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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째 ‘조선인학살’ 추도 거부 도쿄도지사…'올림픽 헌장 위배'

“어떤 차별도 금지하는 헌장 아래 내년 올림픽·패럴림픽을 개최하는 도시의 수장이 ‘증오범죄(hate crime)’의 과거에 진지하게 마주하려고 하지 않는다.”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가 3년 연속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추도식에 추도문을 보내지 않은 것에 대해 아사히신문이 29일 사설을 통해 이렇게 비판했다. 일본시민단체가 주최하는 추도식은 1974년 이후 해마다 9월 1일 도쿄 스미다강 인근 요코아미초(橫網町) 공원 내 추도비 앞에서 열린다.  

아사히 사설서 "역사수정주의 가담 행위" 비판
미디어 노련하게 활용, '반한 감정'도 정치화
올림픽 성공, 재선 발판으로 중앙정치 노려
지지기반 공고화…우익 논리 도정에 반영

 
지난달 24일 도쿄올림픽 1년을 앞두고 가진 기념행사에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왼쪽)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오른쪽)이 참석했다. 고이케 지사 오른쪽은 도쿄올림픽 조직위원장인 모리 요시히로 전 총리,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다. [EPA=연합뉴스]

지난달 24일 도쿄올림픽 1년을 앞두고 가진 기념행사에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왼쪽)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오른쪽)이 참석했다. 고이케 지사 오른쪽은 도쿄올림픽 조직위원장인 모리 요시히로 전 총리,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다. [EPA=연합뉴스]

고이케 지사는 취임 직후인 2016년에는 전임 지사들처럼 추도문을 보냈다. 그러나 도쿄도의회에서 자민당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시 자경단은 재해에 편승해 흉악사건을 일으킨 조선인들에 대한 자경 조치다’ ‘추도비에 적힌 희생자 6000여 명은 과대하다’는 등의 역사 왜곡 발언이 쏟아지자 이듬해부터 추도문을 보내지 않았다.
 
이런 고이케 지사의 행동을 두고 아사히는 “(일본 우익들의) 역사 수정주의 움직임이 최근 계속되고 있다”며 “(고이케 지사가) 추도문 중단을 정착시킨 것은 그러한 풍조에 가담하는 행위 임에 틀림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키고,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당시 유언비어에 대해선 일본 정부가 이미 잘못을 시인했다고 강조했다.  
 
1923년 일본 도쿄를 비롯한 수도권 일대를 강타한 간토대지진 당시 학살된 조선인들을 추모하기 위한 행사가 지난해 9월 1일 도쿄 스미다구 도립 요코아미초공원에서 열렸다. 그러나 이날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추도문을 보내지 않았다. [연합뉴스]

1923년 일본 도쿄를 비롯한 수도권 일대를 강타한 간토대지진 당시 학살된 조선인들을 추모하기 위한 행사가 지난해 9월 1일 도쿄 스미다구 도립 요코아미초공원에서 열렸다. 그러나 이날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추도문을 보내지 않았다. [연합뉴스]

'극장 정치'하는 포퓰리스트 

방송인 출신의 고이케는 미디어를 노련하게 활용하는 전형적인 ‘극장형 정치인’이다. 2016년 7월 도쿄도지사 보궐선거에서의 일화는 유명하다. 정계 거물인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慎太郎) 전 지사가 가두연설에서 “진하게 화장한 중년 여자에게 도정을 맡길 수 없다”고 말하자, 이튿날 곧바로 “오늘은 (화장을) 엷게 하고 왔다. 이런 사람들 때문에 일본 여성이 힘들다”고 직격타를 날렸다. 이 말이 회자되며 인기몰이를 한 끝에 쟁쟁한 여야 후보들을 제치고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고이케는 당시 선거에서 ‘보육원 부족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등 포퓰리즘 공약도 많이 내걸었는데, 그중에는 직전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지사가 약속했던 제2 한국학교 신설용 도유지 임대 계획의 백지화도 있었다. 결국 고이케는 “시민을 위해 써야 할 땅을 함부로 빌려줄 수 없다”며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켰다.
 
도지사가 되자 고이케는 정치 보폭을 크게 늘렸다. 자신이 직접 만든 정치사숙을 통해 정치 신인을 발굴한 뒤 ‘도민퍼스트회’라는 지역 정당으로 2017년 7월 도쿄도의회 선거에 나서 압승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그 바람을 이어 3달 뒤 중앙무대인 중의원선거에 ‘희망의당’이란 신생 정당으로 승부수를 던졌으나 참패한 뒤 당 대표에서도 물러났다.  
 
2017년 10월 일본 중의원선거를 앞두고 아베 신조 총리와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각각 자민당 총재와 희망의당 대표 자격으로 일본기자협회가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했다. [AFP=연합뉴스]

2017년 10월 일본 중의원선거를 앞두고 아베 신조 총리와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각각 자민당 총재와 희망의당 대표 자격으로 일본기자협회가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했다. [AFP=연합뉴스]

한때 유력한 ‘포스트 아베’ 후보로 통하던 고이케의 야심은 삭지 않았다. 자민당 내에선 도의회에서 번번이 자민당과 대립하는 고이케를 불편하게 보지만, 2인자인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만은 다르다. 산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지난 20일 열린 고이케 후원모임에도 니카이 간사장은 모습을 드러내 애써 친분을 과시했다. 니카이 간사장은 이날 “지사의 모임이 이렇게 성대하게 개최돼 동지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으로부터 감사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내년 도쿄올림픽과 맞물리는 도지사 선거에서 고이케를 밀겠다는 의미다.
 
일본 정치권에선 고이케가 올림픽 성공과 도지사 재선을 발판으로 다시 한번 중앙정치에 발을 내밀 것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 2021년 9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임기 완료에 대비해 정계 개편의 중심에 서려 할 것이란 예측이다. 일본 우익의 역사 수정주의를 도정에 적극 반영하는 것도 지지기반을 공고히 하는 차원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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