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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리의 시선] 조국 딸이 계속 드럼을 쳤더라면

안혜리 논설위원

안혜리 논설위원

조로남불, 조로타불(조국이 하면 로맨스 남·타인이 하면 불륜), 조럴 해저드(조국의 도덕적 해이)….
 

‘교수 카르텔’ 특혜 본 조국 딸
김제동도 조롱한 ‘금수저 입시’
이참에 ‘짬짜미’ 전수조사 어떤가

다른 진영 허물엔 매서운 비판을 하더니 뒤로는 반칙을 일삼으며 온갖 특권을 누려온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행태를 조롱하는 신조어가 쏟아지고 있다. 숱한 의혹 가운데 특히 대중의 분노 게이지를 치솟게 만드는 건 조 후보 부부가 속한 견고한 ‘교수 카르텔’ 덕분에 단 한 번의 필기시험 없이 외고에 이어 고려대, 서울대 대학원,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을 프리패스하고, 이걸로도 모자라 LA다저스 류현진 방어율에 맞먹는 1점대 성적으로 1000만원 넘는 격려 장학금까지 챙긴 조 후보 딸(이하 조씨)의 ‘황제 입시전형’이다. 진실이 뭘까.
 
고려대 입학 당시 쓴 자기소개서  등이 속속 삭제되는 와중에 조씨가 한영외고 동기 커뮤니티 카페에 쓴 글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가 고교 입학 직전인 2006년 12월에 쓴 ‘교복 마춰써요’라는 제목의 게시글엔 “교복을 ‘마쳣죠’… 넥타이 하나 넣어주던데… 머플러도 ‘사음품’으로 줘요”라는 표현이 나온다. ‘넣어주던데’를 맞게 쓴 걸 보면 ‘ㅆ’ 받침을 ‘ㅅ’으로 쓴다든지 하는 식으로 중고생들이 알면서도 일부러 오기하는 것과는 달리 우리말 맞춤법에 서툰 게 드러난다.
 
입시 공부해본 사람은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국어 실력 없는 공부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다. 웬만큼 공부해선 문제를 풀 수 있는 독해력을 키우기 쉽지 않아서다. 한국생활 공백 탓에 또래보다 뒤처진 국어 실력으로 우등생이 모인 외고에서 경쟁을 해야 했으니 얼마나 고생이 심했을지 절로 그림이 그려진다. 더욱이 국제반인 OSP(오슾) 과정에 속해 내신 과목은 한국어로 공부하고 방과 후엔 외국대학 진학용으로 SAT와 AP까지 추가로 공부해야 했을 테니 동기들 따라가기가 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2007년 7월 한영외고 동기의 학부모이기도 한 단국대 의대 장영표 교수 아래서 2주 동안 인턴을 하면서 소아병리학 관련 영어 논문의 1저자로 이름을 올렸고, 이 스펙을 자소서에 녹여 고려대에 수시로 입학했다. 의사들은 "의학과 4학년도 이해하기 어려운 주제”라며 "1저자 논문 수가 부족하면 전문의를 딸 수 없어 전공의 기간에는 교수 잔심부름하며 논문 구걸도 마다치 않는데 고교생의 1저자 등재는 명백한 부정”이라고 성토한다. 장 교수는 "영작으로 기여했다”지만 의학지식은 고사하고 불과 7개월 전까지 한국어 실력도 부족했던 학생이 어떻게 매끈한 영작을 했는지는 또 다른 미스터리다. 그리고 2015년 의전원에 진학해서는 공부를 따라가지 못해 두 번 유급했다. 드러난 행적만 보면 공부 재능 부족으로 제대로 된 학업을 수행하지 못한 셈이다.
 
누구의 욕망 탓일까. 2014년 조 후보가 쓴 『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에 힌트가 있다. 그는 특목고와 명문대 등 학벌 좇는 걸 ‘구시대적 인재상’이라고 꾸짖으면서 딸이 드럼 친 얘기를 썼다. ‘딸에게 바이올린과 플루트를 추천했는데 거들떠보지도 않더니 혼자 드럼을 배워 공연까지 했다’며  
 
‘드럼 연습 시간에 공부했다면 서열상 더 높은 대학에 진학했을지 모르지만 의미 있었다’고 했다. 누가 봐도 미국 명문대 스펙용으로 악기를 시켰다가 뜻대로 되지 않은 것인데 그런 얘기는 쏙 빼고 딸을 자유로운 영혼으로 포장했다. 특목고 보내고 논문 1저자 올린 얘기도 물론 쓰지 않았다.
 
‘조적조’(지금 조국의 적은 과거의 조국)라지만 방송인 김제동도 이미 조 후보의 이런 행태를 비판한 바 있다. 그는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에서 최순실·정유라의 입시부정을 강조하며 "열심히 공부하는 청소년의 의지를 꺾고 부모에 열패감을 안겼다면 헌법 제34조 위반”이라고 외쳤다. 헌법을 들먹일 필요도 없다. 지금 평범한 국민들은 조씨의 고려대 입학 취소를 요구하고 조 후보 부부의 사법처리를 요구할 만큼 화가 나 있다.
 
만약 조씨가 부모가 원하는 명문대 스펙을 좇는 대신 본인이 당시 좋아했던 드럼을 계속 쳤더라면 어땠을까. 최소한 성적 공개로 전 국민적 망신을 당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조 후보 역시 빈 텀블러 들고 다니며 이미지 메이킹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본인이 책에 쓴 그대로 좋아하는 일을 선택한 딸의 삶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조씨는 더이상 드럼을 치지 않았고 정권의 도덕성을 흔드는 아이콘이 됐다.
 
뒤늦게 고려대가 진상 조사를 하겠다고 나섰지만 조 후보 부녀로 그칠 일이 아니다. 장 교수 아들 등 전국 대학 전수조사라도 해야 이참에 교수끼리 짬짜미로 자기 아이들 학벌 만들어준 ‘교수 카르텔’을 깰 수 있지 않겠나.
 
안혜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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