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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경영] "일본 수출규제 파고 넘자" 기업들 '혁신'나섰다

포스코의 공장은 도금량이나 압연 하중을 자동제어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경제포럼이 선정하는 ‘등대공장’에 꼽혔다. 등대공장은 어두운 밤하늘에 등대가 불을 비춰 길을 안내하듯,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을 적극 도입한 공장을 의미한다. [사진 포스코그룹]

포스코의 공장은 도금량이나 압연 하중을 자동제어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경제포럼이 선정하는 ‘등대공장’에 꼽혔다. 등대공장은 어두운 밤하늘에 등대가 불을 비춰 길을 안내하듯,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을 적극 도입한 공장을 의미한다. [사진 포스코그룹]

한일 갈등으로 시작된 일본 수출규제로 국내 기업이 경영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매출액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모노리서치를 통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기업 51.6%가 ‘일본 수출통제 조치가 경영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응답했다.
 

대기업 매출 평균 2.8% 감소 전망
신제품·서비스, 새 구조 도입 필요
현대차·LG전자 ‘오픈이노베이션’
두산 디지털전환, 신세계 사업재편
전문가 "민간이 R&D 혁신 주도…
정부는 분위기 조성, 규제 풀어야"

실제로 한국경제연구원은 일본의 수출규제로 국내 대기업 매출액은 평균 2.8%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영업이익도 평균 1.9%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유환익 한경연 상무는 “매출 감소율을 기준으로, 일반기계(-13.6%), 석유제품(-7.0%), 반도체(-6.6%), 철강제품(-3.9%) 등이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일부 업종 기업은 적자전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은 역시 혁신이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혁신을 내세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묘안을 짜내고 있다. 여기서 혁신 경영은 새로운 제품·서비스나 신생산 기술·구조를 도입해서 기업 경영의 핵심적인 분야를 본질적으로 바꾸는 행위를 뜻한다.
 
혁신 경영을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분야는 기술이다. 현대차그룹은 기술 혁신을 ‘전략기술본부’를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다. 전략기술본부는 표면적으로는 정보통신·인공지능·공유경제 등 미래 혁신 트렌드 분석과 관련 기술에 집중하는 조직이다. 하지만 지금은 현대차그룹의 오픈이노베이션을 체계적으로 추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다.
 
LG전자 역시 키워드는 ‘오픈이노베이션’이다. 캐나다 토론토 인공지능연구소나 북미 연구개발(R&D)센터, 모스크바연구소 등 각지에서 사외 연구소·대학과 공동으로 혁신을 모색 중이다.
 
두산은 전통적 제조업에 정보통신기술(ICT)를 접목하면서 전사적인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작업을 추진 중이다. 제품·기술은 물론 일하는 방식까지 혁신해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9월 국내 최초로 후측방 레이더를 독자 개발한 데 이어, 지난해 말까지 차량 주변 360°를 모두 감지할 수 있는 4종의 레이더 기술을 확보했다. 라이다 센서 역시 2020년까지는 선행 개발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효성이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인 일부 제품도 기술 혁신이 밑거름이었다. 예컨대 효성첨단소재가 개발한 탄소섬유 제품은 약 10년간 연구개발한 끝에 자체 개발한 제품이다. 효성의 실적을 이끌고 있는 스판덱스 브랜드 ‘크레오라’도 2010년 이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다.
 
혁신 기술을 확보하려면 투자는 필수다. 현대자동차도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45조3000억원 수준의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며, 현대모비스는 연구·개발(R&D) 투자비용을 매년 10% 안팎 확대 중이다. 롯데그룹도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올해부터 5년간 국내·외 전 사업부문에 50조원을 투자 중이다. LG화학은 올해에만 R&D 분야에 사상 최대인 1조3000억원을 투자하고, 매년 투자규모를 10% 이상 늘려나갈 계획이다.
 
CJ그룹은 최근 3년 동안 R&D에 150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선보인 ‘비비고 죽’이나 ‘냉동면’은 이와 같은 R&D 투자의 결실이다.
 
소재·부품 분야도 중요하다. 이번 한일갈등으로 일본이 수출규제라는 카드를 꺼낸 건 한국보다 소재·부품 산업이 앞선다고 자부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국내 기업들은 소재·부품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현대제철은 전기차량용 소재 기술력을 강화해 신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지난 16일 중국 상하이에서 공개한 미래형 콘셉트카(H-솔루션 전기차)가 대표적이다. 이 차량에는 현대제철이 개발한 미래형 자동차 소재가 대거 적용되어 있다.
 
기존의 관행을 뛰어넘어 사업 재편에 나선 기업도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자체 여성복 브랜드 델라라나를 연 매출 1000억원 이상의 ‘메가 브랜드’로 키우기 위해 사업 재편을 단행했다. ‘델라라나’‘S’ 등 2개로 운영 중인 여성복 브랜드를 ‘델라라나’ 하나로 통합한 것이다.
 
현대백화점그룹도 신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500억원을 투자해 올해 압구정본점·신촌점·미아점·중동점 4개 점포 리노베이션 공사를 시작한다. 한 해에 4개 점포를 리노베이션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백화점·아울렛 출점 준비도 한창이다. 내년 이후 줄줄이 백화점과 아울렛을 개점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해외로 눈을 돌렸다. 유통업계에서는 드물게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해외 2개국에 진출해 활발하게 해외에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2019년 7월 현재 기준 국내 126개 점포, 해외에서 59개 점포 등 총 186개 점포를 운영하는 글로벌 유통업체로 성장했다.
 
현대백화점 역시 TV홈쇼핑 업계 최초로 호주에 진출했다. 현대홈쇼핑은 지난 8월 1일 호주 TV홈쇼핑 채널 ‘오픈샵(Open Shop)’을 개국했다. 안정적인 방송 송출을 위해 호주 1위 민영 지상파 사업자(세븐네트워크)와 송출 계약도 맺었다. 세븐네트워크는 호주 내 5개 지상파 사업자 중 방송 시청률과 광고 점유율이 1위인 민영 미디어 기업이다.
 
이와 같은 기업들의 혁신은 이제 누구나 현실에서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3층)에 가면 ‘자동수하물 위탁 서비스 존’이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도입한 서비스 자동화 기기다. 자동수하물위탁 기기에 탑승권을 인식한 후 수하물 태그를 발급받아 직원을 거치지 않고 승객이 직접 수하물을 위탁하는 서비스다.
 
포스코그룹도 4차 산업혁명 기술에 관심이 크다. 포스코는 스마트 고로 기술이나 용융아연도금공장에서 도금량을 자동제어하는 기술, 압연 하중을 자동으로 배분하는 기술 등 다양한 스마트공장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경제포럼이 선정하는 ‘등대공장’에 꼽혔다. 등대공장은 어두운 밤하늘에 등대가 불을 비춰 길을 안내하듯,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을 적극 도입한 공장을 의미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 주도 R&D는 민간 주도 R&D보다 효과가 떨어지는 만큼, 민간이 주도권을 갖고 R&D 투자·혁신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정부가 분위기를 조성하고 규제를 해소해야 경제 성장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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