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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딸 선물저자로 확인되면 논문 전체 취소해야”

학술 논문 연구윤리

서정욱 서울대 의대 교수가 21일 이공계와 의학 분야 연구윤리 가이드라인 책자를 들고 학술지 출판 윤리 규정을 설명하고 있다. 강홍준 기자

서정욱 서울대 의대 교수가 21일 이공계와 의학 분야 연구윤리 가이드라인 책자를 들고 학술지 출판 윤리 규정을 설명하고 있다. 강홍준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조모(28)씨가 제1 저자로 기재된 학술지 논문은 SCI(Science Citation Index,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 논문이다. SCI란 미국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Clarivate Analytics)가 구축한 국제학술논문 데이터베이스(DB)를 뜻한다. 이곳 DB에 등재된 학술지의 논문을 SCI 논문이라고 하는데 SCI 등재 학술지와 여기에 실린 논문은 학술적으로 가치와 권위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조씨가 2008년 한영외고 2학년 방학 때 단국대 의대 장영표 교수 연구실에서 인턴으로 연구에 참여했고, 당시 연구 결과가 논문으로 정식 발표된 시점은 고3 때인 2009년 8월이다. 고려대 수시모집 원서접수 기간(그해 9월) 직전에 자신의 이름이 제1 저자에 올라간 논문이 나온 것이다.
 

서정욱 전 병리학회 이사장 인터뷰
영어 번역 잘해서 자격? 언어도단
대입 도움주려 했다는 단국대 교수
논문 제1저자로 올린 건 징계 마땅

학계 처리 기준 따라 기여도 밝혀
자진 취소 안하면 직권 취소해야

여기서부터 비롯된 조국 후보자 딸을 둘러싼 논문 논란의 핵심은 딸 조씨가 과연 이 논문의 제1 저자로서 자격이 있는지다. 이 논문이 수록될 당시 학술지(Korean Journal of Pathology)를 발행했던 대한병리학회의 이사장은 서정욱 서울대 의대 교수다. 서 교수는 이 문제에 대해 “명백한 연구부정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태평양 의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 수석부회장을 역임했고, ‘의학논문 출판윤리 가이드라인’의 집필진에 소속된 의학 분야 연구윤리 전문가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책임저자(교신저자)인 장영표 교수는 지난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조 후보자 딸의)해외 대학 입시 준비에 도움을 주고자 제1 저자로 등록했고 그만큼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교신저자가 논문 저자 자격을 선물했다는 것 아니냐. 심각한 부정이다. 장 교수에 대한 징계가 필요하다.”
 
왜 이 문제가 심각한 것인가.
“논문의 저자가 무얼 하는 사람인지 잘 모르는 것 같다. 연구 아이디어를 내고, 어떻게 연구할지 계획을 세우며, 실제 실험 등 연구를 수행한 다음 그 결과를 논문으로 만드는 게 저자다. 2주간 인턴으로 연구에 잠깐 참여한 고교생이 어떻게 제1 저자가 되나. ‘영어 번역 잘했으니 제1 저자 줄게’ 하듯 선물을 준 거다.”
 
선물저자(Gift Author)는 부정행위에 해당하나.
“(한국과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가 발간한 ‘이공계 연구윤리 및 출판윤리 매뉴얼’ 책 40쪽을 펴 보이며) 연구부정행위 중 부당한 논문저자 표시에 해당한다. 제1 저자는 그 논문에서 가장 크게 기여한 사람을 말한다. 고교생 인턴이 논문의 기획부터 출판까지 전 과정에서 가장 크게 기여했다고 할 수 있겠나. 교수가 아이에게 선물을 줬다면 누구에게 준 건가. 부모에게 간접적으로 주는 거 아닌가. 이런 사례는 정말 없다. 논문의 가치를 스스로 망가뜨리는 것이다.”
 
대한병리학회의 영문 학술지가 지금은 SCI급이 아닌데.
“내가 이사장으로 있을 당시엔 SCI급이었다. 지금은 SCI급이 아니다.”
 
당시 편집위원회가 저자 자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게 잘못 아닌가.
“편집인이 저자 소속을 의심하거나 재직 증명서를 제출하라고 하는 경우는 없다. 책임저자가 편집인에게 저자 각각의 역할(이 논문의 저자는 총 6명)을 기재하게 돼 있을 뿐이다. 모든 책임은 교신저자가 질 수밖에 없다.”
 
그럼 장 교수가 조국 후보자의 딸의 저자 역할을 어떻게 썼는지 확인하면 되겠다.
“기록이 남아 있는지 모르겠지만, 교신저자가 당시 조 씨의 역할을 ‘영어로 논문을 쓰는 데 기여했다’고 썼을지 의문이 든다. 영어 논문을 쓰는 데 기여해 제1 저자 자격을 준다는 말은 언어도단이라고 본다.”
 
단국대도 연구윤리위원회를 열어 조사를 시작했고, 대한병리학회지 편집위원회도 이 문제를 그냥 넘어가지 않을 텐데, 부당한 저자표시 문제는 어떻게 처리되어야 하나.
“의학 분야를 포함해 이공계 분야에서 이 문제를 처리하는 기준이 있다. 영국출판윤리위원회(COPE)의 기준이다. 선물저자가 있는 것으로 의심될 때 편집위원회는 책임저자(교신저자)에게 학술지 저자 규정집을 보내 저자 모두가 기준을 충족했는지 진술하게 하고, 저자별 기여정보를 요청하며, 선물저자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이 저자를 삭제토록 하는 등 조치를 해야 한다.”
 
