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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보다 사람 …비영리단체서 일하며 얻은 깨달음

기자
조희경 사진 조희경

[더,오래] 조희경의 행복 더하기(13)

탄자니아 아루샤 지역 한 마을 어귀에서 난생 처음 본 동양인들의 모습에 놀라 울음을 터뜨린 꼬마를 안아주는 탄자니아 컴패션 직원의 모습. 비전트립 일행을 인솔하던 중 걸음을 멈추고 그 자리에 앉아 아이를 꼭 끌어안은 모습이 인상적이다. [사진 한국컴패션]

탄자니아 아루샤 지역 한 마을 어귀에서 난생 처음 본 동양인들의 모습에 놀라 울음을 터뜨린 꼬마를 안아주는 탄자니아 컴패션 직원의 모습. 비전트립 일행을 인솔하던 중 걸음을 멈추고 그 자리에 앉아 아이를 꼭 끌어안은 모습이 인상적이다. [사진 한국컴패션]

 
대부분의 비영리는 정부나 기업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을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타인의 행복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인 만큼 구성원들의 행복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최근에 읽은 책 한 권은 내가 비영리단체(NPO)에 와서 경험한 조직문화의 차이(Culture Shock)의 많은 부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이 책은 조직의 문화를 일본식과 미국식으로 나눠서 설명하고 있다.
 
책 내용에 따르면 일본식 조직문화는 직원을 오랫동안 함께 할 사람으로 보기 때문에 지속적인 교육을 중시하며, 집합 교육을 통해 직원을 장기적으로 육성한다. 반면 미국식은 업무를 명확히 정의하고 그 일을 할 사람을 채용하므로 직무명세서를 스스로 이해하고 일해야 한다. 즉 직원 개인이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개발해 나가야 한다.
 
"직원 교육을 왜 회사가 시켜요? 교육이 된 사람을 채용하면 되지" 한 미국기업 인사팀의 답변이 인상적이었다. 결국 일본식 조직문화에서는 회사가 주도적으로 직원을 교육하는 반면 미국식은 업무를 위해 개인이 알아서 배워야 한다.(안근용 외 2인, 2019)
 

효율적인 후원금 사용 위해 잘 훈련된 인재 찾아

한국컴패션 직원들이 모여서 향후 사업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사원부터 본부장까지 전 직급이 함께 둘러앉아 의견을 주고 받는다. [사진 조희경]

한국컴패션 직원들이 모여서 향후 사업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사원부터 본부장까지 전 직급이 함께 둘러앉아 의견을 주고 받는다. [사진 조희경]

 
예전 직장이 소위 일본식 조직문화를 가진 곳이었다면, 지금 일하는 컴패션은 미국식 문화다. 영리기업에서는 다양한 온·오프라인 프로그램으로 직원을 교육하는 반면, 비영리는 대부분의 후원금을 도움이 필요한 곳에 사용해야 하므로 직원교육에 비용을 사용하기가 어렵다.
 
직원 수도 적고 채용도 제한적이다 보니, 인력을 채용할 때면 지원자가 그 업무에 적합한 인재인지를 묻고 또 묻는다. 채용 기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어느 정도 이상의 역량을 가진 사람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미션을 향한 열정을 가진 직원은 비영리 역량의 핵심이다.
 
경영의 구루 짐 콜린스(Jim Collins)도 비영리를 위한 『굿 투 그레이트(Good to Great)』 라는 저서에서 '훌륭한(Great) 기관이 되려면 적합한 인재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기관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고 미션을 달성하겠다는 사명을 가진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에 인재를 신중히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톱 다운(Top down)방식의 의사결정 구조가 아니다 보니 구성원들이 합의와 동의를 이루는 커뮤니케이션 과정이 참으로 중요하다. 하나의 미션을 위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지만 수평적 조직은 각자의 관점이 중요하고 그만큼 동일한 이해가 필요하다. 
 

조금 손해 보더라도 ‘사람이 먼저’ 원칙 고수

특히 비영리에서 일하면서 자주 질문하게 되는 것은 평등(Equality)과 공평(Equity)이다. '평등'의 사전적인 의미는 동등한 기회와 동일한 수준의 지원이다. 개인의 특성과 수준보다는 똑같은 기회와 지원이 주어진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반해 '공평'은 필요에 따라 다양한 수준의 지원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더 공정하고 평등한 결과를 위해 개인별 맞춤 지원을 한다.

 
평등과 공평을 잘 설명해 주는 이미지. 누구나 공평(Equity)을 원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누군가의 특혜’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가능하다는 걸 깨닫는다. [사진 미디엄닷컴]

평등과 공평을 잘 설명해 주는 이미지. 누구나 공평(Equity)을 원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누군가의 특혜’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가능하다는 걸 깨닫는다. [사진 미디엄닷컴]

 
이를 잘 보여주는 그림을 인터넷에서 찾았다. 평등하게 같은 크기의 상자를 받으면 누군가는 경기를 보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왼쪽 그림). 반면에 모두가 공정하게 경기를 보려면 누군가는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상자를 받아야 한다(오른쪽 그림). 상황이 어렵다고 해서 상대적으로 더 많은 혜택을 받는 직원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는 회사에서 매우 예민한 문제일 수 있다.
 
그럼에도 어려움을 겪는 동료 직원의 상황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속도가 느리더라도 함께 가려고 하는 문화가 비영리단체에는 있다. 모두 '착한' 사람들만 모여 있어서는 아니다. 적어도 '전 세계 가난으로 고통받는 어린이들을 위해 일한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 가능하다. 직원들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사람이 먼저'라는 원칙을 고수하기 위해 노력한다.
 

암 투병 후배 위해 1000만원 모은 동료들

지난주 수요일 직원 예배에 아주 반가운 얼굴이 등장했다. 병가로 꽤 오랫동안 자리를 비웠던 20대 후반의 남자 사원. 그는 아침에 병원에 갔다가 출근하겠다는 말을 남기곤 약 10개월 만에 다시 회사로 돌아왔다. 병명은 혈액암 4기. 쇄골 부분에서 암이 시작돼 복부로 전이가 된 탓에 물만 닿아도 너무 아파서 씻을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수차례 항암치료와 수술 끝에 그는 이제 일상생활이 가능한 정도로 회복됐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후배가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온 것도 큰 감동이지만, 사실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지난 10개월간 우리 직원들이 보여줬던 동료애다. 갑작스럽게 혈액암 판정으로 치료를 받게 된 동료를 위해 같은 팀 직원들은 전사에 기도와 마음을 담은 경제적 도움을 요청했다. 놀랍게도 전 직원들이 일주일 만에 1000만원이 넘는 돈을 모았고, 동료의 치료를 도울 수 있었다. 그중에는 누구였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자신의 한 달 급여를 그대로 내놓은 직원도 있었다.
 
경제적으로 성장동력을 잃어 힘든 요즘, 사회 전반에 나눔과 배려의 문화가 더 필요한 것 같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예 장애물이나 허들을 없애고, 발판을 할 상자가 없이도 함께 경기를 관람하며 즐길 수 있는 사회를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추구하는 조직문화가 일본식인지 미국식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한 사람 한 사람 조직에서 원하는 인재로 성장할 뿐 아니라 개인이 성장하고 행복한 문화를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어려울수록 저력을 발하는 우리이기에 사회 전반적으로 힘든 이 시대를 지혜롭게 헤쳐 나가리라 기대한다.
 
조희경 한국컴패션 후원개발실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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