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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한 식사에 캠퍼스 산책까지…오늘 점심은 이곳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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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헌정 사진 박헌정

[더,오래] 박헌정의 원초적 놀기 본능(44)

대학교 식당들의 시설이 예전보다 훨씬 고급스럽게 개선된 것 같다. 전북대의 <진수원>과 정갈하고 맛있던 5천 원짜리 백반. [사진 박헌정]

대학교 식당들의 시설이 예전보다 훨씬 고급스럽게 개선된 것 같다. 전북대의 <진수원>과 정갈하고 맛있던 5천 원짜리 백반. [사진 박헌정]

 
전북대에서 점심을 먹고 왔다. 학문의 전당에서 지성의 양식 대신 육체의 양식을 가득 채워왔다. 가끔 그런다. 손끝 하나 까닥하기 싫을 만큼 피곤할 때, 입맛은 없지만 뭐라도 먹어야 할 때, 마땅히 당기는 음식이 없어 생각이 제자리에서 빙빙 돌 때 우리 부부가 애용하는 곳이 바로 대학교 식당이다.
 
전북대는 캠퍼스가 아주 웅장하고 멋지다. 밥값보다 택시비가 더 들긴 했지만, 무더위가 한풀 꺾인 조용한 캠퍼스를 걸어보고 식당에서 담백하고 맛있는 점심을 먹은 게 만족스럽다.
 
서울에 살 때는 집에서 가까운 서울과학기술대와 한국외국어대, 한성대를 찾곤 했다. 대학교 식당을 이용하기 시작한 것은 서울시가 대학과 연계해 운영하는 ‘서울시민대학’ 강의를 들으면서부터다. 오전 강의가 끝나면 점심시간인데 교수들이 교직원식당이나 학생식당 음식도 꽤 괜찮다며 권해서 이용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학생들 사이에서 식사하자니 초대받지 않은 손님 같아 민망하고 멋쩍었지만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았고, 음식 맛도 좋았다.
 
꽃이 좋은 계절에는 가끔 대학 캠퍼스를 찾는다. 학생들의 활기찬 모습을 보면 옛날 생각도 나고 우리 아이들 생각도 나서 마음이 푸근해진다. [사진 박헌정]

꽃이 좋은 계절에는 가끔 대학 캠퍼스를 찾는다. 학생들의 활기찬 모습을 보면 옛날 생각도 나고 우리 아이들 생각도 나서 마음이 푸근해진다. [사진 박헌정]

 
대학 신입생 시절을 떠올려본다. 도시락 두 개씩 가지고 다니던 고등학생 신분을 벗어나 따뜻한 밥을 사 먹는 것이 너무나 즐겁고 맛있고 행복해서 매일 점심시간을 기대했다. 친구들과 학생식당에 몰려가 식판에 밥을 타 먹고, 벤치에서 커피도 마시고 담배도 피우면 어른이 다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물론 불과 몇 달 만에 그것도 질리고 시들해져 졸업할 때쯤에는 ‘이놈의 학생식당 밥 지겨워서라도 빨리 취직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던 학생식당의 밥을 다시 마주하니 느낌이 새로웠다. 식사는 부실한 듯하면서도 한 끼 배 속을 채우는 데 충분했다. 달고 기름진 음식 맛은 중년의 입맛과 다소 거리가 있었지만 한두 번씩은 맛있게 먹을만했다.
 
30여년 동안 학생식당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당시 메뉴는 장국밥, 순두부, 된장찌개, 김치볶음밥, 육개장, 짜장면, 냉면, 하이라이스 같은 것이었고, 가격은 5백원 정도였다. 지금은 4천 원대, 그동안의 물가변동을 어떻게 가늠할지 모르겠지만, 당시 학생식당 음식 가격이 외부의 절반도 안 됐던 걸 고려하면 요즘이 약간 더 비싼 것 같다(당시 짜장면 8백원, 설렁탕 1,500원).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당시에는 대부분의 학교가 식당을 직영했다. 그래서인지 식당에서 일하는 아저씨 아주머니들도 학생들을 바라보는 눈빛이 더 따뜻했다. MT 갈 때 학생식당 수저를 한 묶음씩 몰래 빌려 가거나, 동아리방마다 식판 가져다 안줏감 부어놓고 술 마시곤 했는데, 아저씨들이 가끔 한 번씩 돌며 회수하시면서도 싫은 소리 하신 적이 없었다.
 

