 지시에 3회 불응하면 최고 1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경범죄 처벌법에 따라 인근소란죄로 10만원의 과태료에 처해질 수도 있다. 과태료를 3회 이상 1000만원 넘게 체납한 경우 법원의 결정에 의해 감치될 수 있다. 보안관들이 가장 긴장하는 순간은 이동상인에게 퇴거 조치를 취할 때다. 반발이 심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 이동상인은 수긍하며 물러났다.
이동상인 판매 행위가 불법임을 보여주는 1호선 용산역 승강장의 안내판. 김홍준 기자

이동상인 판매 행위가 불법임을 보여주는 1호선 용산역 승강장의 안내판. 김홍준 기자

#승객들 “불편하다” “먹고살자는데”
이동상인의 지하철 내 장사에 대해 승객들의 반응은 갈린다. 박 보안관은 “무관심, 반발심, 동정심으로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규림(19)씨는 “이동상인이 오이 깎는 기계 판다며 내 팔에 다짜고짜 깎은 오이를 붙이더라”며 “지하철 편하게 타고 가려는데 시끄럽다”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반면 회사원 조문원(57)씨는 “먹고살자고 그러는데, 단속도 정도껏 해야 하지 않나”고 말했다. 주부 이한나(38)씨는 “이동상인들이 무슨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고 별 신경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반응도 제각각이다. 조효제 성공회대 교수는 “이동상인들의 장사는 소상공인 활동의 하나로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며 “공론화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선근 사회공공연구원 부원장은 “대중교통 문제는 시민안전과 공공서비스 문제로 직결되는데 지하철 내에서의 상행위 제재는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한 사회문제 전문가는 “노점상인들의 일부 상행위를 합법화한 ‘노점상 등록제’를 참고할 수 있다”며 “이동상인들에게 지하철 출입증 발급이나 세금부과, 판매시간 제한 등으로 공존 모델을 형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이동상인들의 물건 판매는 철도안전법에 따른 위법 행위로 다른 승객들 안전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 단속을 이어 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 승객 통행권 보장을 위해 매점·자판기 전면 철거를 추진했으나 영세 상인들의 생존권 논란이 불거지자 최근 계획을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2020년까지 20% 철거로 계획을 수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홍준 기자 rim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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