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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경 칼럼] 조국과 동맹 균열…불길한 이중주

이하경 주필

이하경 주필

왜 스스로 고립의 길을 가는 것일까. 문재인 정부는 동맹과 우방의 만류를 뿌리치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깼다. 반면에 정권의 정체성인 정의와 공정을 뒤흔든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는 굳게 지키고 있다. 외교·안보와 내치의 중대 사안을 비상식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동맹국과 민심의 시선은 싸늘하다. 아직은 진영의 환호가 들리지만 시간은 그들의 편이 아니다.
 

지소미아 파기와 조국 지키기
동맹국· 민심 모두 싸늘한 시선
우리 진영의 맹목적 환호가 아닌
국익·이성 최우선으로 판단해야

파기는 뜻밖이었다. 협정 유지는 국익을 위한 너무도 당연한 조치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북한의 핵·미사일과 중국의 군사력 팽창에 한·미·일이 합심해서 대처할 때다. 북한은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방사포를 연거푸 발사하면서 한국 주요시설 타격 훈련을 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폭격기는 동해의 한국 영공을 제집 안방처럼 헤집고 다녔다. 미국의 대통령과 외교안보 라인이 총동원되고, 일본의 외무장관·국내외 전문가들이 나서서 한국 정부의 협정 유지를 주문했다. 협정의 자동연장은 순리였다.
 
문 대통령의 대일 자세도 한동안 누그러져 한·일 관계 개선의 기대감은 고조됐다. 대통령은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감정적이어선 안 된다”고 했다. 8·15 경축사에선 “지금이라도 일본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우리는 기꺼이 손을 잡을 것이다”고 한발 더 나아가기까지 했다.
 
이제는 “한·미·일 3각 안보협력과 한·미 동맹에서 이탈하려는 것 아닌가”라는 의심이 나올 판이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공개적으로 “실망했다”는 비외교적 표현을 뱉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겠다”고 했다. 동맹 회의론자인 그가 한·미 동맹의 존폐여부를 고민하게 되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미· 일과의 안보협력이 절실한 시기에 “한국이 스스로를 배제하는 애치슨 라인을 새로 그었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일본은 우리에게 한 대도 없는 대북 정찰위성을 7대나 가진 정보강국이다. 일본의 신호정보를 받지 못하면 대북 감시망에 구멍이 숭숭 뚫린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도 “협정의 전략적 가치는 충분하다”고 했다. 체제를 달리하는 베트남·러시아와도 맺은 협정을 안보 파트너인 일본과는 깨겠다는 결정을 누가 납득할 것인가.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정부가 멀쩡한 정신으로는 할 수 없는 엉뚱한 자해행위”라고 비판했다.
 
물론 일본 아베 정권에게 원죄가 있다. 말도 안 되는 ‘안보상의 이유’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배제한 것이 발단이 됐기 때문이다. “우리를 불신하는 나라와 어떻게 민감한 군사정보를 교환할 수 있느냐”는 정부의 논리에도 일리는 있다. 일본을 말리지 않은 미국도 사태를 악화시킨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래도 협정 파기는 너무 나갔다. 화풀이는 했지만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었다. 자유무역의 가치를 흔들었다는 비판에 몰렸던 아베에게는 반전의 호재가 됐다. 일본은 “역시 한국은 중국 편”이라며 보복의 칼날을 휘두를 것이다. 한·일의 자중지란에 베이징과 평양은 쾌재를 부를 것이다. 글로벌 협력시대에 민족주의의 페달을 세게 밟는 것은 위험천만하다. 한국의 결정이 일본 전체를 겨냥한 반일로 비춰지면 일본 내 우호세력마저 적으로 돌아서게 된다. 극우인 아베가 가장 좋아하는 구도다.
 
한·일 관계 악화의 심연에는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명시하지 않은 1965년 한일협정이 숨어 있다. 미국 친일정책의 결과다. 미국 국무부는 2차대전 이후 패전국 일본의 국제사회 복귀를 위해 1943년부터 ‘관대한 평화’라는 개념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1941년 일본에 진주만 공습을 당하고 참전 중이던 시기다. 미·일 관계는 이렇게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친밀하다. 협정 파기 같은 무데뽀식으론 일본을 혼내줄 수 없다.
 
양국관계 악화의 가까운 원인은 대법원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있다.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금은 1965년 한일협정 당시 우리 정부가 받은 대일 청구권 자금에 포함됐다. 대법원 판결이 일본 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했지만 국가간 조약인 한일협정과 충돌한다. 이런 국제법과 국내법의 모순을 한국 대통령이 ‘국제법 우선 원칙’에 따라 정리하지 않는다고 아베가 보복에 나서서 지금의 평지풍파가 일어났다.
 
그렇다면 일본과 무관하게 우리 돈으로 피해보상을 하겠다고 선언해 버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경제강국인 한국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일본에는 진심어린 사죄와 반성을 요구하면 된다. 자연스럽게 아베의 경제보복 명분은 소멸되고 우리는 도덕적 우위에 선다. 일본의 양심과 도덕은 국제사회의 주시 속에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조국 후보자는 법치와 정의의 수호자인 법무장관이 될 자격을 상실했다. 계속 버티는 건 국민과 싸우겠다는 것이다. 임기 반환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문 정부는 외교·안보·내치·경제의 모든 분야에서 동맥경화증에 걸렸다. 이대로 가면 고립무원의 상태가 된다. 더 늦기 전에 국익과 이성을 최우선에 놓고 결단하기 바란다.
 
이하경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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