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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연의 시시각각] 잊어주세요 개각

최상연 논설위원

최상연 논설위원

문재인 대통령이 “근거 없는 가짜 뉴스나 과장된 전망이 불안감을 키운다”고 지적했다. ‘경제가 튼튼하다’는 낙관론과 함께였다. 같은 날 여당은 ‘엄중한 경제상황’을 들어 내년 예산규모를 530조 원까지 늘리도록 정부에 요구했다. 그러면 민주당의 호들갑은 과장된 전망을 바탕으로 한 가짜 뉴스인가 아닌가.
 

드림 내각·대통합 정부 약속하곤
인사는 내 편만 쓰는 오만·독선
이런 팀으론 난국 돌파 어림없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한·일 갈등과 관련해 “청구서가 날아올 게 뻔한데 왜 미국에 중재를 요청하겠나. 도와 달라고 요청하는 순간 글로벌 호구가 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문 대통령으로부터 관여 요청이 있었다. 한·일 두 나라가 원하면 관여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은 글로벌 호구인가 아닌가.
 
문 대통령이 “남북 대화가 다양한 경로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한 다음날 북한은 “그런 건 하나도 없다”고 일축했다. ‘평화 경제’를 제시하자 미사일을 날렸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미사일 도발에 대해 “비핵화 후를 대비해 신무기 만드는 것으로, 비핵화 하겠단 얘기”라고 감쌌다. 북한은 정말로 핵을 버릴까. 그냥 희망 고문인가.
 
이런 의문과 의심이 지금 우리 주변의 진짜 걱정거리다. 북핵 폐기는 실종됐고, 미국 대통령은 ‘북한 미사일이 한국을 겨냥했기 때문에 아무렇지도 않다’고 외면한다. 일본과 싸우는 와중에 중·러는 우리 영공을 넘나들고 군은 우왕좌왕이다. 서민 경제는 쑥대밭이다. 그런데 모두들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 얘기로 뜨겁다.
 
그래서 난데없고 황당하기까지한 ‘조국 법무’는 청와대의 버리는 카드란 생각까지 해봤다. 여러 의혹을 청와대가 몰랐을 리 없다. 알면서도 내밀어 궁색한 현안은 덮고 정국을 좀 바꿔보자는, 말하자면 ‘문 정부식 잊어주세요 이벤트’ 같은 거 말이다. 어쨌든 외교안보팀 경질 등의 ‘정부 리스크’ 불만이 ‘조국 찬반’으로 옮겨가고 있지 않나.
 
그런데 조국은 사석(捨石)이 아닌 모양이다. 게다가 ‘잊어 달라’는 건 ‘지금까지의 운전 잘못을 덮자’는 판단이 전제다. 이 정부는 국정 난맥이란 인식 자체가 없는 것 같다. 이 판에 정부홍보 실태조사에 나선 청와대를 보면 그렇다. 북한, 일본, 경제 관련 부처가 대상이다. “세계경제가 어려운데 ‘왜 우리가 나쁘냐’면 정말 답답하다”는 남 탓도 또 도졌다.
 
‘잊어주세요 개각’이란 말은 2년 전 궁지에 몰린 아베 내각을 놓고 유행했다. 가케학원 특혜 의혹 등으로 붕괴 위기를 맞자 개각으로 덮고 ‘민심의 일신’을 꾀한 걸 두고였다. 대결 정치로 정권의 구심력을 만들던 아베는 개각 후 몸을 낮추고 귀를 열었다. 시늉일지라도 그랬다. 하지만 임기 반환점을 도는 문 정부의 개각은 많이 다르다.
 
남 탓, 언론 탓의 무오류 정권이다. 이순신 장군이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마라’했더니 ‘이순신, 거짓말 사주 사실로 드러나’식으로 보도한다며 언론이나 비웃고 겁준다. 생각해 보자. 조국 후보자가 민정수석으로서, 자신이 받는 의혹과 똑같은 처지의 인사를 검증했다면 장관 후보자로 추천했을까. 유임된 장관들은 어떤가.
 
인사가 만사다. 전 정권 실패가 수첩 인사에서 시작됐다. 전전 정권 역시 고소영 내각으로 휘청댔다. 잘못한 게 없으니 바꿀 게 없다는 식의 오만과 독선으론 새 출발이 어렵다. 당연히 ‘아무나 흔드는 나라’에서 탈출하는 것도 버겁다. 그토록 무시하는 아베에게도 배울 점이 있다. ‘잊어주세요 개각’으로 난국을 돌파했다.
 
이쯤 되면 내각이 총 사퇴해야 한다. ‘앞으론 잘 해보겠다’는 다짐과 과거 잘못을 인정하는 반성이 나와야 한다. 문 대통령은 ‘드림팀 내각, 대통합 정부’를 그토록 다짐했다. 훌륭한 약속인데 임기 내에 과연 볼 수는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런 진용이 드림팀이라면 나라 다운 나라는 어떻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인지도 도무지 모를 일이다.
 
최상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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