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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징역 선고된 '안양환전소 사건' 최세용에 12년형이 추가, 왜?

2007년 12월, 대출 문제로 고민하던 A씨(당시 29세)는 대출 브로커에게 솔깃한 얘기를 듣게 됐다. "필리핀에 가서 유령회사를 설립하면 대출을 많이 받을 수 있으니 같이 가자"는 제안이었다. 그는 이 브로커의 요구에 따라 대출에 필요한 자금 미화 2만 달러(한화 2424만원 상당)를 카드깡으로 마련했다. 그리고 2008년 1월 필리핀으로 떠났다. 
하지만 A씨는 이후 영영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필리핀 현지에서 살해당한 것이다. 
 
2007년 안양 환전소 여직원 살인사건의 범인 최세용과 김종석, 김성곤에 대한 경찰의 공개수배 공고문. [중앙포토]

2007년 안양 환전소 여직원 살인사건의 범인 최세용과 김종석, 김성곤에 대한 경찰의 공개수배 공고문. [중앙포토]

김종석(2012년 사망)과 최세용(52) 등의 공모로 이뤄진 범행이었다. 이들은 2007년 경기도 안양시의 한 환전소에서 20대 여직원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1억8500만원을 빼앗아 필리핀으로 도주한 이른바 '안양환전소 살인사건'의 주범들이다. 최세용 등은 필리핀에서도 한국인 관광객 등을 상대로 납치·감금해 금품을 뺏는 등 범행을 했는데 피해자 중 한 명이 A씨였다.  
A씨에게 "필리핀으로 가자"고 제안한 브로커 전모(46)씨도 이들과 한패였다. 

 

브로커 제안에 필리핀, 태국으로 갔다가 실종 

김종석은 2012년 불법 총기소지 등 혐의로 필리핀 경찰에 붙잡혀 징역형을 선고받고 현지 교도소로 보내지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세용은 2012년 태국으로 밀입국했지만 붙잡혀 현지 법원에서 9년 10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이듬해 10월 국내로 송환됐다. 2017년 9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전씨도 사기 혐의가 드러나 2016년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그러나 검찰은 최세용 일당의 범행을 추가로 수사하는 과정에서 A씨가 연루된 정황을 확인했다. A씨 말고도 태국에서 실종된 B씨(당시 37세)도 이들과 연관이 있다고 봤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최세용과 전씨를 강도살인 및 국외이송유인 등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A씨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체포 당시 최세용이 가지고 있던 여권 주인인 B씨도 실종 상태다. B씨도 2012년 전씨와 태국으로 출국한 이후 연락이 끊겼다. '시신 없는 살인사건'이 된 것이다.
최세용과 전씨는 "A씨를 상대로 범행을 모의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숨진 김종석이 A씨에게 "말라리아 예방약"이라며 수면제를 건넸고 A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했다고 주장했다. "A씨가 필리핀에 온 것도 대출을 받으려고 스스로 온 것이지 유인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B씨도 "해외로 유인하지 않았다. B씨가 최세용에게 여권을 넘겨주려고 스스로 태국으로 출국한 것"이라고 했다. 
 

법원 "범행 공모 인정, 강도 살인은 증거 없어" 

법원 이미지. [연합뉴스]

법원 이미지. [연합뉴스]

그러나 법원은 최세용 등이 숨진 김종석과 함께 범행을 모의했다고 보고 징역형을 선고했다.  
수원지법 안산지원 형사1부(서현석 부장검사)는 강도살인 및 사체유기, 국외이송유인 등 혐의로 기소된 최세용과 전씨에 대해 특수강도와 국외이송유인 혐의 등을 인정, 각각 징역 12년을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전씨의 권유로 A씨가 필리핀에 가게 됐고 범행 후 최세용이 전씨에게 2018년 1월부터 2월까지 540만원을 송금하기도 했다"며 "A씨도 최세용 등이 강도 등 범행을 저지른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필리핀으로 출국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전씨가 A씨를 필리핀으로 유인해 살해당하는 계기를 제공했다고 본 것이다.
 
B씨 사건도 최세용에게 "여권을 구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전씨가 B씨를 유인한 것으로 봤다. 법원은 "영어도 할 줄 모르고 해외 경험도 전무한 B씨가 일면식도 없는 최세용에게 여권을 넘겨주고 해외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고 최세용이 B씨에게 대가를 지급했다고 인정할 자료도 없다"며 "피고인들이 A씨의 사망에 대해선 숨진 김종석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으나, B씨 실종은 직접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다만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 중 최세용과 전씨의 A씨 강도살인 및 강도치사 혐의에 대해서는 "피고인들이 A씨 살해를 숨진 김종석과 공모한 것이 의심되기는 하지만 확신이 들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인정하기는 부족하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며 유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김종석이 단독으로 A씨를 살해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 것이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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