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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온 손님 돌아갈 때, 어디까지 나와 배웅해야 할까

기자
송의호 사진 송의호

[더,오래] 송의호의 온고지신 우리문화(55)

어렸을 적 큰집 재종조부님께 글을 배우러 가면 그 어른은 손님이 떠날 때 꼭 마당까지 나가 모습이 사라진 뒤에 방으로 들어오셨다. 그리고 오래 전 어느 교수님 아파트에 몇 차례 들렀을 때 그는 번번이 우리 모습이 눈길에서 멀어질 때까지 1층 마당에 서 계셨다. 이런 모습을 보고 살아온 나는 이렇게 하는 것이 지켜야 할 법인 줄로 알았다.

그런 내가 당황스러운 적이 있었다. 30년 전쯤 학교에 몸담고 있을 때 방문한 손님이 떠나려고 하자 직원들이 현관 문밖으로 나가 인사를 했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그 손님이 타고 온 차에 오르자마자 직원들은 인사하고 모두 교무실로 들어가 버렸다. 현관에서 교문까지는 불과 20m. 나는 기왕 배웅을 나왔으니 차가 교문 밖으로 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들어가면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왜 그럴까. 손님이 자칫 그 모습을 보고 어서 빨리 자신이 떠나기를 기다렸다는 생각을 하지나 않았을까 걱정이 들어서였다. 이런 경우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손님은 마당까지 배웅 

전통 성년식인 관례(冠禮)를 주관하기 위해 경북 경산시 구계서원으로 모여드는 사람들. [사진 도산우리예절원]

전통 성년식인 관례(冠禮)를 주관하기 위해 경북 경산시 구계서원으로 모여드는 사람들. [사진 도산우리예절원]

 
내가 참여하고 있는 대구 도산우리예절원의 카페에 올라 있는 글이다. 이 예절원을 만든 이동후 설립자가 체험을 바탕으로 우리 문화를 정리하고 있는 ‘일천사랑방’이란 칼럼이다. 사례로 든 어느 교수는 『퇴계평전』을 쓴 고 정순목 박사라고 한다. 이번 글 제목은 ‘버릇 있는 행동’이다. 이 설립자는 그 답을 우리 조상에게서 찾고 있다.
 
집에 온 손님을 떠나보낼 때는 마루 아래까지 따라가서 보내고 동년배일 때는 두 손을 마주잡고 일어서서 그가 뜰에 내려가기를 기다렸다가 자리에 앉을 것이다. 손님이 겨우 몸을 돌려 아직 문밖에 나가지 못했는데 저쪽에서 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곧 앉아 버리면 이는 거만한 것이다. 또 남을 대할 때 두 다리를 뻗고 기대 앉거나 번듯이 누워 잡된 말을 이렇게 저렇게 늘어놓는 것은 짐승의 행동에서 벗어나지 못한 행동이다(凡送尊客에는 隨至軒下하고 送等輩에는 輒拱手起立하야 俟下庭라가 始坐하니라 客纔回身未出戶外한데 以爲彼不見也하야 旋卽坐焉은 是慢也니라 對人箕踞偃臥하야 雜言紛紛은 去禽獸不遠이니라).”
 
김종길 종손(가운데)이 안동 학봉(김성일)종택을 찾은 방문객들이 떠나려 하자 마당까지 나와 인사하며 배웅하고 있다. 왼쪽은 이동후 도산우리예절원 설립자. [사진 도산우리예절원]

김종길 종손(가운데)이 안동 학봉(김성일)종택을 찾은 방문객들이 떠나려 하자 마당까지 나와 인사하며 배웅하고 있다. 왼쪽은 이동후 도산우리예절원 설립자. [사진 도산우리예절원]

 
이 행동 규범은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李德懋‧1741∼1793)가 남긴 예서 『사소절(士小節)』에 나오는 말이다. 이덕무는 실학자 박제가가 가장 좋아했던 친구다. 이 말을 그저 옛 사람의 행동 수칙쯤으로 치부해 버릴 일은 아닐 것이다.『사소절』에는 손님을 맞이할 때 주의할 점도 언급하고 있다. “손님이 와서 앉을 자리가 없는데 주인이 움직이지도 않고 홀로 오뚝하게 자리에 앉아 있으면 안 된다”고 덧붙인다. 

 

인간존중이 깔린 우리 예절  

관례 행사 참석자들이 두 손을 맞잡아 얼굴 앞으로 들어 올리고 고개를 숙이는 전통 인사인 읍(揖)을 하고 있다. [사진 도산우리예절원]

관례 행사 참석자들이 두 손을 맞잡아 얼굴 앞으로 들어 올리고 고개를 숙이는 전통 인사인 읍(揖)을 하고 있다. [사진 도산우리예절원]

 
나는 한 번씩 이 설립자를 아파트 집으로 찾아뵙는다. 어른은 이제 80이 넘은 고령에 어지럼증까지 심한 편이다. 그렇지만 지금도 그는 20년 손아래 사람이 찾아와도 떠날 때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까지 같이 내려와 배웅하고 있다. 어찌 보면 예절의 아주 작은 부분이다. 하지만 별 게 아닌 그 작은 실천이 나의 행동거지를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우리 예절은 바삐 돌아가는 현대에는 덜 어울릴 수 있지만 그 바탕에는 정(情)을 담은 인간존중이 깔려 있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송의호 대구한의대 교수‧중앙일보 객원기자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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