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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미국 9.6%인데 한국 92.6%···신약 성공률의 비밀

미국에서 임상 1상에 진입한 신약후보 물질이 제대로 된 신약으로 최종 출시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정답은 9.6%다. 신약후보 물질로 처음 채택될 때도 이미 ‘5000 대 1~1만 대 1’의 경쟁을 이미 뚫고 임상에 진입했다.  
 
퀴즈 하나 더. 그럼 한국에서 임상 중 실패하는 확률은 얼마일까. 정답은 7.4%다. 성공률이 아니라 실패율이 7.4%다. 단순히 따지면 임상에 진입한 후보 물질이 신약으로 성공할 확률은 92.6%나 된다는 얘기다.

 
앞서 미국에서의 성공률은 미국바이오협회가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103개 회사의 7455개 임상 프로젝트 성공률을 조사한 결과다. 한국 것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3년부터 3년 6개월간 조사한 임상시험 중단현황 자료에 기초한다. 국내에서 총 2230건의 임상시험 중 중간에 임상시험을 접은 건은 166건에 불과하다. 비교 기준이 명확히 같진 않지만, 양국 임상 성공률을 비교한 가장 최신의 자료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서 흔히 회자된다. 진짜로 미국 업체가 한국 업체들보다 실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걸까.
 
FDA의 신약 승인 과정. 5000개~1만개의 후보물질이 임상 3상을 통과하기까지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FDA의 신약 승인 과정. 5000개~1만개의 후보물질이 임상 3상을 통과하기까지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벌기용으로 실패 숨기기도 

비밀은 국내 제약ㆍ바이오 업계의 관행에 있다. 우리 제약ㆍ바이오 업체들은 가능하면 임상 실패 같은 사실을 외부로 알리기 싫어한다.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개발해 낸 신약후보 물질이 사장되는 건 피하고 싶어서다. 신약 개발 역사가 짧다 보니 이 후보물질이 그 회사의 유일한 파이프라인인 경우가 많다. 코오롱의 ‘인보사’나 신라젠의 ‘펙사벡’ 같은 경우가 그랬다. 두 회사 모두 인보사와 펙사벡을 ‘중심 파이프라인(Backbone Pipeline)’으로 삼아 제품군을 늘려 가려 했다. 
 

그렇지 않기를 바라고, 극히 일부겠지만, 해당 후보 물질이 실패할 걸 알고 일부러 알리지 않았을 수도 있다. 지분 등을 정리해 돈을 챙기는 시간을 벌기 위함이다.
 

임상 1상 진입은 시작일 뿐  

'임상 진입=신약 완성'이라고 생각하는 투자자와 일부 제약ㆍ바이오기업도 문제다. 임상은 말 그대로 ‘이게 약으로 쓰일 만한지’ 살피는 절차다. 1상에 진입해도 10년 가까이 자금과 시간을 쏟아부어야 신약이 나온다. 참고로 미국 식품의약처(FDA)의 임상 1상과 2상 성공률은 각각 63.2%와 30.7%다. 다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 3상 성공률은 58.1%다. ‘임상 진입=신약’이라고 생각하는 건 사실 ‘초등학교 입학=명문대 합격’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럼 왜 국내 신약 후보들은 유독 임상 3상의 문턱에서 좌절할까. 간단하다. 임상 3상이 제일 어려워서 그렇다. 임상 3상에선 ‘다수의 진짜 환자’를 대상으로 약의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해야 한다. 비용만 봐도 임상 2상 보다 10배 가까이 든다. 임상 2상까지야 어떻게든 끌고 온다지만, 임상 3상에 이르러서까지 얼렁뚱땅 넘어가긴 어렵다. 결국 실력과 약의 진짜 효능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모든 시장이 그렇지만 제약ㆍ바이오만큼 수요자(투자자)와 공급자(업체) 간 정보 불균형이 심한 곳은 없다. 마침 검찰이 28일 신라젠을 압수 수색했다는 소식까지 알려졌다. ‘미공개정보이용’에 대한 내용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앞서 국내 통계에서 임상 실패를 시인한 건수가 가장 많은 제약사 1~3위는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글로벌 제약사들이었다. 실패가 죄는 아니잖나. 국내 제약ㆍ바이오기업도 이젠 좀 솔직해졌으면 한다. 그게 시작이다.  
이수기 산업2팀 기자

이수기 산업2팀 기자

 
이수기 산업 2팀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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