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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8억 칫솔, 10억 장관

김승현 논설위원

김승현 논설위원

‘8억 칫솔’이 최근 포털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중동 갑부가 8억 원짜리 황금 칫솔이라도 쓰나?’ 하면서 클릭했다가 제대로 낚였다. 황당 금수저 스토리가 아니라 칫솔 광고였다. 8억(원)은 평생 치아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을 어림잡은 액수다. 치아 한 개를 관리하는데 약 3000만원이 든다는 연구 결과를 근거로 28개(사랑니 제외)엔 약 8억4000만원(28X3000만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좋은 칫솔로 이를 잘 닦으면 8억원을 아끼게 된다’는 메시지는 탐욕의 과장 광고로 몰아붙이기엔 유쾌·발랄했다. 세속적 관심(8억)을 미끼로 홍보(칫솔)와 보건위생적 공익(치아 관리)을 모두 잡았으니 ‘넛지 마케팅’의 성공 사례라 할 만하다. 2017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세일러(탈러라고도 부름)가 주창한 그 ‘넛지(nudge·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 말이다. 남성 소변기에 파리 한 마리를 승부욕의 과녁처럼 그려서 주변에 튀는 소변량을 줄이는 넛지의 기발함은 기분 좋은 경험이다. 개인의 자유는 방해받지 않으면서 정부(또는 기업)는 편안하게 개입한다.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세일러의 책 『넛지』는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40만부 이상이 판매되자 저자는 “놀라운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 독자들과 넛지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지 못한다. 다만 한국인들의 취향이 상당히 높다고 생각할 따름이다”는 감사 인사를 후속작에 썼다.
 
그 취향 높은 국민 앞에 장관 후보자가 10억여원을 내놓았다. ‘10억 장관’의 메시지는 뭘까.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인가, ‘내로남불’로 상처받은 이를 위자하는 보상인가, ‘장관값’인가, 아니면 넛지인가. 8억 칫솔의 유쾌함은 ‘1도 없이’ 불쾌하기만 한 선택의 순간이다.
 
김승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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