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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훈련까지 번지는 지소미아 "美, 한일 악화 의도로 본 듯"

모건 오테이거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 [AP=연합뉴스]

모건 오테이거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 [AP=연합뉴스]

미 국무부가 이례적으로 독도 방어 훈련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공식 표출했다. 한ㆍ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 계속되는 비판의 연장 선상이다.  

“비생산적…문제 악화만”

국무부 대변인은 27일(현지시간) 독도 방어 훈련에 대한 입장을 묻는 중앙일보 질의에 “한ㆍ일 간 최근 다툼을 감안할 때 ‘리앙쿠르 암(Liancourt Rocks: 독도의 미국식 표기)’에서 군사 훈련의 시기와 메시지, 증가한 규모는 진행 중인 사안들을 해결하는 데 생산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한국과 일본이 이러한 분쟁들을 해결하기 위해 진지한 논의를 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도 이날 국무부 고위 관리가 독도 방어 훈련에 대해 “이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들“이라며”단지 문제를 악화시킬 뿐(exacerbate)”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전례 없는 공개 입장 표명

통상 연 2회 정례적으로 실시되는 독도 방어 훈련에 대해 미국이 공개적으로 입장을 낸 것 자체가 전례를 찾기 어렵다. 독도 방어 훈련이 있을 때마다 일본은 외교경로를 통해 항의했고, 한국은 외교부나 국방부 대변인이 “독도는 역사적ㆍ지리적ㆍ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의 영토로, 일본의 항의를 일축했다”고 공개 표명하는 식으로 치고 받았다. 이번엔 여기에 미국이 끼어든 것이다.
25일 독도를 비롯한 인근 해역에서 열린 동해 영토수호훈련에서 훈련에 참가한 세종대왕함(DDG, 7,600톤급)이 독도 주변을 항해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독도를 비롯한 인근 해역에서 열린 동해 영토수호훈련에서 훈련에 참가한 세종대왕함(DDG, 7,600톤급)이 독도 주변을 항해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 미국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강제징용 판결 이후 일본은 워싱턴 조야를 상대로 ‘트러블 메이커는 일본이 아닌 한국’이라는 식의 여론전을 꾸준히 펼쳐 왔다. 이번에 한국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내리면서 이에 공감하는 기류가 급속도로 확산되는 분위기”라고 우려했다. 미국의 입장 표명에 일본의 입장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 수출 규제 대항 조치로 인식

실제 정부는 이번 훈련에 대해 “정례적 훈련으로, 일본 한 나라를 생각해두고 내린 결정이 아니다”(25일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라고 밝혔지만, 일본 언론에서는 이를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이어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한 사실상의 대항 조치라고 해석하는 보도가 주를 이뤘다.  
올해 군은 지소미아 종료 결정(22일) 사흘 만에 그간 미뤄왔던 훈련을 실시하며 독도 방어 훈련의 명칭을 동해 영토 수호 훈련으로 바꾸고, 이지스함과 특전사도 처음으로 투입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무부가 콕 집어 ‘시기’와 ‘증가한 규모’에 우려를 표했다.  
 25일 독도를 비롯한 인근 해역에서 열린 동해 영토수호훈련에서 해군 특전요원들이 독도에서 사주경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독도를 비롯한 인근 해역에서 열린 동해 영토수호훈련에서 해군 특전요원들이 독도에서 사주경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미국은 이번 훈련이 순수한 한국의 영토 주권 수호 목적일 뿐 아니라 한ㆍ일 관계를 악화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이는 한ㆍ미ㆍ일 안보 협력의 약화를 주도하는 것은 한국이라는 생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특히 독도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이런 식의 입장 표명은 미국이 최근 상황에 대해 한국에 얼마나 감정이 상해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우려했다.  

한ㆍ일관계 악화 의도 있다고 본 듯

국무부는 독도의 영유권에 대해선 “미국은 리앙쿠르 암의 영유권에 대해 어떤 입장도 취하지 않고 있다”며 “이들 섬의 영토 주권의 문제는 한국과 일본이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만 했다. 독도 영유권 문제에 대해 관여하지 않는다는 기존의 입장과 비슷하지만 독도에 대해 한국은 어떤 영토 분쟁도 없다는 입장인 반면 일본은 분쟁지역화를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역시 일본 쪽에 가까운 의견 표명으로 볼 여지가 있다.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지소미아 폐기 이후 대한민국 외교안보전략 긴급토론회 [뉴스1]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지소미아 폐기 이후 대한민국 외교안보전략 긴급토론회 [뉴스1]

특히 최근 러시아가 독도 영공을 침범했을 때와 비교하면 차이도 있다. 당시 일본은 독도 상공은 자국 영공이라며 억지 주장을 내놨지만, 마크 에스퍼 신임 장관은 “러시아가 한국 영공(South Korean airspace)을 가로질렀다. 한국은 분명하게 대응했다”(7월24일)고 밝혔다. 
러시아와 대립하는 사안에선 한국 입장을 지지했지만, 한ㆍ일 간 문제에 대해서는 중립을 유지하며 한국 정부의 행보를 견제한 셈이다. 정부 안팎에선 방위비 분담 협상 등 향후 이어질 현안에서 미국이 이런 전방위 압박을 계속할 것이라는 걱정이 나온다. 이번 입장 표명도 예고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러시아 전투기 침범 때는 “한국 영공” 확인

이에 대해 국방부 당국자는 “동해 영토 수호 훈련은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 미국은 한ㆍ일 간 우호 관계의 큰 틀이 유지되길 원하고, 이를 위해 작은 부분에서 맞춰가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유지혜ㆍ이근평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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