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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S가 도망친 싱가포르 면세점…신라·롯데는 왜 뛰어드나

[뉴스분석] 최악의 임대료 요구한 창이공항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사업장. [싱가포르 스트레이트타임즈 캡쳐]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사업장. [싱가포르 스트레이트타임즈 캡쳐]

 
국내 기업이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사업권을 두고 맞대결을 펼친다. 다른 기업이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 사업장이라는 점이 확인되면서 출혈 경쟁 논란도 불거진다.
 
싱가포르 창이공항(1·2·3·4터미널) 주류·담배사업장 입찰이 26일 제안서 접수를 마감했다. 마감 결과 단 3개 면세점 사업자만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27일 밝혀졌다. 독일 하이네만면세점과 함께 한국의 호텔신라 면세사업부(신라면세점)와 롯데호텔 면세사업부(롯데면세점)가 입찰에 참여했다.
 
업계에선 세계 1위 면세점 사업자 듀프리와 CDFG(4위)·킹파워(8위)가 입찰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 심지어 지난해 사상 최초로 신라면세점(3위)에 매출액이 뒤쳐진 라가르데르(5위)도 가만히 앉아서 경쟁사 입찰을 쳐다보기만 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 실내. [중앙포토]

싱가포르 창이공항 실내. [중앙포토]

 

세계 1위 사업자도 입찰 포기

 
세계 면세점 순위. 그래픽=김영옥 기자.

세계 면세점 순위. 그래픽=김영옥 기자.

 
창이공항에서 주류·담배를 판매하는 18개 면세사업장은 원래 세계 7위 면세업체 DFS가 운영했다. DFS는 2년간 사업권을 연장할 수 있었지만 스스로 포기했다. 에드 브레넌 DFS 회장은 “DFS는 이번 입찰에 참여하지 않고 사업권을 양보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연 매출액 5000억원 안팎의 대형 사업장을 DFS가 스스로 던져버리는 이유는 싱가포르 당국이 술·담배 면세 기준을 변경하면서다. 싱가포르 정부는 싱가포르에 반입하는 제품에 재화용역세 명목으로 7%의 세금을 부과한다. 지난 3월까지 면세점에서 상품을 구입하면 150싱가포르달러(13만1000원·48시간 미만 해외 체류시)에서 600싱가포르달러(52만4000원·48시간 이상 해외 체류시) 이내의 상품에 부과하는 재화용역세를 면제했다. 하지만 지난 4월 1일부터 면세 허용 규모를 100~500싱가포르달러(8만8000~43만7000원)로 축소했다.
 
또 주류 면세 혜택도 기존 줄였다(3리터→2리터). 술을 2리터 이상 사면 세금을 내야 한다는 뜻이다. 헝 스위 키트 싱가포르 재무부장관은 “해외 여행객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싱가포르 세금 시스템을 회복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창이공항 면세점 현황. 그래픽=김영옥 기자.

창이공항 면세점 현황. 그래픽=김영옥 기자.

 
면세 한도 축소는 면세사업자의 수익성 악화와 직결한다. 지난 1980년부터 40년 가까이 창이공항에서 면세사업을 하던 DFS는 계약상 원할 경우 2022년까지 사업권을 연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세금 제도 변경으로 더 이상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스스로 사업권을 포기했다.
 
에드 브레넌 회장은 “현재 주류·면세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사업자로서, 창이공항에 머무르는 것은 재정적으로 실행가능한 옵션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면세 기준 강화로 수익성 악화 불보듯

 
싱가포르 창이공항에서 현재 화장품과 향수 면세사업장을 운영하는 신라면세점. [사진 신라면세점]

싱가포르 창이공항에서 현재 화장품과 향수 면세사업장을 운영하는 신라면세점. [사진 신라면세점]

 
글로벌 면세점 전문매체인 무디다빗보고서도 면세 사업자 입장에서 창이공항 사업성이 매력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 보고서의 ‘입점비용평가’에 따르면 창이공항에 입점하려면 2800만싱가포르달러(244억6000만원)의 초기 예치금을 납부하고 향후 대규모 투자도 보장해야 한다.  
 
