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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라 말 3필·승계 청탁' 대법원, 이재용 최종선고 앞두고 격론

2015년 5월 7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단지 기공식에 참석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야기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5년 5월 7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단지 기공식에 참석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야기하고 있다. [중앙포토]

박근혜·이재용·최순실 29일 대법원 선고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29일 나온다. 선고는 오후 2시에 생중계된다. 
 

대법관 13명 6차례 심리, 박근혜·이재용 오늘 국정농단 최종선고

피고인은 박근혜(67) 전 대통령과 이재용(51) 삼성전자 부회장, 최순실(본명 최서원·63)씨다. '최순실 게이트' 의혹이 불거진지 3년 만에 세 피고인은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게됐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과 8월에 각각 올라온 세 피고인의 상고심을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대법관 전원이 참석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6월까지 6차례의 심리를 열어 논의했다. 
 
세 피고인의 1·2심 재판부가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쟁점인 ▶이 부회장의 뇌물 공여액 ▶뇌물의 묵시적 청탁여부(삼성그룹 승계 관련) ▶정유라 말 3필의 소유권 ▶재산국외도피죄의 유무죄 여부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의 업무수첩 증거능력 등에 대해 각기 다른 판단을 내려 대법원의 입장 정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출신의 변호사는 "일반적인 전원합의체 사건 심리는 1~2번이면 끝난다"며 "심리가 6번이나 열렸다는 건 대법관들이 사건의 쟁점과 사실 관계를 두고 격론을 벌였다는 뜻"이라 말했다. 
 
박근혜·이재용 1·2심 분야별 뇌물액 인정 여부 및 액수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박근혜·이재용 1·2심 분야별 뇌물액 인정 여부 및 액수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대법관 격론 핵심엔 이재용 집행유예 판결 

법조계에선 그 격론의 중심에 1심의 징역 5년형을 뒤집고 지난해 2월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항소심 판결(정형식 부장판사)이 있다고 보고있다. 
 
지난 3년간 세 피고인이 받은 총 6번의 선고 중 이 항소심만 이 부회장의 뇌물 공여액을 50억원 이하(36억3484만원)로 봤기 때문이다. 항소심은 국정농단 사건을 정경유착의 전형이 아닌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겁박하고 뇌물을 강요한 사건으로 정의했다.  
 
항소심은 1심과 달리 법정형이 가장 높은 재산국외도피죄에 무죄를 선고했다. 34억원에 달하는 정유라의 말 3필(살시도·비타나·라우싱) 소유권도 삼성전자에게 있다고 봤고 이 부회장의 승계 관련 내용이 담긴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도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 역시 6번의 선고 중 이 부회장의 항소심만 유일하다. 
 
이로 인해 이 부회장에게 '승계 작업'이란 부정한 청탁이 존재해 최씨에게 뇌물을 제공했다는 박영수 특별검사 측의 주장 중 상당수가 배척됐다. 
 
당시 재판부는 최씨가 독일에 차린 개인회사 코어스포츠에 삼성전자가 제공한 36억3484만원만 청탁 여부와 상관없이 제공된 직접 뇌물로 인정했다. 여기서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의 공범이 됐다.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2월 5일 오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2월 5일 오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뇌물액 50억 넘어가면 집행유예 어렵다    

이 부회장의 뇌물 공여액수가 쟁점인 것은 이 부회장의 뇌물액이 삼성전자에 대한 이 부회장의 횡령액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대법원 양형규정상 횡령액이 50억원을 넘어가면 5년 이상의 형을 선고해야 해 실형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이 부회장이 횡령액을 모두 변제한 점,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의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한 점은 감형사유가 될 수 있다. 뇌물액이 50억을 넘긴다 해도 집행유예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순 없다.
 
다만 그럴 경우 승계작업 청탁 여부와 재산국외도피죄 등 다른 쟁점에서 이 부회장에게 모두 유리한 판결이 나와야 한다. 여전히 가시밭길이란 뜻이다. 29일 이 부회장의 항소심이 파기환송될 경우 통상 6개월~1년 내에 고등법원의 판결이 나오게 된다. 
 

정유라의 말 3필, 누구 것인가 

이 부회장 상고심에서 논의된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독일에서 전지훈련을 하던 정유라에게 삼성전자가 지원한 말 3필(살시도·비타나·라우싱)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냐는 것이었다.
 
말 3필의 가격과 보험료를 더하면 36억5943만원에 달한다. 만약 소유권이 최씨 측으로 넘어간다면 이 부회장의 뇌물액은 50억원을 넘는다. 
 
박 전 대통령의 1·2심과 최순실씨의 1·2심, 이 부회장의 1심은 말 소유 명의가 삼성전자라도 실질적 소유권은 최씨와 정씨에게 넘어갔다고 봤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20년 벌금 180억원을 선고받은 최순실씨가 지난해 5월 4일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20년 벌금 180억원을 선고받은 최순실씨가 지난해 5월 4일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VIP 만났을 때 말 사준다고 했지 빌려준다 했나"

하급심 재판부는 2015년 최씨가 살시도 여권에 소유주가 삼성전자로 기재된 사실을 안 뒤 대한승마협회 전무였던 박원오에게 화를 낸 장면을 그 근거로 든다. 
 
