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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유 曰] 한전공대는 코미디다

양영유 교육전문기자 중앙콘텐트랩

양영유 교육전문기자 중앙콘텐트랩

1962년 서울 마포에 대학이 하나 생겼다. 2년제인 수도공업초급대학이다. 2년 뒤에는 4년제 수도공과대(首都工科大)로 커졌다. 설립 주체는 한국전력. 전원 기숙사 생활에 장학금을 내걸자 가난한 인재들이 몰렸다. 과학입국을 표방한 박정희 정권도 밀어줬다.  
 

대학 공급과잉, 에너지 전공 차고 넘쳐
대통령이 공약 집착말고 접는 게 순리

딱 거기까지였다. 공대는 ‘돈 먹는 하마’였다. 살림이 궁한 정부와 한전의 돈줄이 막히자 10년을 버티지 못했다. 결국 1971년 인근 홍익대에 통합됐다. 전력 독점처럼 대학 경영을 쉬이 본 한전의 실패였다. 그런 한전이 또 일을 내고 있다. 탈원전으로 졸지에 적자 기업으로 전락하고도 전남 나주에 한전공대를 세우겠다며 속도를 낸다. 한전 이사회가 설립 기본계획을 의결(8일)하더니 부영그룹과 대학 부지 기부 약정식(20일)까지 했다.
 
한전공대는 공학계에선 ‘조국 스카이 캐슬’ 논란보다 더 뜨거운 이슈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을 맹신하는 것처럼 한전공대를 ‘탈원전 캐슬’로 맹신하는 까닭이다. 기본계획을 보면 입이 딱 벌어진다. 설립비 6300억원(땅값 제외), 연간 운영비 640억원, 학부생 400명, 대학원생 600명, 교수와 직원 100명씩이다. 학생은 전원 등록금·기숙사비가 공짜다. 개교는 문 대통령 임기 만료 2개월 전인 2022년 3월이다.  
 
한전이 한상 말아 올린 기본계획은 조만간 국무회의에 보고된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전남도지사 시절 제안해 문 대통령이 받은 공약이니 누가 토를 달겠나. 대학 과잉공급 해결 책임자인 유은혜 교육부 장관도 짝짜꿍하는데.  
 
대학 총장들과 공대 교수들은 한마디로 ‘코미디’라고 했다. 공대를 키우려면 10년, 20년 천문학적인 투자가 필요한데 당위성도, 실리도 없다는 거였다. 문·이과 구분 없는 융·복합시대에 에너지 외골수는 ‘미친 짓’이라고도 했다.
 
나도 동감했다. 당장 학생이 모자라 5년 내 전국 대학 80곳이 줄 폐교할 판인데 웬 신설 타령인가 말이다. 게다가 에너지 관련 학과는 차고 넘친다. 카이스트·광주과기원·대구경북과기원·울산과기원·포스텍 등 과학기술 5개 특성화 대학을 비롯한 전국 대부분 대학에 있다. 소가 웃을 일 아닌가.
 
돈이 가장 웃긴다. 초기 설립비가 실제론 1조원에 가깝다. 부영 측이 무상으로 내놓는 나주 부영CC 40만㎡의 땅값과 제반 기회비용 등을 감안하면 그렇다. 1조원은 교육부가 대학들을 쥐락펴락하는 연간 재정지원사업 규모나 미국 MIT대의 세계 최대 인공지능(AI) 단과대 설립비와 맞먹는다. 기가 찬다.  
 
설혹 설립한들 ‘돈 먹는 하마’의 배를 계속 채워줄 수 있을까. 한전은 올 상반기에만 9285억원의 적자를 냈다. 누적 부채가 115조원이다. 낙하산 김종갑 사장의 해바라기 경영으론 앞길도 깜깜하다. 전남도와 나주시는 어떤가. 연간 100억원씩 10년간 2000억원을 댄다고 한다. 제 앞가림(전남도 재정자립도 32%, 나주시 29%)도 못 하면서 국민 호주머니를 호구로 본다. 이런 식이라면 태양광 대학, 소득주도성장 대학, 주 52시간 대학도 세울 수 있다.
 
코미디는 또 있다. 전국의 과학 영재들은 대부분 5개 특성화 대학이나 상위권대에 장학생으로 간다. 등록금 공짜 매력도 없는데 입시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단다. 교수진은 어떨까. 글로벌 대학이 되려면 외국인 교수 비율이 최소 30%는 돼야 한다. 48년 전통의 카이스트도 10%가 안 된다. 연봉도 연봉이려니와 정주 여건이 안 맞으니 안 온다. 그런데 대전보다도 먼, 서울에서 300㎞ 떨어진 나주에 매력을 느낄까. 자칫 노벨상급은커녕 외국인조차 드문 시골 변두리 공대가 될 수도 있다. 그건 진짜 코미디다.
 
문 대통령에게 결자해지를 요청 드린다. 한전공대 지을 돈으로 AI대학을 세우거나 똘똘한 대학을 지원하는 게 백번 낫다. 한전공대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 최선이다. 그게 순리다.
 
양영유 교육전문기자/중앙콘텐트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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