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중앙시평] 미·중 무역전쟁과 ‘하쿠나 마타타’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남중국해에서 미국 이지스 구축함이 중국 배들에 둘러싸여 꼼짝도 못 하고 승무원이 억류되는 사태가 벌어진다. 미국 정부는 중국에 강력하게 경고하지만,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국론은 분열된다.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7월 4일 호에서 2020년 10월에 일어난다고 가상한 시나리오이다. 미·중 통상 갈등이 악화 일로를 걸으면서 두 국가가 무력충돌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많이 나온다. 미중이 패권 다툼으로 남중국해, 대만, 한반도에서 국지전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중 분쟁 전방위로 확대되고
세계경제질서는 대변혁의 시기
취약 요인 개선, 생산성 향상과
국제협력으로 위기에 대비해야

미·중이 극단으로 대립하고 군사충돌까지 가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서로 피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무역·기술 분쟁이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미국은 권위주의 체제인 중국이 군사력과 기술력으로 세계를 지배하는 패권국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으로 미국을 자극했다. 중국 정부가 ‘중국제조 2025’로 첨단 기술산업을 육성하자 경계심은 더욱 높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은 보복관세로 대응하고, 미국이 추가 관세로 다시 맞불을 놓으면서 미·중 무역분쟁은 1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미국은 특히 첨단 기술이 중국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규제를 강화했다. 이달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3,000억 달러에 10%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하고 중국은 국유기업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 중단을 지시했다. 중국이 2008년 이후 처음으로 환율이 1달러당 7위안을 넘는 것을 용인하자 미국은 즉각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통상 마찰이 환율 전쟁으로 불똥이 튀었다. 중국이 환율을 높이면 수출가격을 낮추어 관세로 올라간 수출가격을 상쇄하는 효과가 있다. 미국은 환율조작국 지정을 빌미로 중국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여 더욱 압력을 가할 수 있다.
 
중국은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의 19.5%이고 전체 수출에서 미국 시장에 직접 의존하는 비중은 15% 정도로 미국의 관세인상 충격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수출 부진에 투자율 하락, 생산성 향상 둔화, 분배 악화가 겹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은 2021년 공산당 창당 100주년, 2022년 차기 당대회까지는 경제성장률을 6%대에서 유지하려고 재정지출과 은행대출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과 지방정부의 부채가 많아 위기를 겪을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과도하게 하면서 금융 규제와 감독을 소홀히 하면 금융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호황을 업적으로 재선에 성공하려 하지만, 세금감면을 비롯한 경기 부양조치의 약발이 끝나고 미국경제가 침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초조하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 이자율을 낮추라고 압력을 가하고 구두개입으로 달러화 약세를 유도하고 있다. 미국 내 반중 정서가 높아 중국과의 무역전쟁은 선거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수입품 가격 인상으로 내수가 위축되면 경제에 부정적 효과를 미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 품목의 관세인상을 12월 이후로 연기했다.
 
미·중이 자국 경제의 피해를 고려해 무역·환율 분쟁을 적당한 선에서 휴전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 그러나 미·중의 세계 패권 경쟁은 지속될 것이고 앞으로 세계경제질서의 대변혁은 피할 수 없다. 미국이 주도하여 만든 전후 다자주의 세계경제질서는 이미 붕괴하기 시작했다. 자국우선주의, 보호무역주의, 반세계화의 흐름이 전 세계에 팽배하다. 앞으로 10년 이상 ‘초불확실성의 시대’가 계속될 수 있다.
 
세계경제가 혼돈에 빠지면 대외 의존도가 높고 내부 취약 요인이 많은 경제가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세계교역 위축에 영향을 많이 받을 개방경제이고 가계부채, 부실 산업, 경직적인 노동시장, 효율성 낮은 중소기업과 자영업 등 취약 부문이 많다. 고령화와 생산성 향상 둔화로 성장 잠재력은 급격히 감소하고 있고 정부의 대응은 미흡하다.
 
세계경제의 큰 변혁에 우리가 주도권을 행사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우리가 주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노력해 피해를 줄여야 한다. 필요한 구조개혁을 과감하게 실행하여 우리 경제의 취약 요인들을 개선하고 생산성과 혁신 역량을 높여야 한다. 지정학적 위험이 클 때, 국가의 역량을 모아 미국을 비롯하여 중국, 일본, 유럽 등 주요 국가들과 우호적인 외교 관계를 유지하고 양자·다자 무역협정, 통화 스와프 등 경제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힘들 때 우리를 도와줄 친구가 많아야 한다.
 
영화 ‘라이온 킹’에서 티몬과 품바는 ‘하쿠나 마타타(모든 일이 다 잘 될 것이다)’라고 노래한다. 절망에 빠진 어린 사자 심바에게 과거는 바꿀 수 없고 미래는 예측할 수 없으니 걱정은 접어두고 현재를 즐기자고 한다. 영화는 행복하게 끝나지만, 현실에서는 초원은 황폐하고 모든 동물이 살 곳을 잃을 수도 있었다.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초식동물은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 내우외환의 위기상황이다. 힘을 합쳐 현명하게 대처해야 모든 일이 다 잘 될 수 있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