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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받은 전기료 뱉어내라”…한전 VS 도축업계, 깊어지는 갈등

2014년 말 도입한 ‘도축장 전기요금 할인 특례’를 두고 한국전력과 도축업계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전 측이 일부 도축장에 대해 할인해준 3년 치 전기요금을 환수하겠다고 통보한 데 따른 것이다. 도축업계는 한전 측에서 할인 기준을 임의로 변경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지난해 전국 8개 도축장에 대해 3년간 할인해준 전기요금 할인액 약 13억원을 환급하라고 통보했다. [연합뉴스]

한국전력공사는 지난해 전국 8개 도축장에 대해 3년간 할인해준 전기요금 할인액 약 13억원을 환급하라고 통보했다. [연합뉴스]

28일 도축업계와 한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여야대표, 산업통상자원부 등으로 구성된 여·야·정 협의체는 한국-호주ㆍ한국-캐나다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 처리를 앞두고 도축(도계)장 전기요금을 2024년까지 20% 인하해주기로 했다. FTA 체결에 따른 축산업계의 피해를 보전하기 위한 취지였다. 한전이 도축장에 대해 전기요금을 낮춰주면, 도축장은 축산농가가 납부하는 도축 수수료를 할인액만큼 낮춰주는 식이다.
 
이에 따라 전국 78개 도축장은 전기요금 할인 규모에 맞춰 도축 수수료를 인하했다. 산하에 도축장을 운영하는 농협도 총 두 차례에 걸쳐 수수료 감면을 확대했다. 축산 농가는 이런 식으로 약 4년간 20억원이 넘는 할인 혜택을 받았다.
도축장 전기요금 할인 관련 분쟁 일지.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도축장 전기요금 할인 관련 분쟁 일지.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런데 지난해 말 한전은 총 7곳의 도축장에 대해 3년간 할인받은 전기요금을 돌려내라고 돌연 통보했다. 할인 대상은 도축시설에 국한돼있는데, 일부 사업장에서 도축과는 무관한 ‘가공시설’에 대해서도 부당하게 할인 혜택을 받았다는 게 이유다. 환급을 통보받은 도축장은 농협중앙회가 운영하는 도축장 3곳(부천ㆍ나주ㆍ고령)을 비롯해 경신산업, 협신식품, 삼성식품, 삼세 등이다. 이들이 통보받은 환급액은 총 12억 7790여만원이다.
 
한전은 또 향후에도 도축 관련 시설에만 요금을 인하하겠다고 통보했다. 도축시설 내 가공시설은 일반 전기요금을 납부하라는 것이다. 김형식 한전 요금정책실 차장은 “도축시설에는 도축ㆍ도계 공정에 직접 운영되는 설비를 비롯해 사무실ㆍ구내식당 등 부대시설, 냉동ㆍ냉장설비, 오·폐수 정화시설만 포함된다”며 “가공시설은 도축 수수료를 내지 않는 만큼 할인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7개 도축장 추징금액.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7개 도축장 추징금액.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러나 도축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여ㆍ야ㆍ정이 합의한 내용을 한전이 업계와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은 절차적으로 맞지 않다는 것이다. 진주원 한국축산물처리협회 부장은 “제도 시행 전에는 한전이 실사를 통해 해당 시설이 할인 대상에 적합하다고 확인했다”며 “한전이 자신의 업무착오로 할인해준 금액을 되돌릴 수는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한전의 조치는 당초 축산농가를 보호하기 위한 여ㆍ야ㆍ정 합의의 취지를 훼손하는 것으로, 오히려 농가에 피해를 끼친다고 밝혔다. 도축업계는 약 13억원의 환급금과 더불어 2024년까지 할인 예정인 16억원까지 향후 약 29억원의 피해를 볼 것으로 추산했다.
 
도축업계는 해당 조치의 취소를 요청했지만 지난달 말 한전은 이를 거부한 상태다. 축산업계는 한전, 여·야·정과 협의를 통해 해당 조치를 정상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한편 법적 대응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한전 측은 “실제 환급을 통보한 금액은 총 5억6000만원에 불과하고 농협 고령 도축장이 환급하지 않은 1억7000만원을 제외하면 나머지 금액은 모두 완납된 상황”이라며 “가공시설의 규모가 전체시설의 10% 이하면 도축시설로 인정해 함께 할인해주는 등 연 5000억원 이상을 축산농가에 혜택을 주기 위해 지출하는 데도 비난을 받는 상황”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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