책임저자가 논문을 스스로 취소(retraction)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나.
“저자는 논문의 중요한 구성요소이기 때문에 저자가 잘못됐다면 수정하거나 논문 전체를 취소하는 게 연구윤리다. 편집위원회가 타당한 사유를 들어 수정을 요구하는데도 이를 거부한다면 직권으로 취소할 수도 있다.”
 
논문에서 연구부정행위가 발견돼 논문이 취소되더라도 조 씨의 책임은 아니고, 조국 부부의 잘못도 아니다. 다만 이 실적으로 대입에 활용해 합격했다면 부정입학으로 연루될 가능성은 있겠다. SCI급 논문을 썼다는 실적이 있으면 입학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나.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전형에 여러 번 들어간 적이 있다. 학부 다니면서 SCI 논문 썼다고 실적을 제시하는 학생들이 여럿 있었다. 심사위원들은 ‘SCI 썼어? 대단하네’ 하는 반응을 보인다. 높게 쳐주는 것이다. 연구하고 논문을 쓰는 학술활동을 학계에서 인정받았다는 의미인데 그런 실적을 무시할 수 있겠나. SCI 논문 실적 있으면 교수도 되지 않나.”
 
연구부정으로 조국 딸 저자 삭제 땐 대입 자소서·면접 원인 무효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28)이 고교 2학년 때 2주간 인턴활동에 참여한 것만으로 연구 논문의 제1 저자로 오른 것이 연구부정행위에 해당하는지 최종 판정은 학술지 편집위원회가 한다. 대한병리학회의 영문 학술지의 편집위원장은 정찬권 가톨릭대 의대 교수다.  
 
정 위원장은 “현재 연구윤리위반이 의심되는 상황이어서 적절한 확인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학회 측은 연구와 논문 작성에 있어서 조 씨의 기여도를 확인하기 위해 해당 논문의 책임저자인 단국대 의대 장영표 교수에게 2주 안에 소명하도록 내용증명을 22일 보냈다.
 
장 교수가 조국 후보자의 딸의 대입을 돕기 위해 조 씨에게 저자 자격을 선물했고, 그 결과 조 씨가 선물저자(Gift Author)가 된 것으로 최종 판정된다면 이러한 행위는 부당한 저자표시(연구부정행위 중 하나)에 해당한다.  
 
편집위원회는 장 교수에게 조 씨를 저자에서 삭제할 것을 요청하며, 장 교수는 이에 응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편집위원회는 직권으로 논문을 취소할 수 있다. 대부분 삭제 요청이 받아들여져 논문 취소까지 가는 일은 거의 벌어지지 않는다.
 
조 씨가 저자 목록에서 삭제되면 그가 이 논문을 가지고 한 행위(자기소개서 작성, 면접에서 소개)는 원인 무효가 된다. 조국 청문회 대응팀이 “논문 실적으로 (조씨가) 합격한 게 아니다”라고 해명하는 건 ‘연구부정→저자 삭제→부정입학’의 고리를 중간에서 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이 전형은 1단계에서 어학 등의 성적 40%, 학교생활기록부(서류평가) 60%로 전형하고, 2단계에서 1단계 성적 70%, 면접 30%로 선발했다. 논문 실적이 개입될 소지는 1·2단계에서 모두 있었다.
 
강홍준 기자 kang.hongjun@joongang.co.kr

연구부정행위=연구개발 과제를 제안·수행·결과보고·발표하는 데 있어서 데이터 위조와 변조, 표절, 부당한 논문저자 표시 등의 행위를 말한다. (교육부 연구윤리확보를 위한 규칙)
 
저자=논문의 연구에 실제적인 지적 공헌을 한 사람을 말한다. 연구의 개념을 잡고, 설계에 참여하며, 데이터를 수집해 해석하고, 논문을 작성하거나 중요한 내용을 발표하는 초안을 작성하는 데 참여하며, 발표 논문의 최종본을 승인한 사람을 저자가 될 자격(authorship)이라고 한다.(국제의학학술지 편집인위원회)
 
책임저자=논문 투고 과정에서 학술지 편집위원과 교신하면서 학술지 투고 절차에 따라 저자들의 상세 정보를 제공하고, 각종 임상시험 등록 등 연구와 관련된 문서 작성 등을 일차적으로 책임지는 사람.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논문에서 책임 저자(교신저자)는 단국대 의대 장영표 교수다.
 
제1 저자=논문 작성에서 가장 기여도가 큰 사람을 말한다. 조국 후보자 딸이 고교생인데도 제1 저자가 됐다.
 
부당한 논문저자 표시=과학적·기술적 공헌 또는 기여를 한 사람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논문 저자 자격을 부여하지 않거나 공헌 또는 기여를 하지 않은 자에게 논문저자 자격을 부여하는 행위를 말한다. 연구부정행위에 해당한다. (교육과학기술부 훈령)
 
선물저자(Gift Author)=저자 자격이 없거나 부족한 연구자를 연구자와의 개인적인 친분 등으로 저자에 포함시켜 저자가 된 사람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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