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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충전소 찾아 3시간 헤매…경유차로 갈아탄다”

서울시 서초구 양재 수소 충전소에서 충전 중인 수소차들. 천권필 기자

서울시 서초구 양재 수소 충전소에서 충전 중인 수소차들. 천권필 기자

평소 친환경차에 관심이 많았던 남상민 씨(52)는 1년을 기다린 끝에 지난 3월 수소차를 구매해 6개월째 타고 있다. 차량의 주행 성능도 만족스러웠고 잔고장도 없었지만, 문제는 연료였다. 집이나 직장 주변에 수소 충전소가 없다 보니 연료가 줄어들 때마다 충전소 찾을 걱정부터 됐다. 매주 운행 계획을 세워야 할 정도로 운전 습관도 완전히 달라졌다.
 
남 씨는 “그나마 가장 가까운 서울 양재동의 충전소를 이용했는데, 최근에 단축 운영을 한다며 퇴근 시간에 문을 닫아 버렸다”며 “어쩔 수 없이 집에서 70㎞ 떨어진 경부고속도로 안성 휴게소까지 가서 충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시간 길어지자 “절반만 충전” 

서울시 서초구 양재 수소 충전소에서 절반만 충전할 수 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천권필 기자

서울시 서초구 양재 수소 충전소에서 절반만 충전할 수 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천권필 기자

주말이었던 지난 4일 수소차 충전을 위해 집을 나선 그의 차에 동승했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의 집에서 가장 가까운 양재 수소 충전소까지 걸린 시간은 20여 분. 충전소에 도착하자 두 대의 차량이 충전을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충전소 벽에는 ‘대기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부득이 350bar(50%) 충전을 제공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서울은 물론 지방의 수소차주들까지 이곳에 몰리면서 충전 대란이 벌어지자 임시방편으로 내놓은 조치였다. 남 씨는 “이전에는 차량이 워낙 많고 충전시간도 오래 걸려서 5시간 이상 기다린 적도 있다”고 말했다. 충전을 마치자 주행가능거리는 300㎞까지 늘어났다.
 
대기시간은 줄었지만, 충전소에 대한 차주들의 불만은 여전히 컸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서 수소차 충전을 위해 왔다는 김호성 씨는 이날 남은 연료에 더해 150㎞밖에 충전하지 못했다. 그는 “수소차를 몰다 보면 언제 연료가 떨어져 차가 설지 모르기 때문에 견인되는 것도 고려해서 타야 한다”며 “지방에 일이 있어서 예정보다 한 시간 일찍 출발했는데도 가려고 했던 충전소가 고장으로 문을 닫으면서 다른 곳을 찾아 헤매다가 결국 약속보다 두 시간 반이나 늦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소차를 팔고 대신 경유 SUV 차량을 사려고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수소차 급증하는 데…충전소 확충은 더뎌

‘친환경차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수소차는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경유차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가 보조금 지원을 통해 빠르게 수소차 보급을 늘리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최근에는 대통령 전용차로 처음 수소차를 도입하기도 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으로 전국에 보급된 수소 승용차는 총 2752대, 수소 버스는 4대다. 지난해 말(729대)보다 4배 가까이 늘었다. 정부는 추경 예산을 투입해 연말까지 수소차를 6196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하지만, 정작 수소차 운행에 필요한 충전소 등의 인프라는 차량이 늘어나는 속도에 비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전국에 운영 중인 수소 충전소는 총 28곳이다. 서울의 경우 마포구 상암동과 서초구 양재동 충전소 등 두 곳에서만 수소차 충전을 할 수 있다. 그나마 상암동 충전소는 주말에는 운영하지 않는다.
 
현재 서울 시내에는 146대의 수소차가 운행 중인데, 연말까지 400여 대가 추가로 보급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국회 앞에 설치되는 신규 충전소가 다음 달부터 운영을 시작하면 충전소 대란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기존에 운영 중이었던 충전소들이 하반기 중에 시설 개선을 위해 문을 닫을 예정인 데다가 경기, 인천 지역의 충전소 설치 일정이 미뤄지면서 차주들의 불편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 등록 차량만 계산했을 때는 문제가 없지만, 경기도와 인천에 등록된 차들도 서울로 충전하러 오기 때문에 다른 지역의 충전소 확충 문제도 같이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잇따른 사고로 주민 반발 커져

수소차 충전소인 서울 마포구 상암수소스테이션에서 충전소 관리자가 수소 연료 주입기를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소차 충전소인 서울 마포구 상암수소스테이션에서 충전소 관리자가 수소 연료 주입기를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지난 5월 강원도 강릉과학단지에서 수소탱크 폭발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6월에는 노르웨이 산비카의 수소충전소에서 사고가 나면서 충전소의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 전국 곳곳에서 충전소 건설이 지연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로 인해 차를 계속 보급하고 있는데도 아직 충전소가 없는 지역도 적지 않다.
 
전국에서 수소차 보조금을 가장 많이 지급하는 강원도의 경우 도내에 충전소가 한 곳도 없다. 올해 말까지 강릉, 원주 등 5곳에 수소차 충전소를 짓기로 했지만,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사실상 연내 설치가 어려워졌다. 서울 등 도심 지역에서는 비싼 땅값과 각종 입지 규제로 인해 부지를 구하기조차 쉽지 않다.
 
박륜민 환경부 대기미래전략과장은 “수소 충전소는 학교에서 최소 200m 떨어진 곳에 지어야 하는 등 입지 규제가 있기 때문에 서울에서 그런 조건들을 충족할 수 있는 부지를 찾기가 어렵다”며 “수소 충전소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주민들을 설득하는 것도 과제”라고 말했다.
 
임재준 수소에너지네트워크(하이넷) 부사장은 “수소차 시장이 자리 잡으려면 충전소 등의 인프라가 수소차 보급보다 더 빨리 가야 하지만 비용 부담이 워낙 커서 민간의 참여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충전소들이 자생할 수 있을 때까지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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