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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상식이 그렇게 어려운가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논설위원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논설위원

‘정유라에게 승마 배울래, 조모에게 수술 맡길래?’ 세간에 떠도는 우스갯소리다. 여론의 과녁을 꿰뚫고 있지 않은가. 명쾌하다. 상식에 기초하고 있어서다. 누구나 생각하는 곳에 답이 있는 셈이다. 그래서 상식은 쉽다.
 
한데 현 정부의 상식은 참 어렵다. 난해함을 넘어 안 통할 때가 많다. 그들만의 상식이 있는 듯하다. 그게 도대체 뭔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어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만 그랬던가. 현 정부의 국무위원치고 반칙하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되던가. 툭하면 위장 전입에, 세금 탈루, 부동산 투기 등 반칙과 특권의 논란거리가 하도 많아서 열거하기조차 힘들다. 그래도 어김없이 장관 임명장을 받는다. 범인(凡人)의 상식으론 납득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일까. 그들이 펴는 정책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는 느낌이 드는 건.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9년 4월 첫 노동부 업무보고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업이 잘 되면 새로운 사람을 필요로 하고, 파급효과로 새로운 기업이 나와 일자리를 제공하게 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6년 신년 연설에서 “일자리를 위해서라면 과감하게 개방하고, 서로 경쟁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게 일자리 정책의 상식이요, 경제 정책의 기본이다. 이런 상식의 선이 허물어지면 어떻게 될까. 불문가지(不問可知)다.
 
소득을 높이겠다며 최저임금을 확 올렸더니 잘 사는 사람과 못 사는 사람 간의 소득 격차는 역대 최악으로 벌어졌다. 청년은 일자리를 못 구해 아우성이다. 예산을 퍼부어 빈 강의실 불을 끄도록 했지만 고용시장의 빨간불은 더 선명해질 뿐이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을 비준한다면서 다른 나라에는 없는 대체근로 금지 같은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는 건드리지도 않는다. 선진국은 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려 법인세를 내리는데, 우리는 되레 올린다. 이것도 모자라 국회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노동시장을 규제하는 법안이 쏟아지고 있다. 성별·고용형태별 임금 공시 의무화, 대기업 채용 시 심사위원 3분의 1 이상 외부전문가 포함 의무화, 원청사업주와 하청업체 노조 간의 직접 교섭 등이다.
 
규제가 많으면 자율이 죽는다. 자율 없이 혁신은 어렵다. 혁신은 경쟁을 먹고 자란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얘기한 대로다. 오죽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달 “경제활동에 부담을 주는 규제를 줄이고, 규제개혁 진척상황을 꾸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한국에 따끔한 질책을 했을까. 심지어 OECD는 ‘포괄적인 네거티브 규제시스템 도입, 국회 발의 법안에 대한 규제 영향 평가 적용, 행정지도 자제, 서비스 시장에서 대기업 진입 장벽 단계적 철폐’와 같은 구체적인 권고까지 했다. 고수가 한 수 가르치는 듯하지 않은가. 정책을 담당하는 공직자가 이걸 모를까. 그렇지는 않으리라고 본다. 그런데도 왜 투박하고 과격한 정책이 나올까. 잘못된 지시라도 반박하기보다 “아, 예. 그렇습니다”라는 정권용 인싸 용어에 익숙해진 탓 아닐까.
 
조국 후보자는 조선시대로 말하면 권세를 틀어쥔 사람이다. 하지만 위세가 하늘을 찌르면 반드시 거꾸러지고, 꺼져가는 불길이 더 맹렬히 타오른다(극성지패·極盛之敗). 권세에 취해 나오는 정책도 마찬가지다. 화려하게 등장했다 부작용만 남기고 용도 폐기된 정책을 역사에서 찾기란 어렵지 않다. 현 정부가 정책이든 사람이든,지금이라도 한발 물러서서 보길 바라는 건 그래서다. 무작정 빠져들어 헤어나오지 못해서야 경쟁력을 제대로 배양할 수 있겠는가. 객관적 거리감을 갖고 보면 환상과 실제를 구분할 수 있지 않을까. 소격효과(疏隔效果), 이 또한 상식이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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