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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 3조 줄어드는데 예산 44조 증가, 나라 곳간 비상

내년도 정부 살림이 513조원이 넘는 ‘역대급’ 예산으로 편성된다.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과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확장 재정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란 게 정부 설명이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연평균 10.4%에 달했던 세수 증가세가 내년에는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상황에서 ‘실탄’ 마련 및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내년 예산 513조…9.3% 증가
문 정부 3년 만에 113조 늘어
홍남기 “경제회복 위해 적자 감내”
‘총선용 퍼주기 예산’ 지적 나와

정부는 29일 국무회의를 열고 총 513조5000억원 규모의 2020년 예산안을 확정했다. 이는 올해 본예산(469조6000억원)보다 43조9000억원(9.3%)이나 증가한 역대 최대 규모다. 9.7% 증액했던 올해에 이어 2년 연속 9%대의 ‘초수퍼 예산’을 편성하는 것이다. 정부 예산은 2011년(309조1000억원)에 300조원을 넘어선 뒤 2017년(400조5000억원)에 400조원을 돌파했다. 결국 현 정부 출범 이후 불과 3년 만에 예산이 113조원 늘면서 500조원대마저 돌파하는 셈이다
 
국가채무 사상 처음 800조대 진입 
 
2020 분야별 예산.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2020 분야별 예산.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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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활력 회복에 대한 정부의 강한 의지를 담아 감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확장적 기조로 편성했다”며 “일시적인 재정적자 확대를 감내하면서라도 궁극적으로 ‘적극재정→경제성장→세수증대’의 선순환 구조를 가져오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해줄 재원이 관건이다. 내년도 국세수입은 292조원으로 올해보다 2조8000억원(0.9%) 줄어들 전망이다. 본예산 기준으로 국세수입이 감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그만큼 최근 경기가 부진하다는 의미다.
 
국세수입을 포함한 내년 총수입은 올해(476조1000억원) 대비 1.2% 증가한 482조원에 그칠 전망이다. 513조5000억원 규모의 총지출 예산보다 적다. 수입을 초과하는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 정부는 올해 33조8000억원이었던 ‘적자 국채’ 발행한도를 내년도 60조200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1년 새 26조4000억원이나 급증한 역대 최대 규모다.
 
국가 예산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국가 예산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정부의 확장 재정으로 일반회계·특별회계 및 기금을 모두 포괄하는 통합재정수지는 내년에 2015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특히 내년 중앙·지방정부가 직접 갚아야 하는 국가채무 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800조원을 넘어선 805조5000억원을 기록할 예정이다. 올해 740조8000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700조원을 돌파했는데, 1년 만에 800조원대로 진입하게 된 것이다.
 
증가 속도는 더 빨라진다. 국가 채무는 2021년 887조6000억원, 2022년에는 970조6000억원을 기록하고, 2023년에는 1061조3000억원까지 늘면서 국가 채무 1000조원 시대를 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올해 37.1%였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23년 46.4%까지 치솟는다. 정부 전망대로면 인구보다 세금이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빨라 국민 1인당 세금 부담액은 올해 570만원에서 2023년 649만원으로 13.9% 늘어날 전망이다.
 
홍 부총리는 “국가채무비율이 100%를 넘는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결코 우려할 수준이 아니고 양호한 수준”이라며 “2023년 40% 중반까지 국가채무를 가져가는 것이 불가피하되, 용인할 수준이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상대적으로 넉넉한 나라 곳간은 무역수지 흑자와 더불어 외부 충격을 극복하는 방파제 역할을 해왔다. 여기에 앞으로 인구 감소와 빠른 고령화에 따라 복지비용이 급격히 늘어난다는 점에서 불안감이 적지 않다. 통일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일각에선 공기업의 부채도 정부가 갚아야 할 빚이므로 이를 포함하면 국가 채무 비율이 이미 60%를 넘었다는 주장이 나온다.
 
통합재정수지 5년 만에 적자 전망
 
국가채무 전망.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국가채무 전망.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전문가들은 내년에 정부의 확장 재정 취지에는 수긍하면서도,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규모 증가 폭이 빠르게 늘어나는 등 재정건전성 악화에는 우려를 표했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신용평가사나 외국인 투자자 등은 국가채무의 절대 규모보다 채무 증가속도에 더 신경을 쓴다”며 “선심성 재정 지출을 억제하고 민간의 활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경제 정책을 전환하는 것이 병행돼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확장 재정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크다. 일자리·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관련 지표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정부·여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용 퍼주기 예산’을 짜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통계청장을 지낸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결국 이 같은 빚은 국민 부담으로 돌아오게 마련이고, 빚이 계속 쌓이면 다음 세대의 짐으로 떠넘겨질 수밖에 없다”며 “지출 구조조정도 함께 이뤄져야 재정의 급격한 악화를 막을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도 “규제 완화로 기업의 사업 기회를 넓히는 방식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것이 필요하다”이라고 말했다.
 
세종=손해용·김도년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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