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아이들 그림책 읽히며 내가 배워”

책읽는 사람들

강원도 동해시 해오름지역아동센터에서 그림책 읽어주는 봉사를 하는 안지언씨. 김현동 기자

강원도 동해시 해오름지역아동센터에서 그림책 읽어주는 봉사를 하는 안지언씨. 김현동 기자

강원도 동해시의 인구는 9만 명 남짓. 그나마 해마다 준다. 해군기지를 빼면 이렇다 할 산업기반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초등학교 고학년이 돼, 상대적으로 손이 덜 가는 나이가 되면 보다 나은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부모가 적지 않다고 한다. 저소득·다문화·한부모·조손 가정 아이들의 경우 교육 환경이 더 열악할 수밖에 없다. 학습능력이 떨어지거나 정서적으로 취약한 아이들이 많다는 게, 동해시의 취약지역 중 하나인 구미동(선돌길10)에서 해오름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는 이현영 소장의 말이다.
 

7년째 책읽기 봉사 안지언씨

60대 중반인 안지언씨는 요즘 매주 목요일 오후 해오름센터를 찾는다. 센터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기 위해서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2014년부터 시행하는 ‘책 읽어주는 문화봉사단(책문봉)’. 안씨는 그 일원이다. 2013년 동해시 평생학습관에서 동화구연을 배운 게 계기였다. 결혼 후 줄곧 가정주부로만 지내온 안씨, “서울이나 대도시에 비하면 문화 혜택이 크게 부족한 동해시의 아이들에게 좋은 그림책을 읽어줘 바람직한 인성을 심어주자”, 이런 사명감이 불타올랐다고 한다. 7년째 책 읽어주는 할머니로 활동하는 이유다.
 
안씨는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우선 내가 얻는 게 많다”고 했다. 그림책이 결코 만만한 책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것도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어른에게도 쉽지 않은 수준 높은 그림책이 많다는 것. “내 아이들이 자랄 때 많이 읽어주지 못한 게 아쉬울 정도”라고 했다.
 
물론 어려움도 있다. 역시 집중력이 떨어지게 마련인 아이들이 따라와 주지 않을 때다. 그럴 때 안씨는 한 아이에게 집중적으로 질문을 던지거나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 만한 그림을 펼쳐 보인다고 한다. 책문봉 활동을 하며 자연스럽게 터득한 노하우다.
 
단정적으로 그림책의 교훈을 전달하지 않는 건 말하자면 숨은 노하우. 단정적으로 말하면 전달 효과가 떨어져서다. ‘~하지 않을까’ ‘~하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이런 반문 형식을 즐겨 사용한다.
 
책문봉은 만 50세 이상 ‘영실버’가 최소 가입 자격이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노인 인력을 활용하자는 취지다. 2009년부터 정부 위탁을 받아 민간이 시행하다 2014년 지금의 꼴을 갖췄다. 요즘은 해마다 10개 주관기관을 선정해, 기관마다 20명씩의 봉사자가 전국 200개 아동·노인·장애인 시설에서 그림책 읽어주는 봉사를 한다. 안지언씨는 동해시립발한도서관 소속이다.
 
책문봉 초창기 운영방식을 설계한 한국책놀이지도사협회 이송은 회장은 “경기도의 은빛 독서 나눔이 등 지자체별로 비슷한 프로그램이 여럿 있다”고 소개했다. “대부분 여성들인 책문봉 회원들이 아이들이나 노인 시설에서 그림책을 읽어준 대가로 큰돈은 아니지만 반찬값 정도의 수고료를 받는다는 점에서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쪽만 희생하는 일방적인 봉사는 아니라는 얘기다. 책문봉 할머니 활동가들은 석 달에 60만원가량을 번다.
 
다시 안지언씨. 인터뷰 말미에 못 다한 말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내게 남아 있는 시간동안 나보다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이나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 가기 전에 보람찬 일을 하고 싶은 거다.”
 
신준봉 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inform@joongang.co.kr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