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무너진 성수대교, 사춘기 소녀 은희의 삶도 흔들었다

[더,오래] 현예슬의 만만한 리뷰(66) 영화 '벌새'

지난달부터 공교롭게도 신인 여성 감독의 영화를 소개해드리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도 마찬가지로 신인 김보라 감독의 장편 데뷔작 ‘벌새' 입니다.
 
이 영화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넷팩상, 관객상을 받은 이후 전 세계 25개국에서 상을 휩쓸며 극찬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영화 ‘올드보이'와 ‘아가씨'의 박찬욱 감독은 “이 영화를 다 보고도 누가 벌새를 가냘프다고 하겠는가. 감독에게 강력히 요구한다. 서둘러 속편을 내놓으라" 평하기도 해 개봉 전부터 많은 사람의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영화 ‘벌새'의 주인공 14세 소녀 은희. 은희 역을 맡은 박지후 배우는 2003년 생으로 또래인 10대 사춘기 소녀의 감성을 잘 표현했다. [사진 에피파니·매스오너먼트]

영화 ‘벌새'의 주인공 14세 소녀 은희. 은희 역을 맡은 박지후 배우는 2003년 생으로 또래인 10대 사춘기 소녀의 감성을 잘 표현했다. [사진 에피파니·매스오너먼트]

 
영화의 배경은 1994년입니다. 14살 중학생 은희(박지후 분)가 주인공인데요. 은희는 가부장적인 아빠와 자신에게 관심이 없어 보이는 듯한 엄마, 공부 잘하는 오빠, 그리고 공부에는 관심 없는 언니 사이에서 관심받고 싶은 사춘기 소녀입니다.
 
그 나이 또래의 여느 소녀들처럼 공부에는 관심 없고 가족보다는 친구가 더 좋습니다. 콜라텍에 가서 신나게 춤추기도 하고 몰래 담배를 피워보기도, 문방구에서 펜을 훔치기도 하죠. 이런 은희의 이야기를 보면서 관객들은 마치 우리 모두의 이야기인 것처럼 많은 공감을 하게 되는데요. 이는 아마도 감독의 자전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일 겁니다.
 
또한 은희 역을 맡은 박지후 배우가 사춘기 소녀의 감성을 잘 표현했는데요. 실제 2003년생인 박지후 배우는 “또래인 은희를 특별한 아이가 아닌 보통의 10대로 느끼고 연기했다. 감독님과 사적인 이야기도 많이 나누며 은희에게 나의 실제 모습을 많이 투영했다"고 말했습니다.
 
은희에게 있어 유일한 어른이자 모든 질문에 응답해주는 영지 선생님. 영지 선생님 역을 맡은 김새벽 배우는 독립 영화는 물론 한국 영화계의 뮤즈로 불린다. [사진 에피파니·매스오너먼트]

은희에게 있어 유일한 어른이자 모든 질문에 응답해주는 영지 선생님. 영지 선생님 역을 맡은 김새벽 배우는 독립 영화는 물론 한국 영화계의 뮤즈로 불린다. [사진 에피파니·매스오너먼트]

 
은희는 자신이 다니던 한문 학원에서 영지 선생님을 만나게 되는데요. 이 영화에서 ‘어른다운 어른’으로 등장하며 유일하게 은희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줍니다. 은희에게 영지 선생님은 자신이 겪는 크고 작은 혼란에 유일하게 응답해주는 정신적 지주 같은 존재로 은희의 인생에서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됩니다.
 
영화를 보면서 내내 머릿속에 드는 의문은 ‘왜 영화의 배경을 1994년으로 설정했을까' 였습니다. 김보라 감독은 이에 대해 “성수대교가 무너진 해를 배경으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성수대교 붕괴라는 사건이 은희가 맺어온 관계의 붕괴를 보여주기도 하고, 한국 사회에서 여러 붕괴가 일어날 때 이 아이가 어떤 식으로 삶을 헤쳐나가는지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영화에서 성수대교 붕괴는 은희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은희는 언니(왼쪽), 언니의 남자친구(오른쪽)와 함께 새벽에 차를 타고 붕괴된 성수대교 다리를 보러 간다. 94년에 일어난 이 사건은 은희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다. [사진 에피파니·매스오너먼트]

은희는 언니(왼쪽), 언니의 남자친구(오른쪽)와 함께 새벽에 차를 타고 붕괴된 성수대교 다리를 보러 간다. 94년에 일어난 이 사건은 은희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다. [사진 에피파니·매스오너먼트]

 
영화의 제목인 ‘벌새’는 1초에 80번 이상 날갯짓을 하는 새로 조류 중에 가장 작습니다. 꽃에 있는 꿀을 먹고 꿀벌보다 더 힘찬 날갯짓을 하죠. 그래서 희망, 사랑, 생명력 등의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감독은 은희가 포기하지 않고 사람들을 만나고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여정을 그리고 있어 제목을 ‘벌새'로 지었다고 합니다.
 
사실 영화를 마지막까지 보고 나면 궁금해지는 게 많습니다. 은희의 이야기에 비해 드러나지 않은 영지 선생님의 이야기, 영지 선생님이 은희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편지에 ‘돌아가면 모두 다 이야기해 준다’던 그 이야기는 무엇이었는지. 또 14살이었던 은희가 94년에 겪은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어떻게 성장했는지. 마지막으로 2019년 현재, 마흔을 목전에 둔 은희는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벌어진 커다란 사건들에 어떻게 응답했으며 어떻게 살고 있을지 등. 김보라 감독님께서 저의 물음에 응답해주실지. 박찬욱 감독님의 말처럼 저도 속편을 기다려 봐야겠습니다.
 
벌새
영화 '벌새' 포스터. [사진 에피파니·매스오너먼트]

영화 '벌새' 포스터. [사진 에피파니·매스오너먼트]

 
감독&각본: 김보라
출연: 박지후, 김새벽, 정인기, 이승연, 박수연
촬영: 강국현
음악: 마티야 스트르니
장르: 드라마
상영시간: 139분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일: 2019년 8월 29일 예정
 
현예슬 hyeon.yeseul@joongang.co.kr
 

관련기사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