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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충분히 보상한다더니…대토보상권 대출 금지

LH “3기 신도시 보상 전까지 규정 개정”… 토지 소유주 “주민재산권 침해”

3기 신도시 대토보상 논란


지난 6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3기 신도시 예정지 토지 소유주 등이 모여 정부에 ‘올바른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6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3기 신도시 예정지 토지 소유주 등이 모여 정부에 ‘올바른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과천·남양주·하남시 등지의 수도권 3기 신도시 예정지에 대한 토지보상이 연말로 다가온 가운데 정부가 활성화하기로 한 ‘대토(代土)보상’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대토보상은 토지 수용에 대한 보상을 현금이 아닌 땅으로 받는 방식이다. 정부는 원주민 재정착률을 높이고 막대한 현금보상금이 주변 땅이나 주택 등으로 흘러들어 부동산시장이 과열하는 것을 막기 위해 3기 신도시부터 대토보상을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정작 3기 신도시 보상이 다가오면서 신도시 주요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대토보상 관련 혜택을 대폭 줄이는 방향으로 관련 지침을 바꾸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LH가 신도시 개발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심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출 막히면 이주 등 생계 곤란

대토보상은 개발 예정지 내 토지 소유주가 현금이 아닌 택지조성 공사가 끝난 예정지 내 땅(아파트·상가용지 등)으로 보상받는 방식이다. 개발이 본격화하면 대토보상 신청자가 모여 조합을 만들고 시행자로부터 용지를 받아 직접 상가나 오피스텔, 아파트를 개발하게 된다. 정부는 2007년 이 제도를 도입했는데, 당시에는 주택시장 침체 등으로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그러나 신도시 아파트값이 계속 오르면서 최근에는 대토신청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LH에 따르면 2008~2014년 보상을 실시한 전국 공공택지의 대토보상 비율은 1~3% 선이었으나 2015년에는 이 비율이 15%로 급등했고, 지난해에는 29%까지 치솟았다.
 
대토보상은 여러모로 이점이 많다. 땅을 수용 당한 토지주 입장에서는 보상비에 아파트·상가 개발 사업을 통한 ‘개발이익’이라는 보너스를 받을 수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원주민 재정착률을 높이고, 현금보상금액을 낮춰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정부가 3기 신도시 개발 때부터 대토보상을 늘리겠다고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금보상금이 다시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어 부동산시장이 들썩이는 것을 방지하고, 개발이익이라는 보너스를 줘 개발에 반대하는 신도시 예정지 토지주의 마음을 사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3기 신도시 보상이 다가오면서 주요 시행자인 LH가 정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LH는 현재 대토보상권을 담보로 한 대출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대토보상지침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토보상 신청자의 권리인 대토보상권을 담보로 대출을 받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LH 관계자는 “11월 3기 신도시 지구지정 이전에 관련 지침을 정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7월 24일에는 경기도 성남시의 서현중앙교회에서 공공택지 개발 예정지 주민을 상대로 이 같은 내용의 설명회도 열었다. LH 관계자는 “최근 토지보상이 진행된 수도권 일부 공공택지에서 일부 대토보상자가 전매가 안되는 대토보상권을 전매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 같은 불법행위를 막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일부 시행사(부동산개발회사)가 서울 수서지구, 경기도 고향시 장항지구에서 웃돈을 주고 대토보상권을 사들여 이슈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LH의 움직임에 3기 신도시 예정지 토지 소유주를 중심으로 반발이 일고 있다. 대토보상권의 전매를 이유로 대출을 금지하는 건 재산권침해라는 주장이다. 3기 신도시의 한 토지 소유주는 “보상이 끝나면 당장 이사를 가야하는 데다 보상에 따른 양도소득세를 내야하고, (농사를 짓던 사람은) 대체 땅을 구하기 전에는 생업도 포기해야 한다”며 “현금을 쥐고 있지 않으면 대토보상은 꿈도 꾸지 말라는 말”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의 한 전문가는 “대토보상권은 현금보상이나 채권과 마찬가지로 토지 소유주의 개인 재산”이라며 “그런데 이를 담보로 한 대출을 금지하는 것은 명백한 사유재산침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LH는 “대출 규제는 용지를 공급 받기 전까지만 유효하다”며 “개발지 내 용지를 공급 받은 후에는 대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토보상 이후 용지 공급까지는 적게는 2~3년, 길게는 5년 이상도 걸린다. 실제 경기도 과천시의 한 공공택지에선 6년이 넘도록 대토보상 용지 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개발이익이 줄어 정부가 주장하는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대토보상 신청자는 향후 조합을 설립해 용지를 받은 후 아파트 등을 직접 개발하게 된다. 도심에서 이뤄지는 재개발·재건축과 같은 형태다. 조합원을 모집하거나 개발사업을 위한 사전 준비 등을 위해서는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되는데, 대출이 막히면 이 비용을 충당할 수 없게 된다. 대토사업을 준비 중인 지역의 한 위원장은 “대토개발사업은 기본적으로 사업 주체인 토지 소유주가 대토보상권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설계 등 개발 사업 사전 준비 비용을 충당하는 형태”라며 “대토보상권을 담보로 한 대출을 받지 못하면 사업 자체를 할 수가 없는 구조여서 개발이익을 가져갈 수 없다”고 말했다. LH가 주도하는 공공리츠를 통해 개발할 수도 있지만, 주민 자체 사업과는 다른 구조여서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관련 업계는 대토보상권의 불법 전매 등을 막기 위해서는 조합원 명부나 수익권자 확인 등의 방법 등이 있는 데도 대출 규제를 하겠다는 건 행정편의주의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대출을 규제한다고 해서 전매를 막거나 관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매를 막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하지만 대출 규제를 통해 전매를 막겠다는 건 탁상행정”이라며 “대출 규제로 대토보상은 줄고 다시 현금보상이 늘어나 정부의 우려대로 주변 부동산시장을 자극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LH가 3기 신도시 개발의 채산성을 높이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LH는 대토보상용지의 경우 감정가격의 120%에 팔아야 한다. 하지만 이 땅을 민간건설사에 최고가 경쟁 입찰을 붙여 분양하면 이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팔 수 있다. 수도권 아파트용지는 경쟁률이 수백대 1에 이를 정도로 인기다. 4월 경기도 양주신도시에서 나온 한 아파트용지는 60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LH 입장에서는 대토보상 신청자가 줄면 이처럼 경쟁 입찰을 통해 분양할 수 있는 용지가 늘어나게 된다.
 

대토보상 줄면 용지 분양 수익 늘어

한편 정부는 3기 신도시의 공공주택지구 지정(9월 예정)을 앞두고, 자족기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와 관련해 유치 기업에 조성원가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부지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뿐만 아니라 3기 신도시 개발지역 원주민들의 재정착이 원활하도록 토지 보상금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낮추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중앙도시계획위원회에서 지구 지정에 대한 심의 후 지정 고시를 낼 예정이다. 보상 작업은 지구 지정 후 이르면 한달 이내에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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