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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조국 ‘사회 환원’ 꼼수로 청년들 분노 못 넘는다

‘우리는 무얼 믿고 젊음을 걸어야 합니까’ ‘명백한 진상규명!’  
 

“진상규명” “후보자 사퇴” 대학 촛불집회
단순한 박탈감 뛰어넘는 젊은 세대 좌절
조 후보자, 진정성 있다면 자진 사퇴해야

어제 오후 6시 고려대 중앙광장. 수백여 명의 학생들이 모여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부정 입학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학생들은 주최 측에서 선언문을 낭독한 뒤 푯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질서정연하게 행진했다. 서울대생들도 이날 촛불집회를 갖고 조 후보자의 후보자직·교수직 사퇴를 요구했다. 단국대생들은 조 후보자 딸의 ‘논문 제1저자 등재’ 의혹 규명을 주장하고 나섰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 목소리들 뒤엔 더 크고 깊은 청년층의 분노와 상실감이 버티고 있다는 사실이다.    
 
조 후보자는 어제 사모펀드와 사학재단 ‘웅동학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저와 가족을 둘러싼 국민들의 따가운 질책을 받고, 송구한 마음으로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러한 입장문 발표는 대학생들의 촛불집회 등으로 궁지에 몰리자 돈으로 장관직을 사려는 꼼수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그의 말처럼 “진심을 믿어 달라”고 하려면 딸의 부정입학 의혹부터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설명하는 게 우선 아닌가.  
 
지금 문재인 정부와 조 후보자에게 필요한 것은 청년들이 왜 분노하고 있는지 직시하는 일이다. 분노를 촉발한 건 조 후보자 딸의 대학 입학을 둘러싼 논란이었다. 조 후보자 딸 조모(28)씨는 한영외고 1학년 재학 중이던 2007년 같은 학교 학부모가 교수로 있던 단국대 의대 연구소에서 2주간 인턴생활을 한 뒤 병리학 논문의 제1저자로 등재됐다. 이 경험을 대입 자기소개서에 밝혔고, 고려대 수시전형에 합격했다. 그뿐인가. 조씨는 고려대 졸업 후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두 학기 모두 전액 장학금을 받은 뒤 다시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에서도 6학기 연속으로 교수 장학금을 받았다. 조씨의 입시 및 장학금 수령은 국민의 상식적인 생활감각으로 이해하기 힘든 과정들로 점철돼 있다.  
 
청년층이 분노하고 상실감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조씨의 ‘성취’가 경쟁하고 노력해서 얻은 결과물이 아니라는 데 있다. 조씨가 참여했다는 이른바 ‘학부형 인턴십 프로그램’은 모든 학생에게 열린 기회가 아니었다. 이를 두고 “누구나 신청하고 노력하면 접근할 수 있는 기회”라며 특혜가 아니라는 주장은 분노를 키울 뿐이다.    
 
이달 초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직원들에게 선물했던 『90년대생이 온다』는 90년대생들이 공무원 시험으로 몰리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완전무결한 정직을 요구하고 있는 새로운 세대에게 유일하게 남아 있는 공정한 채용 시스템이라는 점이다.’ 젊은이들의 분노를 단순히 취업난이나 심리적 박탈감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건 그래서다.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불공정의 장벽이 어둠 속에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다시금 좌절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2016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 측근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의혹이 확산된 계기는 최씨 딸 정유라씨의 학점 특혜 논란이었다. 뒤이어 입시 부정이 불거지면서 결국 촛불집회로, 박근혜 정부 몰락으로 이어졌다. 박 전 대통령 탄핵 후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기회는 평등할 것이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대통령 취임사)이라고 다짐했다. 2016년 겨울 촛불집회에 모였던 많은 청년들은 이번 조 후보자 문제를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조 후보자 딸 입학 의혹은 명백한 수사 대상이다. 문 대통령이 조 후보자 문제에 대해 결단하지 않는다면 정부에 대한 신뢰는 빠르게 무너질 수 있다. 조 후보자는 이제라도 자진 사퇴하는 게 공직 후보자로서, 그리고 학생을 가르치던 교육자로서 마지막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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