또 매월 징수하는 기본임대표를 납부하는 것은 물론, 별도로 추가임대료까지 어떻게 낼지 제안해야 한다. 추가임대료는 ▶싱가포르 4개 공항을 이용하는 총이용객 1인당 4.15싱가포르달러(3630원)를 지급하거나 아니면 ▶양주(46%↑), 와인·샴페인(35%↑), 담배(40%↑) 등 제품별로 판매가액의 35~46% 이상을 지급하겠다고 제안해야 한다. 결국 “진입비용이 높아 DFS 등 많은 면세점 사업자가 입찰을 포기했다”는 것이 무디다빗보고서의 설명이다.  
 
면세점 사업자가 사업권을 낙찰받기 위해서 무리하게 제안한다면 수익성은 악화할 수밖에 없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다. 실제로 롯데면세점은 지난 2015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입찰에서 5년간 4조1400억원의 임차료를 납부하겠다고 제안했다가, 과도한 임차료 부담을 못 견디고 2017년 사업권을 부분반납했다. 국내 면세점 사업자 관계자는 “공항마다 다르긴 하지만 창이공항처럼 초기 진입비용이 높은 공항은 못 봤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사업장. [싱가포르 스트레이트타임즈 캡쳐]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사업장. [싱가포르 스트레이트타임즈 캡쳐]

 
국내 면세점이 울며 겨자 먹기로 뛰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면세시장이 포화상태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려면 해외 시장을 확보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다소 불합리한 조건을 제시하더라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국내 면세점업계도 창이공항의 주류·담배 사업장만으로 수익을 내기는 어렵다는데 동의한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입찰 초기 비용이 너무 높은 수준이라 낙찰해도 부담”이라며 “적자는 불가피하고,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적자인지 사업성을 분석하는 게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양주 팔면 46% 가져가…예치금·임대료 별도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싱가포르 창이공항에서 데스몬드 리 싱가포르 영예수행장관으로부터 국빈방문 앨범을 선물받았다.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싱가포르 창이공항에서 데스몬드 리 싱가포르 영예수행장관으로부터 국빈방문 앨범을 선물받았다.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임대료가 비싼 공항 면세점은 전통적으로 수익률이 낮은 사업장이다. 그런데도 국내 면세점이 이번 입찰에 적극적인 건 결국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다. 사업장 규모가 커질수록 비용이 줄어들어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생각이다. 롯데면세점은 세계 2위, 신라면세점은 세계 3위 사업자다. 더불어 브랜드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13개 해외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롯데면세점은 인터넷면세점과 접목하면 사업성이 있다고 본다. 롯데면세점은 “국내 온라인 면세점 매출액이 매년 50% 신장하고 있다”며 “인천공항에서 장기간 주류·담배 사업을 영위하면서 확보한 노하우와 베트남·호주 등 글로벌 면세점 운영 역량을 활용하고 온라인 면세점 플랫폼을 연계·구축하면 해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관제탑. [중앙포토]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관제탑. [중앙포토]

 
신라면세점은 현재 창이공항에서 향수·화장품 사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신라면세점은 “창이공항에서 향수·화장품 사업을 하면서 면세점 운영 노하우·역량을 인정받았다”며 “창이공항 면세사업자의 자격을 이미 입증한 상황”이라고 자부했다.
 
2017년 12월 개점한 홍콩 첵랍콕국제공항 실적도 인상적이다. 신라면세점은 이 공항에서 영업을 시작하자마자(2018년 1분기) 흑자를 기록한 경험이 있다.  
 
창이공항은 이번 면세사업장 입찰 결과를 연말경 발표할 예정이다. 낙찰 기업은 내년 9월부터 2026년 8월까지 6년간 창이공항에서 담배·주류를 판매할 수 있다. 매출액 기준 창이공항은 세계 3위 규모 면세사업장이다(18억4000만달러·2조2300억원·2017년).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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