당시 최씨는 "이재룡(이재용)이 VIP 만났을 때 말 사준다고 했지, 언제 빌려준다고 했냐"고 역정을 냈고 이 소식을 들은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은 "결정하시는 대로 지원해드리는 것이 우리 입장"이란 말을 전한다.
 
정유라는 법정에서 최순실이 "(말을) 네것처럼 타면 된다고 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의 항소심은 그런 정황에도 형식적인 말의 소유권은 삼성전자에게 있고 박 전 사장의 말도 "(최순실의) 요구를 들어준다는 것일뿐 소유권 이전의 승낙으론 볼 수 없다"고 해석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단체전에 출전한 정유라씨(당시 이름 정유연)가 경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단체전에 출전한 정유라씨(당시 이름 정유연)가 경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의 승계현안 청탁 대가였나 

대법원에서 논의된 또다른 쟁점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에게 뇌물을 제공했을 당시 삼성그룹에 승계 현안이 존재했고 이 부회장이 승계 작업에 도움을 받기 위해 뇌물을 제공했냐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측은 독대 과정에서 "승계와 관련된 언급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특검 측에선 "말을 하지 않았을뿐 서로가 양해하는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반박한다.
 
박영수 특별검사가 2017년 8월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결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영수 특별검사가 2017년 8월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결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문제를 두고 법원의 입장은 반반으로 엇갈린다. 이 부회장의 2심과 박 전 대통령의 1심, 최순실의 1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을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입증할 수 없다고 봤다. 승계 작업이란 포괄적 현안을 승마 지원의 구체적인 청탁 대가로 볼 증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의 항소심은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과 관련된 내용이 담긴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보고서나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도 원심과 달리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 이재용 승계작업 판단엔 반반으로 엇갈려  

이에 따라 1심에서 승계 작업의 청탁 뇌물로 산정된 한국동계스포츠 영재센터 후원금 16억 2800만원도 뇌물 액수에서 빠졌다. 최순실 측의 말 소유권도 인정되지 않아 이 부회장의 뇌물액은 1심(89억 2227만원)보다 대폭 줄어든 36억 3484만원으로 책정됐다. 
 
'승계 작업'이 뇌물의 대가로 인정되지 않으니 뇌물 공여로 얻을 이익이 없었기에 이 부회장은 항소심에서 감형까지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부회장 1심과 박 전 대통령의 2심, 최순실의 2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내용을 담은 안종범 업무수첩과 당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졌던 삼성그룹의 상황을 근거로 최순실에 대한 뇌물이 승계작업의 대가라 판단했다. 
 
4조5천억원대 분식회계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가 지난달 7월 19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4조5천억원대 분식회계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가 지난달 7월 19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檢 '삼바 수사' 변수될까 

삼성그룹에선 뇌물액수 만큼이나 대법원이 '승계 작업'을 인정할지에도 촉각을 곤두세운다. 
 
승계 작업이 뇌물의 대가로 인정될 경우 현재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이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과 연루됐다는 검찰 주장에 힘이 실리기 때문이다. 
 
선고 결과에 따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 메이슨이 한국 정부에 제기한 1조원대 투자자·국가간 소송(ISD)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이 2017년 5월 23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해 재판시작을 기다리는 모습. [뉴스1]

박 전 대통령이 2017년 5월 23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해 재판시작을 기다리는 모습. [뉴스1]

박영수 특검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수사가 이 부회장이 뇌물을 제공했을 당시 삼성그룹이 승계 작업을 주요 현안으로 삼고 있었다는 근거라며 대법원에 의견서도 제출한 상태다. 
 
박영수 특검이 국정농단 '사초'라고도 불렀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 증거능력 인정 여부도 중요한 쟁점이다. 
 
총 56권에 한권당 분량이 60~70쪽에 달하는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금융지주회사' 등 삼성그룹의 승계 현안과 관련된 내용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세히 적혀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4월 30일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DSR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을 마친 후 EUV동 건설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4월 30일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DSR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을 마친 후 EUV동 건설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안 전 수석은 법원에 출석해 업무수첩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기계적으로 적은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 부회장의 항소심에선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 담긴 내용을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이 부인하는 상황에서 진실한 것이라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검 '사초'라 주장하는 안종범 업무수첩도 쟁점 

이에 따라 수첩에 적힌 삼성그룹의 승계 관련 내용들도 모두 사실 관계로 인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재판에선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이 증거능력으로 인정돼 판단이 엇갈린다.
 
삼성전자가 미르·K재단에 출연한 출연금 204억원과 코어스포츠에 지원을 약속한 총액 213억원 등에 대해선 이 부회장의 항소심뿐 아니라 다른 대부분의 재판부에서도 증명이 부족해 "뇌물액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재용 부회장 항소심, 1심과 달라진 판단

이재용 부회장 항소심, 1심과 달라진 판단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재산국외도피와 범죄수익은닉 혐의 역시 뇌물공여액의 총액과 승계 현안의 인정 여부에 따라 형량과 유무죄가 정해질 방침이다. 
 
이 부회장은 국회에서 "최순실, 정유라에 대한 지원 사실을 몰랐다"고 발언해 국회위증죄로도 1·2심에서 유죄를 받은 상태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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