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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비싸거나 5만원 이하…추석선물도 ‘불황의 역설’

6500만원부터 2만원대까지 양극화

 
롯데백화점 추석선물세트. 한우세트인 ‘L-NO.9 세트’를 135만원에 판매한다. [사진 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 추석선물세트. 한우세트인 ‘L-NO.9 세트’를 135만원에 판매한다. [사진 롯데백화점]

 
올해 추석 선물세트는 가성비를 앞세운 실속형 제품과 수십~수천만원대 초고가 제품으로 명확히 갈리는 분위기다. 경기불황·소비침체가 지속하면서 저렴한 제품이 늘었지만, 이른바 ‘불황의 역설’로 초고가 제품 인기도 상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추석, 이른바 ‘몸값’으로 주목받는 건 굴비다. 수백만원대 선물세트가 줄줄이 등장하면서다. 롯데백화점 ‘영광 법성포굴비세트 황제(2.7㎏)’는 200만원, 신세계백화점 ‘명품재래굴비 특호(2.0㎏)’는 120만원이다. 현대백화점이 나름 “프리미엄 굴비를 선보이기 위해 1년 동안 실험했다”며 26일부터 판매하는 ‘전통 소금 3종 영광 참굴비 세트(26만원)’가 저렴하게 느껴질 정도다.
 
현대백화점이 26만원에 판매하는 영광 참굴비 세트. [사진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이 26만원에 판매하는 영광 참굴비 세트. [사진 현대백화점]

 
전통적인 고가 상품인 한우는 가격이 더 비싸다. 호텔 임피리얼 팰리스 서울이 선보인 ‘정일품 세트’는 500만원이다. 롯데백화점이 올해 추석에 100세트만 한정판매하는 ‘L-NO.9 세트’는 135만원이다.  
 

굴비 200만원, 한우 500만원

 
호텔 임피리얼 팰리스 서울은 ‘정일품 세트’를 500만원에 판매한다. [사진 임페리얼팰리스서울]

호텔 임피리얼 팰리스 서울은 ‘정일품 세트’를 500만원에 판매한다. [사진 임페리얼팰리스서울]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처음으로 40만원 짜리 한우 육포를 출시했다. 기존 육포 4배 가격이다. 현대백화점도 이번 추석에는 역대 최대 규모의 한우 선물세트(5만2000세트)를 선보였다. 이밖에 60만원짜리 갈치(신세계백화점)와 28만원짜리 곶감(롯데백화점) 선물세트도 등장했다.  
 
김선진 신세계백화점 식품생활담당 상무는 “지난해 200만원 상당의 명품한우세트가 3일 만에 모두 팔렸다”며 “명품으로 분류하는 프리미엄 선물을 찾는 수요가 지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백화점 프리미엄 제품군 매출신장률은 2016년 이후 3년 연속 상승했다(16.3%→10.2%→19.6%).
 
올 추석 롯데호텔에서 판매하는 6500만원짜리 와인 '도멘 드 라 로마네 콩티' 와인세트. [사진 롯데호텔]

올 추석 롯데호텔에서 판매하는 6500만원짜리 와인 '도멘 드 라 로마네 콩티' 와인세트. [사진 롯데호텔]

 
굴비·한우가 비싸다지만 술값과 비교하면 ‘새 발의 피’이다. 롯데호텔에선 6500만원짜리 와인(도멘 드 라 로마네 콩티 와인세트), 신세계백화점에선 5500만원 짜리 위스키(글렌피딕 50년산)를 판다. 롯데백화점 최고가 와인세트(5대 샤또 2000 빈티지 밀레니엄 세트)는 2500만원이다.

 

9800원 와인세트도 18만병 팔려

 
글렌피딕 50년산. [사진 신세계백화점]

글렌피딕 50년산. [사진 신세계백화점]

경기 악화에도 초고가 상품이 늘어나는 건 가치 소비가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다. 가치소비는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본인만의 만족도가 높은 상품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소비 형태다.  
 
초고가 제품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대신 다른 상품은 그만큼 지갑을 닫는다. 이로 인해 소비의 양극화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실제로 초고가 상품이 범람하고 있지만 5만원대 이하 추석선물세트도 동시에 늘었다. CJ제일제당은 햄·카놀라유 등으로 구성한 3만~4만원대 선물세트 비중을 지난해 추석보다 2배 확대했다.  
 
초고가 상품으로 이목을 모은 와인도 초저가 제품이 인기다. 이마트는 스페인산 와인 2종으로 구성한 선물세트(도스코파스) 가격이 9800원에 불과하다.  도스코파스는 지난 1일에 출시한 후 보름 만에 18만병이 팔렸다. 1만9800원에 판매하는 와인 선물세트도 많다.  
 

“만족도 소비…초고가·초저가 인기”  

 
추석 초고가 상품도 잘팔리지만 반대로 초저가 상품도 잘 팔린다. 이마트가 추석을 맞아 선보인 9800원 짜리 와인선물세트는 보름만에 18만병이 팔렸다. [사진 이마트]

추석 초고가 상품도 잘팔리지만 반대로 초저가 상품도 잘 팔린다. 이마트가 추석을 맞아 선보인 9800원 짜리 와인선물세트는 보름만에 18만병이 팔렸다. [사진 이마트]

 
고가 제품이 주류인 백화점에서도 10만원 이하 상품이 늘었다. 현대백화점은 온라인전용상품으로 2만원대 스팸세트(10종)나 3만원대 건강보조식품세트를 판매하고 있고, 아보카도·망고세트(8만5000~9만5000원) 등 일부 과일세트도 10만원 미만이다.
 
신세계백화점도 “지난해 추석 10만원 이하 선물세트 판매신장률이 18%를 기록했다”며 “때문에 올해 추석에는 막걸리세트(5만원)·불고기세트(9만원) 등 10만원 이하 선물세트 개수(13만개)를 지난해 추석 대비 30%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은 3~4만원대 선물세트 비중을 2배 확대했다. 사진은 3만3500원에 판매하는 ‘스팸 복합 1호’ 선물세트. [사진 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은 3~4만원대 선물세트 비중을 2배 확대했다. 사진은 3만3500원에 판매하는 ‘스팸 복합 1호’ 선물세트. [사진 CJ제일제당]

 
가격을 낮추기 위해 용량을 축소하기도 한다. 현대백화점은 40종의 다품종·소량 세트를 출시했다.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숫자다. 소규모 포장한 선물세트를 선보이는 건 롯데백화점(생선구이세트)·신세계백화점(간편수산물세트)도 마찬가지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부(富)의 양극화로 고소득층은 프리미엄 소비를 지향하고, 고소득층이 아니더라도 만족도를 극대화하는 소비를 지향하면서 소비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중간 시장이 축소하고 초고가·초저가 시장이 굉장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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