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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무엇을 위한 지소미아 파기인지 우려스럽다

청와대가 어제 예상과는 달리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를 파기하기로 한 것은 여러 측면에서 유감스런 일이다. 그나마 요즘 들어 잠잠해진 한·일 간 갈등을 악화시킬 것은 물론이고 우리 안보의 기틀인 한·미·일 3각 안보협력도 뒤흔들게 분명한 까닭이다.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일본 정부가 백색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해 양국 간 안보협력 환경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지소미아) 협정을 지속시키는 것이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양국 간 믿음이 사라진 상황에서 민감한 군사정보를 어떻게 교환하느냐는 논리다. 일리가 없진 않지만, 안보상의 국익을 따져볼 때 큰 오판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지소미아는 안보 면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줘 왔다. 2016년 체결 후 양국은 모두 29건의 정보를 교환해 왔다. 일본은 위성으로 수집한 사진 자료 등을, 한국은 인적정보(휴민트)를 통해 얻는 정보를 나눠가지며 서로에게 적잖게 기여해 왔다. 지난해 말 강제징용 판결로 한·일 관계가 나빠진 뒤에도 7건이 교환된 것만 봐도 양쪽에서 지소미아를 어떻게 여기는지 알 수 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도 지난 21일 국회에서 “지소미아의 전략적 가치는 충분하다”고 시인한 바 있다. 이처럼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협력관계를 깨버린 것은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나아질 기미를 보였던 한·일 관계가 최악의 나락으로 떨어질 것도 불 보듯 뻔하다. 지난 15일 화해의 메시지를 담았던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기념사 이후 양국은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일본은 여러 번 공개적으로 지소미아 연장의 뜻을 나타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한국 측과) 협력해야 할 것은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힌 것은 안보만큼은 같이 가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됐다. 그런 판에 지소미아를 파기한 건 훈풍이 불기 시작한 한·일 관계에 얼음물을 끼얹은 것과 다름없다. 이 정부는 일본과 영원히 척지고 살기로 작정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 심각한 건 지소미아 파기가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 나아가 한·미 관계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는 점이다. 그간 미 정부도 여러번 지소미아 유지 희망을 밝혀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조차 지난 9일 지소미아 지지 여부를 묻는 말에 “나는 한국과 일본이 서로 잘 지내기를 바라며 그들은 동맹국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판에 지소미아를 파기해버리면 일본은 물론 미국이 우리를 신뢰할 수 있는 동맹으로 여기겠는가.
 
그렇지 않아도 한국이 미·일 양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적잖았다. 그런데도 지소미아를 폐기하겠다는 건 ‘신(新) 애치슨라인’을 스스로 그으려는 행위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이제라도 폐기 결정을 재고하든, 아니면 일본과 미국의 신뢰를 잃지 않을 획기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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