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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피해 미국까지 갔는데” 서울대 출신 김실비아씨의 호소

김실비아 씨가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A 교수에 대한 징계위 최종 판단을 앞둔 26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A교수 파면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실비아 씨가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A 교수에 대한 징계위 최종 판단을 앞둔 26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A교수 파면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정 총장님과 징계위원회는 모든 권한을 사용해서 A교수를 파면해주시기를 강력하게 요구합니다.”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 성추행 사건 피해자 김실비아(29)씨는 2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행정관 앞에 섰다. 미국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김씨는 A교수를 고소하고 대학에 A교수의 파면을 요구하기 위해 지난 6월 귀국했다. 김씨는 “학업을 위해 오늘 미국으로 돌아가지만,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와 징계위원회를 계속 지켜보겠다”며 “(징계 결정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한국에 돌아와 더 강력하게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A교수의 파면을 요구하는 서한을 오세정 총장에게 전달하기 위해 총장실이 있는 행정관 4층에 가려고 했지만, 직원들이 건물 진입을 막아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직원들은 “오 총장이 일정상 외부에 있어 만날 수 없다”고만 했다. 김씨와 함께 행정관에 들어가려던 학생들은 건물 밖에서 마이크를 이용해 “총장님 듣고 계십니까? 피해자를 만나주십시오. 4층에 올라갈 수 없다면 왜 올라갈 수 없는지 가르쳐주십시오”라고 항의했다. 학생들은 교무처장에게 서한을 대신 전달했다.
 

“‘흉터 보여줘’ 치마 들치고 허벅지 만져”

김씨의 악몽은 5년째 진행형이다. A교수의 성추행이 시작된 건 석사과정 2년째인 2015년이었다. A교수는 남미 출장 중 버스에서 갑자기 손을 뻗어 앞자리에 앉아있던 김씨의 정수리를 쓰다듬었다.
 
2016년 9월 박사과정을 시작한 김씨는 이듬해 6월 학회 참석차 방문한 스페인에서 또 불쾌한 경험을 했다고 한다. A교수는 김씨에게 “호텔방에서 술을 더 마시자”고 했고, 김씨는 단둘이 있고 싶지 않아 술집으로 가자고 했다. A교수는 이 자리에서 김씨에게 “허벅지에 있는 흉터를 보여달라”며 갑자기 치마를 들치고 허벅지를 만졌다고 김씨는 주장했다. A교수는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강제로 김씨의 팔짱을 끼기도 했다.
 
A교수의 추행은 학회 만찬에서도 계속됐다. A교수가 김씨의 옆에 앉아 가끔 어깨를 주무르자 김씨 옆자리에 앉았던 학생이 낌새를 눈치채고 도움을 줬다는 것이다. A교수는 김씨에게 15분 거리에 있는 호텔까지 “같이 걸어가자”고 했고, 이 학생이 “실비아는 우리와 술 한 잔 더 하기로 했다”고 말해줘 가까스로 난처한 상황을 피했다. 김씨는 “학교에서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해외에서 둘이 있을 때만 그랬다”고 말했다.
 
A교수는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던 김씨에게 “나를 아빠라고 생각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남자친구를 사귈 때도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김씨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반문했다. “아빠라면서 왜 성추행하나요?”
 

“신고 안 하면 ‘스토킹’ 안 끝날 것 같았다”

김씨는 A교수를 피하기 위해 결국 2017년 10월 서울대를 떠나 미국에서 다시 박사과정을 시작했다. 다시는 A교수를 만날 일이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A교수는 끈질기게 연락해왔다고 김씨는 말했다. 문자메시지와 이메일 등을 보내 “왜 인사를 안 오냐”, “다른 교수 이메일에는 답장하면서 왜 내 이메일에는 답장을 안 하냐”라는 내용이었다. 김씨의 미국 전화번호를 주변 사람들에게 수소문하기도 했다고 한다.
 
김씨는 지난해 5월 한국에서 화상치료를 위해 병원을 갔다가 다음날 A교수의 연락을 받았다. 또 “지도교수에 대한 예의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혹시 A교수를 만나게 될까봐 서울대 지인들에게는 귀국 사실을 알리지 않았던 참이었다. 김씨는 “그 연락을 받고 소름이 돋고 스토킹으로 느껴졌다”며 “신고하지 않으면 끝나지 않을 거 같아 신고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해 7월 서울대 인권센터에 피해 사실을 알렸다. 인권센터는 A교수에 대해 ‘정직 3개월’ 처분을 학교 측에 권고했다. 징계위원회 결정은 1년이 넘도록 아직이다.
 
징계위 조사 과정에서 김씨에 대한 교수진의 2차 가해도 이뤄졌다고 김씨는 주장했다. 교수진은 지난 5월 김씨를 지지한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냈지만, 간담회를 열자는 김씨의 요청을 번번이 거절했다고 한다. 교수진 중 한 명은 학생들이 A교수의 파면을 요구하며 A교수 연구실을 점거하자 방 안에 있던 A교수의 컴퓨터를 옮기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서어서문학과 교수진은 나의 폭로 자체가 ‘정치질’이라고 음해하거나 내가 사실은 A교수를 좋아한다고까지 말하고 다녔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를 지원하는 사람들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며 불이익을 준 학과 교수들은 자신들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2월 A교수의 성추행을 폭로하는 대자보를 실명으로 썼다. 학생들은 ‘A교수 사건 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김씨와 함께 투쟁에 나섰다. 지난 6월엔 검찰에 강제추행 혐의로 A교수를 고소했다. 더이상 학교를 믿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A교수는 이달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A교수는 SBS 비디오머그 측에 “김씨의 주장은 사실관계와 차이가 있다”며 “변호사와 적절한 방법으로 입장을 표명하는 방법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대는 2011년 법인화 이후 8년 만인 지난달 27일 ‘서울대 교원 징계규정 제정안’을 의결했다. 1~3개월이던 정직·감봉 기간을 12개월까지 늘렸다. 이에 대해 김씨는 “정직 3개월은 그냥 방학이고, 정직 12개월도 그냥 연구년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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