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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준의 의학노트] 당신이 하면 불륜, 내가 한다면 로맨스

임재준 서울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

임재준 서울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

‘병식(病識)’ 이라는 의학 용어가 있다. 자신이 어떤 병에 걸려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을 뜻한다. ‘병식’이 없다면, 즉 자신이 이러 저러한 병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거나 인정하지 않는다면, 치료는 당연히 매우 어렵다. 자신이 술에 중독되었다는 것을 모르는 알코올 중독자가 술을 끊을 수 있을까? 물론 불가능하다. 그런데 누구나 자신을 정확히 파악하는데 몹시 서투르다. 의사들의 경우를 보자.
 
미국 워싱턴 대학병원의 세스 레오폴드 교수팀이 의사들의 자신감이 높을수록 실제 실력도 좋은지 확인한 연구를 발표한 적이 있다. 이들은 무릎 관절 주사를 자주 시행하는 의사, 임상 간호사, 의사 보조자 93명을 모아 이 시술에 얼마나 자신이 있는지를 10점 만점으로 쓰게 한 후 이들이 주사하는 모습을 직접 관찰하여 자신감과 실제 주사 실력이 일치하는지를 확인했다.
 
우선 남녀가 많이 달랐다. 남성들의 자신감 점수는 6.3점으로 여성들의 3.0점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았지만, 연구자들이 직접 확인한 주사 실력은 각각 6.6점과 5.7점으로 남녀 간에 차이가 뚜렷하지 않았다. 또 의사들의 자신감은 5.3점으로 임상 간호사나 의사 보조자들의 2.8점보다 훨씬 높았는데, 실제 주사 능력은 직종 사이에 차이가 없었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자신감과 실제 실력과의 관계였는데, 성별이나 직종을 불문하고 자신감이 높을수록 실제 주사 실력은 더 좋지 않았다. 즉, 무식할수록 용감하다는 시쳇말이 사실인 셈이다.
 
의학노트 8/21

의학노트 8/21

그런데, 자신에 대한 지나치게 호의적인 평가가 과연 의사들만의 문제일까?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대학 제임스 비건 교수팀이 심리학과 신입생 여든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를 보자. 연구팀은 학생들에게 5백만 달러짜리 복권에 당첨되었을 때 자신이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한 설문 34문항에 7점 만점으로 답하도록 한 후, 가상의 여대생인 ‘자넷’이 같은 금액의 복권에 당첨되었을 때 어떻게 행동할지에 대해 동일한 문항을 통해 예측하게 했다.
 
학생들이 예상한 자신과 자넷의 행동은 놀랄 만큼 달랐다. 당첨금을 받은 후 자신이 자넷보다 더 너그러워질 것이라고 예상했고 봉사활동에도 자넷보다 자신이 더 열심히 참여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반대로, 자신보다는 자넷이 성형수술을 받을 확률이 높다고 판단했으며, 자신의 친구들보다 자넷의 친구들이 더 질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게다가 자신보다 자넷이 사치스러운 생활을 할 것으로 예상했고, 자신보다는 자넷의 성격이 나빠질 것 같다고 걱정했다. 또 학교를 계속 다닐 확률은 자신이 자넷보다 높다고 응답했으며, 자신과는 달리 자넷은 일을 그만두고, 복권을 계속 구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간단히 말하면, 학생들 자신은 갑자기 큰돈이 생겨도 너그럽고 건전하게 살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 돈 때문에 망가져 버릴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다.
 
이렇게 모든 것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것을 ‘자기 위주 편향’라고 한다. 쉽게 말하면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앞에서 소개한 연구들은 우리 모두가 ‘자기 위주 편향’에 쉽게 휘둘린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그러니 꼭 기억하자. 남들도 나만큼이나 괜찮은 사람일 수 있다는 것, 의외로 남들이 맞고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남에게 손가락질하기 전에 먼저 나를 돌아봐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임재준 서울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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