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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트럼프에 적당한 스트레스 줘 타협 유도 전술”

북아일랜드 평화 주도 조너선 파월 

조너선 파월

조너선 파월

북·미 판문점 만남은 극적이었다. 하지만 이후 상황은 딴판이었다.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연거푸 쏴올렸다. 2017년 벼랑끝 대치와는 다른 분위기다. 피로 얼룩진 영국-북아일랜드 사이에 평화를 깃들게 한 조너선 파월(사진) 토니 블레어 전 총리의 비서실장이라면 사태를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을 듯했다. 파월은 1998년 4월 영국과 아일랜드 사이에 맺어진 ‘성금요일합의(Good Friday Agreement)’를 이끌어낸 주역이었다. 영국 정계에서 한반도를 잘 아는 사람이기도 하다. 핵 위기가 한창이던 2017년 12월엔 평양을 방문했다. 중앙SUNDAY가 한반도와 브렉시트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파월에게 전화를 걸었다.
  

북·미 판문점 회담 뒤 진전 없어
서로 힘든 교착상태라야 합의 가능
북, 트럼프 인내 한계 안 벗어나게
단거리 미사일 쏘며 긴장감 유발

14년간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비서실장
 
영국 총리의 비서실장을 오래했다. 한국 대통령 비서실장은 길어야 2년 정도인데.
“블레어가 총리로 재임한 1997년부터 2007년까지 10년 동안 비서실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은 그가 노동당 당수를 지낸 시기까지 합하면 모두 14년 정도를 비서실장으로 일했다.”
 
그 오랜 세월 한 정치 리더의 비서실장으로 일한다는 게 만만찮았을 텐데.
“서구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장 오래 비서실상을 했다(웃음). 더욱이 비서실장 14년 가운데 7년을 북아일랜드와 분쟁 등을 해결하는 데 몰두했다. 하루 24시간 일에 파묻혀 지냈다. (길게 숨을 내쉬며) 내 자신을 최대한 상황에 적응시키려고 발버둥쳤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분쟁 협상가의 눈에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어떻게 보이는가.
“어떤 두 나라가 오랜 세월 갈등하다 평화조약에 합의하는 조건이 무엇인지 아는가? 국제정치 학자들이 말하는 ‘서로 괴로운 교착상태(mutually hurting stalemate)’다. DPRK(외교관 출신답게 그는 인터뷰 내내 북한을 이렇게 불렀다) 지도자 김정은은 너무 평온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처럼 북한을 무시하고 방치할까 우려한다. 내가 보기에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은 미국과 관계가 좋지도 나쁘지도 않으면서 경제제재만 이어지는 것이다.”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실험이 관심끌기 위해서란 말로 들린다.
“그런 셈이다. 지금까지 북한과 미국은 비핵화와 관계 정상화에 대해 원론적인 합의만 했을 뿐이다. 갈 길이 멀다. 너무 평온하면 ‘서로 괴로운 교착상태’가 아니다. 북한은 미국에 적당한 스트레스를 줘야 한다고 믿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트럼프의 인내의 한계(Risk Tolerance)를 벗어나지 않게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단거리 미사일 실험을 하던 기간에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친서를 띄웠다. 트럼프의 인내 한계를 벗어나지 않으려는 제스처로 보인다.
 
서로 고통스러운 상황이어야 한다고 했는데, 트럼프는 어려운 상황은 아닌 듯하다.
“대선을 앞두고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다. 외교적으로는 보여준 게 거의 없다. 미·중 무역협상도 지지부진하다. 성과를 내야 하는 압박감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의미에서 북·미 교착상태가 오래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북아일랜드와 협상을 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그렇게 예상하는가.
“그렇다. 북아일랜드 평화 여정은 힘들었다. 성금요일합의 이후에도 테러가 발생해 영국인 29명이 숨졌다. 평화 협상 자체가 실패로 끝날 듯했다. 하지만 당시 아일랜드 총리가 테러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아일랜드 정치리더 가운데 북아일랜드 무장단체 테러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사람은 이전에 없었다. 대화 모멘텀이 유지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역할을 놓고 한국에서 논쟁 중이다. 평화협상을 해본 사람으로서 문 대통령의 중재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북·미 협상이 아직 타결되지 않아 중재자로서 성공했다고 말하기는 이르다. 문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과 미국 트럼프 양쪽과 신뢰를 쌓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는 교착상태를 이겨내고 협상을 다시 시작하는 데 중요한 디딤돌이 된다.”
 
파월은 평론가로 영국 정치를 진단해왔다. 평소 그는 영국 정치가 시스템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영국 상황에 대해서도 물었다.
 
존슨, 노딜 브렉시트로 충격 줄 듯
 
브렉시트 국민 투표 이후 영국 정치가 표류하고 있다.
“영국 정치사를 보면 1920~30년대 정치 리더들이 무기력 증상을 보였다. 그런 사태가 요즘 재발하고 있다. 보수당과 노동당 리더들이 당내에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분열 때문이다.”
 
보리스 존슨 총리가 노딜 브렉시트를 할 듯하다.
“존슨은 노딜 브렉시트를 단행해 유럽연합(EU) 정상들에게 충격을 준 뒤 자유무역협상(FTA)을 추진할 뜻을 갖고 있는 듯하다. 일종의 충격요법이다. 하지만 내가 블레어 총리와 함께 협상해봐서 아는데 EU 리더들에게 그 전술이 통할지 의문이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조너선 파월 1956년에 태어나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역사 등을 공부한 뒤 BBC 방송에서 기자로 활동했다. 토니 블레어의 비서실장으로 북아일랜드 평화협상을 주도했다. 현재 국제분쟁 중재단체인 인터미디에이트(Inter Mediate)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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