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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의문의 '김성재 죽음' 부검서···핵심 단서 황산마그네슘

24년 전 사망한 인기그룹 듀스의 전 멤버 김성재(당시 23세)의 죽음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그의 정확한 사망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중앙일보는 국가기록원에 보관된 김씨의 부검감정서를 입수, 유족의 동의를 받아 보도하기로 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131페이지 짜리 부검서에는 김씨가 “졸레틸이라는 약물 투입에 의한 타살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국가기록원에 보관된 고 김성재씨의 부검감정서 원본 일부 캡처. 동의 없이 사진 사용을 금함.

국가기록원에 보관된 고 김성재씨의 부검감정서 원본 일부 캡처. 동의 없이 사진 사용을 금함.

 
이는 사건 직전 졸레틸을 구매한 치대생 여자친구 A씨(당시 25세)가 1심에서 살인 혐의 유죄를 선고받는 데 핵심 증거가 됐습니다. 하지만 2심에선 부검서 상당 부분이 증거로 배척되며 A씨에 대해 무죄가 인정됐습니다. 법원은 왜 부검서의 내용을 신뢰할 수 없다고 봤을까요.

 

타살 vs 사고사…엇갈린 부검의와 법원의 판단

1995년 11월 20일 서울의 한 호텔방에서 숨진 김성재의 오른팔에는 28개의 주삿바늘 자국이 발견됐습니다. 이 때문에 그가 마약을 상습적으로 투약했다가 사망했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에 그의 부검과 함께 마약 투약 여부를 의뢰했습니다.

 
부검 결과 그의 몸에서 약물이 과다 검출되긴 했지만 다소 생소한 종류였습니다. 마약으로 잘 알려진 필로폰이나 코카인 등이 아닌 ‘틸레타민’과 ‘졸라제팜’이라는 약물이 나온 겁니다. 동물 마취제인 졸레틸 등에 포함된 성분으로, 환각 효과가 있긴 하지만 통상 쓰이는 마약은 아니었습니다.

 
고 김성재씨의 부검감정서 원본 일부 캡처. 동의 없이 사진 사용을 금함.

고 김성재씨의 부검감정서 원본 일부 캡처. 동의 없이 사진 사용을 금함.

 
이를 두고 부검의와 법원은 서로 다른 판단을 내렸습니다. 먼저 부검의는 “타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소견을 부검서에 적었습니다. 오른손잡이인 김성재의 오른팔에서 주삿자국이 지나치게 많이 발견됐으며, 서투르지만 정맥혈관을 따라 주사가 놓여진 점으로 볼 때 혼자 주사를 놓았을 리 없다는 의견을 내놓은 겁니다.

 
마약 투여에 의한 실수라기에는 일반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약물이 사용된 점, 현장에서 주사기가 사라진 점도 들었습니다. 김성재와 현장에 있던 일행 8명에게선 모두 마약 음성 반응이 나왔습니다.

 
반면 2심 법원은 ”사고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졸레틸이 실제 마약 대용으로 사용되기도 하며, 짧은 시간 내에 피해자의 반항 없이 28군데 주사를 놓을 수 없을 거란 이유에서입니다. 2심은 “A씨가 설사 졸레틸 1병을 피해자에게 투여하였더라도 그 분량에 비추어 살해의 의도를 가지고 투약했다고 단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판결문에 적었습니다.

 

핵심 단서인 '황산 마그네슘'

김성재 몸에 투입된 약물의 목적은 ‘독약’이었을까, ‘마약’이었을까. 이를 판가름하기 위한 쟁점이 바로 ‘황산 마그네슘’의 투약 여부였습니다. A씨는 동물병원에서 졸레틸50과 더불어 황산마그네슘도 3.5g 구입했습니다.

 
당시 수의사는 반려견 안락사를 시키겠다는 A씨에게 “졸레틸을 먼저 투여한 뒤 황산 마그네슘을 차례로 투여하라”고 설명했습니다. 두 약물을 함께 투여할 시 사망 효과가 더 빠르게 일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누군가가 김성재를 살해하려 했다면 졸레틸과 황산 마그네슘을 섞어서 투약했을 것이고, 오로지 마약 용도로만 쓰려했다면 황산 마그네슘은 쓸 필요가 없었을 겁니다.

 
고 김성재씨의 부검서 파일 중 일부 캡처. 동의 없는 사진 사용을 금함.

고 김성재씨의 부검서 파일 중 일부 캡처. 동의 없는 사진 사용을 금함.

 
이에 대해 부검의의 판단은 “외부에서 황산 마그네슘이 투입됐을 가능성이 있다” 였습니다. 김성재의 소변에서는 281.5ppm 함량의 마그네슘염이 검출됐는데, 사망한 일반인들에게서 채취한 수치(18.2~51.8ppm)보다 약 5배~15배 가량 높았기 떄문입니다.

 
하지만 2심은 이 정도 수치만으론 황산 마그네슘 외부 주입을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수치가 높긴 하지만 기형적인 수준은 아니며, 김성재가 사망 전 저녁식사로 먹은 치킨의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A씨가 구매한 황산 마그네슘 양이 3.5g으로 매우 적었다는 점도 고려됐습니다.

 

법원 “졸레틸 50이 치사량이 될 수 없다“

황산 마그네슘을 제외하고 A씨가 구매한 졸레틸50 한 병만으로 사람이 사망하는 게 가능할까. 이 부분 역시 부검의와 다른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렸던 지점입니다.

 
당시는 졸레틸에 대한 인체 실험 결과가 없던 상황입니다. 부검의는 67개의 유사 약물 사례를 분석, “김성재 몸에서 나온 함량 만으로 치사량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졸레틸 50만으로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증언도 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졸레틸50이 사람 치사량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는 다른 전문가들의 진술을 받아들였습니다. 졸레틸 50으로는 고릴라 한 마리를 마취시킬 수 있을 정도에 그친다는 동물 실험 결과에 따른 겁니다.
 
듀스 전 멤버 고 김성재씨. [중앙포토]

듀스 전 멤버 고 김성재씨. [중앙포토]

 
이렇듯 김성재의 부검 기록과 법원의 판단은 서로 다른 곳을 가리켰습니다. 물론 부검서가 절대적인 ‘유ㆍ무죄’의 기준이 될 수는 없습니다. 이 사건 6개월 전에 일어난 ‘치과의사 모녀 살인사건’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집에서 숨진 치과의사 아내와 딸을 죽인 범인으로 남편이 지목된 사건입니다. 법의학자들은 사망시각을 근거로 남편에 불리한 진술을 했지만 끝내 남편은 법정에서 무죄를 인정받았습니다.
 
김성재 부검 기록 역시 24년 전 법의학 시스템의 오판에 불과했을까요. 어느 쪽이 옳고 그른지를 함부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기사를 작성하기에 앞서 이미 법적으로 무죄를 인정받은 A씨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조심스러웠습니다. 최근 법원에서 김씨의 타살 의혹을 다룬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영 금지 가처분 판결을 내린 것도 이같은 우려가 반영됐습니다.

다만 여러 가설과 추측들이 뒤엉킨 상황에서 당시의 상황과 기록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사건의 실체에 다가가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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