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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대의' 추구도 최하위스러운 롯데


같은 실책을 반복하면 저의를 의심받는다. '야구의 날' 기념 이벤트를 대하는 롯데 구단과 선수단의 자세는 문제가 있다. 현재 시점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모르고 있다.
 
8월 23일은 야구의 날이다.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획득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됐다. 올해로 11번째를 맞이한다. KBO는 이날, 다섯 구장에서 10구단 대표 선수 2명이 참석하는 팬 사인회를 진행한다. 베이징 올림픽 사령탑이자 오는 11월 열리는 프리미어12 대회에서도 지휘봉을 잡은 김경문 감독도 고척 스카이돔 사인회에 참석한다.
 
리그 관중 수와 화제성이 하락했다. 한국 야구 위기론이 불거지고 있다.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다. 8월 23일은 야구인과 업계 관계자 모두 영광의 순간을 되돌아보고, 발전 의지를 다잡는 계기로 삼을 수 있는 날이다.
 
사무국이 진행하는 리그 차원의 공동 행사다. 지난 시즌에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브레이크 기간 중에 야구의 날을 맞이했다. 2년 만에 선수와 팬이 호흡하는 자리이기에 더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구설수가 있다. 롯데가 팬 사인회에 내세운 두 선수의 이력 탓이다. 올 시즌 신인 서준원(19)과 내야수 고승민(19)이 이름을 올렸다.
 
각각 1차 지명, 2차 1라운더 유망주다. 입단 첫 해 1군에서 데뷔전을 치렀고 잠재력도 확인했다. 미래 가치를 반영하면 비난을 받을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다른 9구단과 비교하면 무게감이 떨어진다. 간판 타자, 에이스, 주장, 프랜차이즈 스타, 인기 선수가 두루 사인회에 포진됐다. 경력은 짧아도 리그 전체를 흔들 만큼 화제를 불러일으킨 선수도 있다. 올 시즌에 마무리투수로 올라서며 제 2의 오승환으로 평가받는 고우석(21·LG)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이름값과 몸값이 높은 롯데 소속 선수가 1군에 즐비하다는 것이다. 60억 원이 넘는 총액에 FA(프리에이전트) 계약을 한 선수만 4명이다. 실제로 KBO가 요청한 두 선수는 롯데 간판이자 리그 스타 플레이어인 이대호(37)와 손아섭(31)이다. 손아섭은 지난 17일 허리 부상으로 인해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이대호는 1군에 있다.
 
KBO는 권고를 할 뿐이다. 해당 선수의 의사, 팀 상황 그리고 프런트 주도로 이뤄지는 내부 조율을 통해 최종 참가자가 결정된다. 이대호가 야구의 날 기념 공동 이벤트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건 결국 선수 또는 구단의 선택이다.
 
이대호의 속내가 반영됐다면 생각이 짧았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어떤 이유로도 이해받을 수 없다. 이 사인회가 원정 구장(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리기에 주저했을까. 수원에도 롯데팬은 많다. 부진한 팀 성적 탓에 공식 석상에 나서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이대호는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회장이다. 선수 권익과 팬 서비스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가장 앞장서야 한다. 개인의 기분과 자존심 탓에 대의에 거스르는 행동을 하면 안 되는 자리다.


 

조율 역할을 해야 하는 구단도 일 처리도 안일했다.
 
선수와 구단 모두 팬 서비스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행동으로 옮기고 있는 추세다. 몇몇 선수의 태도 논란이 도화선이 됐고 이목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서비스가 좋은 선수가 재조명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이기에 공식 행사에 참석하는 명단도 주목을 받는다.  
 
KBO가 각 구단에 보낸 공문에는 10구단에 요청한 20명의 이름이 모두 기재됐다. 타구단에 어떤 선수가 사인회에 나오는지 모를 리 없다는 것이다. 롯데는 최하위다. 팬 서비스 영역에서는 더 잘하고 신중해야 한다. 최소한 스타급 선수 한 명은 참가를 유도했어야 했다.
 
젊은 선수에게 팬과 소통할 기회를 부여하려는 의도가 있던 모양새다. 이 점은 같은 실책을 반복하는 것이다. 당장 지난 7월 열린 올스타전에 겪었다. 전반기 내내 기량 논란에 시달리던 나종덕(21)이 감독 추천 선수로 발탁됐다. 소속(드림 올스타) 지휘봉을 잡은 염경엽 SK 감독이 "젊은 선수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며 배경을 전했지만 비난과 논란은 가시지 않았다.
 
베스트12에 선정된 선수가 없던 롯데는 당시 감독 추천으로 참가할 선수를 정하는 것도 애를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 안배, 포지션 안배가 필요했고 결국 나종덕이 이름을 올렸다.
 
'야구의 날' 팬 사인회 논란은 올스타전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이대호에게만 비난이 향하는 것도 맞지 않다. 팬들의 응원 속에 경기를 치르면서 고액 연봉까지 받는 선수 모두가 책임감을 가져야 했다. 더 나은 경기력을 위해 컨디션 관리를 하려 했다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올스타전에서 같은 이유로 비난을 받았는데 같은 행보를 되풀이 했다. 팬은 프로 리그가 존립하는 가장 큰 이유다. 배려가 부족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롯데는 남은 시즌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미로 외인 선수 2명을 교체했다. 감독과 단장이 자진사퇴하는 극단적인 상황도 겪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최하위권이다. 이런 상황에서 팬 서비스 논란까지 자초했다. 나종덕은 올스타전에서 출전조차 하지 못했다. 들러리였다. 수원에서 열리는 사인회에서 서준원과 고승민도 초라한 심정을 느낄 수 있다. 롯데는 학습 효과조차 없다.
 
팀 기강 문제로까지 확대 해석이 가능한 상황이다. 아무리 스타 플레이어의 입김이 강해진 시대라지만 개인이 팀과 단체, 그리고 대의보다 앞설 순 없다. 현재 단장이 공석인 탓에 선수단 운영에 기본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롯데 팬은 최근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춘 지도자가 새 감독으로 선임돼야 한다고 외친다. 롯데의 전성기가 자율을 강조하던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이끌던 때임에도 말이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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