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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한·중·일 보수의 반격

신경진 베이징 특파원

신경진 베이징 특파원

“보수주의자들은 무장한 교리와 이념의 통제에 저항한다.… 비록 이 땅에 천국을 창조할 수는 없지만, 이념에 사로잡히면 지구 상에 지옥을 만들어낸다는 생각을 견지한다.” 미국 정치사상가 러셀 커크(1918~94)는 1953년 저서 『보수의 정신(The Conservative Mind)』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최근 베이징의 한 서점 신간 매대에서 커크의 번역서 『보수주의 사상』을 만났다. 한국과 일본에는 지난해 각각 『보수의 정신』 『보수주의의 정신』으로 번역됐다. 미국에서 초판이 나온 지 65년 만이었다. 마침 이념에 사로잡힌 한·중·일 정권은 이상주의를 구현하겠다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한국 현 정부는 이른바 적폐 청산을 멈출 줄 모른다.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라는 수식어와 병기되는 ‘시진핑 사상’을 내세운 중국 공산당은 공산주의를 암시하는 ‘초심·사명’ 선전에 여념이 없다. 일본에서는 우파 ‘일본회의’로 대표되는 급진 민족주의가 개헌을 노린다. 침묵하는 보수는 우려한다.
 
글로벌 아이 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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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중·일에 커크의 고전이 번역된 것은 보수의 반격으로 볼 수 있다. 번역서를 구했다. 책 제목처럼 역자 서문도 3국 3색이다. 중국어판은 런젠타오(任劍濤) 인민대 교수가 “마인드(mind)를 사상으로 번역해 보수주의 사상의 발전과 변화를 차근차근 설명했다”며 “‘정신’으로 번역했다면 보수주의 사상을 퍼뜨리려는 커크의 의도와 더 가까웠을 것”이라고 했다. 보수주의 보급이 번역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검열의 흔적으로 읽혔다. 일본어판은 “일본 지식사회의 미국 연구와 보수 사상 연구에 대한 소극성”을 늦은 번역 이유로 꼬집었다. 한국어판은 “보수주의는 독재나 재벌의 이해를 대변하는 사상이 아니다”며 “지상 낙원이나 천국을 지구 상에 구현할 방법이 없으니 조금씩 노력해 더 나은 사회를 이루도록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이라고 했다.
 
미국 ‘보수주의의 뿌리’로 불리는 커크는 보수주의의 여섯 개 기둥을 제시했다. 하나 보수주의는 개인의 양심을 신뢰한다. 둘 보수주의는 초월적 질서를 확신한다. 셋 보수주의는 문명사회에는 타고난 차이에 따른 질서가 필요하다고 믿는다. 넷 보수주의는 개인의 재산과 자유는 침범할 수 없다고 확신한다. 다섯 보수주의는 인간의 충동과 욕망을 전통과 관습이 억제할 수 있다고 믿는다. 여섯 보수주의는 신중하지 못한 변혁을 거부한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로 동북아에 여진이 이어질 전망이다. 한·중·일의 건전한 보수가 연대할 기회이기도 하다. 커크의 기둥은 좋은 나침반일 수 있다.
 
신경진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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