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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2035] “나는 당신의 상사와 친하다”

하준호 정치팀 기자

하준호 정치팀 기자

A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다. 그는 화가 잔뜩 나 있었다. 내가 쓴 기사를 보고서다. “팩트를 의도적으로 왜곡했다”는 A의 주장을 전부 수긍하기는 어려웠다. 아버지뻘 되는 어른이었지만, 나도 내 할 말은 해야겠다 싶었다. 서로 말을 끊고 들어왔고, 그때마다 같은 주장만 했다. 그의 표현대로 “도돌이표”였다.
 
그의 주장에 일리는 있었다. 기사에 A의 경우와 다른 반례(反例)만 소개했는데, 독자가 볼 때는 A의 경우만 특이하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어느 정도는 공감했다. 통화는 20분째로 접어들었다. 그가 분개한 지점을 정리했다.
 
A를 이해하려고 애썼다. A는 내가 아는 전형적인 ‘꼰대’와 다르다고 생각했다. 귀를 닫고 자기 얘기만 하는, 고압적인 태도의 그런 사람 말이다. 내가 아는 A는 누구보다 ‘꼰대’이기를 온몸으로 거부하는 사람이었다. 그의 이름 앞에는 항상 기득권의 상징인 ‘강남’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지만, “그게 뭐 대수냐”며 크게 개의치 않았던 건 그래서다.
 
그렇게 통화는 끝을 향해 달렸는데, A는 결국 한 마디를 덧붙였다. 수화기 너머로 익숙한 이름이 들렸다. “나와 개인적으로 가깝습니다.” 아뿔싸. A는 내가 일하는 회사의 상사와 ‘가까운 사이’란다. 그는 2~3차례 그 상사가 나의 직속 상사가 맞는지 확인했다. 새삼 상기했다. 그가 나의 상사뿐만 아니라 현재 권력과도 가까운 사람이라는 걸. 대학신문을 통해 20대와 소통하던 진보적 학자의 모습은 사라지고, 인맥을 언급하며 압박하는 50대 기득권 권력자의 모습만 남았다.
 
사회적 약자의 편이기를 자처한 A가, 지금은 온갖 의혹에 휩싸여 사회적 약자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여권에서는 A가 곧 과천으로 출근할 것으로 본다. A가 지휘하게 될 조직을 제대로 개혁할 적임자라면서다. 혹여 개혁의 대상이 저항하는 날 A가 “당신의 임면권자와 개인적으로 가깝다”는 말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A와의 통화, 그 이후는? 다음날 그의 의견을 일부 수용한 다른 기사를 썼고, A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 기사를 걸었다.
 
하준호 정치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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