외대 교수식당도 구성원들의 만족도와 자부심이 높다. 다른 곳에 비해 자극이 덜하고 집밥 느낌이 많이 난다. 비빔밥에 뭇국, 가자미튀김이다. [사진 박헌정]

 
요즘은 외부 급식업체에 위탁운영 하니 음식은 훨씬 고급스러워진 대신 가격이 올라갔고 시설도 깨끗해졌다. 빠네 파스타, 소금구이, 왕새우 튀김 메밀소바, 육회비빔밥처럼 메뉴도 창의적으로 다양해졌다. 그다지 맛은 없지만 저렴한 커피와 디저트도 있다.
 
만일 예전처럼 학교가 식당을 직영한다면 학생을 위해 염가로 제공하는 밥을 외부인이 먹는 것은 미안한 일이다. 그러나 급식업체가 운영하면서 가격도 현실화되어 어떤 곳에서는 외부손님을 은근히 반기는 눈치다. 그러니 학생들 붐비는 시간에 가서 자리를 뺏지만 않는다면 그다지 미안할 일이 아니다. 아니, 나의 식사비와 주차비가 조금이나마 학생복지에 보탬이 되지 않을까 생각도 한다.
 
도심 속 대학캠퍼스는 시민의 휴식공간이기도 하다. 봄에는 꽃 보러, 가을에는 단풍 구경하러 대학 캠퍼스를 찾는 사람이 많다. 실내에는 영화관, 서점, 은행, 우체국, 식당처럼 외부인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도 꽤 많다.
 
예전에 “대학은 지역사회와 공유해야 하는 시설”이라던 어느 교수의 의견에 공감한 적 있다. 교육학 시간에 배운 건데, 기초교육일수록 그 교육 효과는 사회 전체에 긍정적 결과를 창출하고 고등교육으로 갈수록 효과는 개인의 이익으로 귀결된다고 한다. 초등학교에서 배운 한글, 줄서기 같은 질서의식, 국가관 등은 우리 사회 전체에 이익이 되지만 명문대 나오면 그 열매는 고스란히 자신의 입신출세에만 도움된다.
 
그런데 대학을 세우고 유지하는 비용에는 국민 세금이 투입된다. 대학 다니지 않는 사람이 낸 세금으로 대학 다니는 사람이 이익을 보니 대학은 최소한 그 시설이라도 사회와 나누는 게 당연할 것 같다.
 
그래서 요즘은 아예 담장 없는 대학도 많다. 도서관도 외부인에게 개방하고, 지역주민 대상 오픈 강좌도 많이 늘었다. 그러니 외부인이 대학 구내에서 얌전하게 식당 정도 이용하고 나오는 것은 별로 문제 될 일은 아닌 것 같다. 물론 ‘남의 공간’이니 기본적인 예의가 필요하고 눈치도 좀 살피는 게 정상이다.
 
학생식당의 음식이 양과 질보다 가격이 너무 싸서 미안하다면 교직원 식당에 가서 먹어도 된다. 어떤 곳은 인터넷에 주간식단표까지 나와 있다. 식사 후 곧바로 돌아오지 말고 캠퍼스도 좀 거닐며 젊은 학생들 모습도 실컷 보고, 학교 곳곳에 걸려있는 현수막도 한 번씩 읽어볼 만하다.
 
서울과학기술대에서 먹었던 빠네 파스타와 한성대에서 먹었던 돈까스 김치볶음밥. 4천 원대 가격도 놀랍지만 양과 맛에 한번 더 놀란다. 한창 왕성한 시기에 맞춰 고열량 식단으로 구성하는 것 같다. [사진 박헌정]

서울과학기술대에서 먹었던 빠네 파스타와 한성대에서 먹었던 돈까스 김치볶음밥. 4천 원대 가격도 놀랍지만 양과 맛에 한번 더 놀란다. 한창 왕성한 시기에 맞춰 고열량 식단으로 구성하는 것 같다. [사진 박헌정]

 
밥하기 싫은 날, 대단히 맛있는 밥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한 끼 때울 곳을 찾는다면 부부가 함께 데이트도 할 겸 대학교 캠퍼스로 나들이해보자. 도시의 중년 한량 같지 않은가.
 
박헌정 수필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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