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종료 후폭풍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22일(현지시간) 캐나다 오타와에서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캐나다 외교장관(오른쪽)과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 자리에서 ’한국이 정보 공유 협정에 관해 내린 결정을 보고 실망했다“고 말했다. [AFP=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joongang_sunday/201908/24/c5137d3e-e92f-4c35-a8cb-7ee592df2255.jpg)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22일(현지시간) 캐나다 오타와에서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캐나다 외교장관(오른쪽)과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 자리에서 ’한국이 정보 공유 협정에 관해 내린 결정을 보고 실망했다“고 말했다. [AFP=연합뉴스]
처음엔 “실망” 표명하던 미국
“문 정부 심각한 오해” 수위 높여
미국이 양해했다는 청와대 발언도
백악관·국무부 강경 입장에 영향
그런데 이날 오후 1시가 넘어 국방부는 이례적으로 같은 사안에 대해 2차 성명을 냈다. 이스트번 대변인의 2차 성명은 “미 국방부는 문재인 정부가 지소미아 갱신을 보류한 데 대해 강한 우려와 실망감을 표명한다”며 지소미아 종료를 직접 거론했다. 이어 “우리는 한·일 관계의 다른 분야 마찰에도 불구하고 상호 방위와 안보적 유대는 온전하게 지속해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며 “우리는 가능한 한 한국·일본과 양자 및 3자 국방안보 협력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오후 2시.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캐나다 오타와에서 미·캐나다 외교장관 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을 하는 자리에서 “우리는 한국이 정보 공유 협정에 관해 내린 결정을 보고 실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한·일 두 나라에 계속 교류하고 대화를 지속할 것을 촉구한다”며 “한국과 일본의 공동 이익이 중요하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고 그것은 미국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두 나라가 그들의 관계를 정확히 제자리로 되돌리는 일을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같은 미 정부의 입장 변화는 청와대 관계자가 전날 “미국은 이번 우리 정부의 결정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한 데 따른 것으로 관측된다. 이 발언은 청와대의 지소미아 종료 발표에 이은 브리핑에서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가 “한·미 동맹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미국과 실시간 소통했다”고 설명하면서 “일본 쪽으로부터 반응이 없다면 지소미아의 종료는 불가피하다는 점을 역설했고, 따라서 미국은 이번 우리 정부의 결정을 이해하고 있다”고 밝힌 대목이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 협정 종료 발표 후 미국 정부 반응
이후 오후 6시 넘어 발표된 미 국무부 성명은 문재인 정부를 향한 불만을 직접 표출한 종합판이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은 문재인 정부가 지소미아를 종료한 데 대해 강한 우려와 실망감을 표명한다”며 국방부 성명의 주체를 미국으로 확대했다. 대변인은 “미국은 이번 결정이 미국의 안보 이익과 동맹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을 문재인 정부에 거듭 분명히 했다”며 “이번 결정은 문재인 정부가 동북아에서 우리가 직면한 중대한 안보 도전들에 대해 심각한 오해(a serious misapprehension)를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국무부는 이어 “미국은 한·일 관계의 다른 분야 마찰에도 불구하고 한·미 상호 방위 및 안보 유대는 온전하게 지속해야 한다고 굳게 믿으며, 한·일 양국과 가능한 한 양자 및 3자 안보 협력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며 국방부가 2차 성명에서 밝힌 입장을 재확인했다. 특히 ‘문 정부(Moon administration)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그동안 한·미 동맹 관계에서 쓰지 않았던 표현까지 등장한 것이란 지적이 외교가에서 나오고 있다.
이날 하루 미국의 입장이 이처럼 크게 바뀐 데 대해 이스트번 국방부 대변인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1차 성명은 한국의 종료 발표 직후 부처 조율 없이 한 것이며, 백악관·국무부 등과 조율을 거쳐 미국 정부의 통합된 입장으로 2차 성명을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소식통은 “미국이 양해했다는 청와대 관계자 발언에 대한 불만은 (미 정부 부처 내의) 공통된 인식”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유지혜·김다영 기자 jjpo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